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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삼페르가 이렇게 되버린 것만 봐도

by 다스다스 2019. 3. 5.


재능이란 건 여러 가지 요소들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걸 굉장히 잘 보여주는 거고 그만큼 오래 전부터 기대를 받았던 선수가 자연스레 성공할 거다란 인식 자체가 잘못된 인식이라는 사실. 누군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춰서 이뤄져야하는 것들이 우리가 아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많습니다. 또한 선수 개인의 측면으로 바라봤을 때도 어린 시절에 보여줬던 모습이 성인 레벨에 근접해질수록 그 레벨에서 통할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면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 정도 되는 레벨에서는 자리 잡기 힘들다는 걸 보여준 셈.


삼페르 같은 경우에는 피보테로 자리를 잡을 거다란 예상이 현지에서든 언론에서든 국내 팬 페이지에서든 대부분을 차지하는 예상이었는데 정작 수비 (포지셔닝) 가 되지 않는 선수는 웬만해선 쓰지 않는 루이스 엔리케가 감독으로 있던 시기가 삼페르가 높은 비중으로 시험을 받을 시기였고 그나마 주어진 적은 기회 안에서 증명을 못 했으니 당연히 쓰지 않는 게 정상. 이런 걸로 감독 탓을 하려면 이미 리가 레이스가 조기에 끝났음에도 경직된 기용 방식을 들이밀던 티토 시절의 티아고나 저번 시즌의 바르셀로나 정도는 들이밀어야 납득을 하는 게 맞음. 삼페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팀의 틀을 갖추는 데 있어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중요한 자리에서 수비적인 완성도가 최악의 수준이었으며 팔을 사용하는 빈도 수도 굉장히 높은 편이어서 언제든지 팀의 부정적인 변수를 줄 가능성이 높았다는 거. 그렇다고 개선 가능성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었고 발베르데 역시 믿음직한 로테이션 자원이라고 판단을 안 해서 저번 시즌에도 임대를 제안했던 것일테고.


이 블로그에 검색으로 들어오는 글 중 제일 조회수가 높은 글이 몇 년 전에 쓴 그리말도 글인데 그리말도도 똑같아요. 어린 시절에 이미 박혀버린 인상을 기준 (알베스나 마이콘이 떠오른다는 어린 시절의 기대치) 으로 놓고 보니까 팬들이 높게 평가하고 바라보지만 성인 레벨에 도전하기 전부터 장기 부상을 크게 겪은 케이스였고 그 여파가 우려스러운 수준으로 컸습니다. 방향 전환이 압도적으로 안 좋아진 게 엄청 컸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측면에서 뛰는 핵심급 선수가 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체력도 한 몫 했을테고. 지금 벤피카에서도 조금 괜찮아지려하면 부상이 발목잡고 있죠. 이번 시즌은 전반기 이후 부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그리말도가 벤피카에서 제대로 뛰기 시작한 15-16 시즌부터 봤을 때 이번 시즌이 세 번째 시즌인데 부상만 7번을 당했습니다. 결장 기간을 합치면 240일 정도 되구요. 그리고 부상 중 절반 이상이 다 햄스트링 부상입니다.


이런 문제에 관해서 탓을 하려면 갑작스런 임대 정책으로 노선을 변경하며 선수의 성장 방향성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거나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한 (필드 위에서의 부상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필드 밖이나 훈련 시에 또는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을 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관리해줬어야한다는 뜻) 보드진이나 기술진 또는 B팀의 스태프들의 탓을 하는 게 정상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원래 임대로 선수에게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면서 키워왔던 클럽이 아니었고 그게 성공적으로 먹힌 케이스가 5%도 안 되는 클럽임. 임대하면 떠난다가 공식이던 팀에서 임대로 선수를 키울라고 하는데 그게 되겠습니까? 심지어 다른 클럽과는 다르게 발로 볼을 굴리는 비중이 압도적인 클럽이 그것도 중하위권 팀들에 임대를 보낸다?


어린 선수들을 좋아하고 그들이 자리를 잡아서 주전이 되는 게 모든 바르셀로나 팬들이 좋아하는 일이겠지만 그들의 성장 과정을 바라보면서 계속해서 그들의 기량을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고 성공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선수들이 변수로 인해서 망가지는 것 또한 수 없이 많은 케이스고. 그들이 떠날 때 누군가를 욕하기보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가 있다면 그걸 납득할 줄도 알아야합니다.


루쵸가 가면 갈수록 재미없는 축구를 해서 싫었다라고 한다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그가 어린 선수들을 쓰지 않아서 라 마시아를 망쳤다고 한다면 그건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이 상식 없이 축구를 보는 거라고 얘기하고 싶음. 기용에 대한 권한과 선택은 감독의 몫이고 그는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음. 정작 그리말도를 바이아웃 없이 팔아먹었던 건 지금 데 용 데려왔다고 대다수가 그렇게 물고 빠는 보드진이었다는 사실도.


현실은 게임처럼 원하는 데로 되는 게 아님. 그래서 그만큼 사이클을 유지하는 거나 어떤 선수가 나갈 때 그의 빈 자리가 티가 나지 않도록 보강하는 게 힘든 일이라고 모두가 입 모아서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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