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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2 (마드리드 v 아약스를 보고 쓰는 바르셀로나 얘기)

by 다스다스 2019. 3. 6.


엘 클라시코 2연전이 마드리드에게는 꽤나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한 것 같네요. 거기다 전반전에 골대만 두 번 맞춘 것도 영향이 있었을 거고. 가뜩이나 측면 퀄리티가 저번 시즌과 비교조차 안 될 정도로 하락세를 타버려서 비니시우스를 중점으로 볼이 돌아가는 마드리드의 현 전술 상 그 선수가 빠졌을 때 대체 방안이 거의 없다는 게 컸고 그만큼 보강에 대한 안일함이 시즌 중에 크게 되돌아온 셈. 3년차나 그 이후가 위험하다고 칼럼리스트들이나 축구인들이 언급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핵심 선수들이 자리를 완전히 잡아버리는 동시에 (아무리 좋은 감독이나 좋은 보드진이 있어도 서서히 리빌딩이나 보강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선수들이 있는데 뭐? 라는 안일함이 들어가기 마련이니까. 12-13, 13-14 바르셀로나도 좋은 예시.) 그들의 체력 사이클은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하고 나이를 먹어가면서 플레이가 역동적이지 못해지기 시작한다는 게 가장 큽니다. 결국 지금의 마드리드를 지탱하고 있던 건 언제 사라질 지 모르는 라모스와 모드리치인데 여기에 저번 시즌까지의 호날두, 마르셀로, 카르바할이었고 라모스가 못 나오고 뒤에 나머지 셋은 없거나 저번 시즌의 폼이 아니거나 하다는 게 마드리드의 하락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크로스 시도는 이전과 그렇게 차이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1차적인 머리로 꽂는 성공률도 지난 3년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떨어졌고 2차적으로 루즈볼 경합에서 이기는 경우는 그것보다 더 확연하게 줄어들었고. 바르셀로나는 측면 퀄리티와 하프 라인 윗 지점에서의 볼 소유와 그를 바탕으로 한 지배력으로 먹고 사는 팀이었다면 이 팀은 그냥 측면 퀄리티로 먹고 사는 팀이었음.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가장 잘 따라간 팀이었고 순간적인 대응책을 측면으로 극복하던 팀이었는데 그게 안 되니까 망하는 건 순식간.


더해서 제가 한참 전에 라키티치랑 (선수) 크로스랑 바꿔봤자 티도 안 날 거고 별 차이 없을 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크로스 역시 마드리드 입성 후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횡패스 일변도의 선수로 변해가고 있었고 의외로 그렇게 팀의 속도를 좌지우지하거나 볼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타입은 아니라고. 사실 실책성 플레이가 없는 경기가 몇 번 있거나 패스 성공률이 늘 높게 찍히니까 평가가 올라간 거지. 오늘도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압박이 강해지고 공수 전환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하니까 크로스의 대부분의 패스가 횡패스로 돌아갔습니다. 심지어 패스 미스도 제가 본 것만 10개도 넘었음. 아스에서 데이터 봤는데 제가 본 거랑 거의 비스무리함.


아약스가 오늘 마드리드보다 약 10km 정도를 더 뛰었는데 측면 퀄리티가 좋지 않은 팀이 에네지 레벨에서 밀리는데 공수 전환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런 결과는 운이 아니라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는 결과. 바르셀로나가 오늘 경기를 통해 배워야하는 건 측면에 대한 방향성이 좋은 팀이나 에너지 레벨이 압도적으로 좋은 팀을 만났을 때 제대로 된 대응책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마드리드를 마냥 놀릴 게 아니라 비슷한 결과물을 안게 될 수도 있다는 거겠죠.


데 용은 경기를 보면 볼수록 사실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데 

첫 번째 이유는 팀이 지금 3순위 안에 드는 중요도로 필요로 하는 측면을 지원하는 미드필드면서 그 플레이가 꽤나 인상적이기 때문. 사실 데 용의 영입 여부와는 상관 없이 라비오가 오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건 왼쪽 미드필드로서 측면을 지원하는 플레이 자체가 라비오가 데 용보다는 한두단계는 더 높은 수준의 선수라 봤기 때문인데 왜 팀이 라비오 영입전에서 흔들리지 않고 쎄게 나갔는 지 감이 오네요. 이런 측면 지원이 자연스러운 선수는 피보테보다는 앞선에 가까워지는 게 더 알맞는 그림이기도 하니까요. (앞선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라비오>데 용, 데 용> 라비오가 아닙니다. 왔을 때의 필요성의 측면을 바라본 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로 인해 자연스레 아르투르가 오른쪽 미드필드로 자리를 잡고 팀의 측면 보강이 잘 이뤄진다면 조금 더 에너지 레벨이 높은 바르셀로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 하프 라인 윗 지점에서의 볼 소유가 원활해지고 그로 인해 경기를 지배하는 양상이 많아지는데 많이 뛸 수 있다면? 꽤나 재밌는 축구를 기대해도 될 확률이 높다.

세 번째 이유는 바르셀로나가 지금 제일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는 바로 왼쪽 측면에서의 기술적인 레벨을 끌어올려야한다는 건데 아약스에서 뛰는 데 용을 보면 그림상 꽤나 잘 맞는달까. 물론 와서 뛰어봐야 알겠지만 이론적으로 아다리는 꽤 괜찮음.


일전에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꽤나 장기적인 관점으로 그의 성장 기대치를 높게 보고 종횡을 넓게 뛰면서 1인분이 아니라 그 이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느낌을 자연스레 주는 미드필드 (ex - 이니에스타, 과거 라우드럽) 로 보고 데려온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드네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봤을 때 역할을 가리지 않고 종횡을 넓게 뛰는 선수들의 가치는 날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도 하구요. 아래는 오늘 경기 데 용의 히트맵.



데 리흐트는 볼 때마다 좋은 선수라고 생각은 하고 빅 클럽에 도전해볼만한 재능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절대 놓치면 안 될 정도의 수준을 가진 선수라는 생각은 안 드네요.


타디치도 반 다이크 몇 번 볼 때 소튼에서 보던 선수였는데 선수가 빠른 것보다 팀 자체가 빠른 게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선수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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