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 경기 볼 때마다 했던 말들 (긍정적인 거든, 부정적인 거든) 이 경기로 반복되니까 별로 할 말이 없는데 라키티치 넣은 순간부터 무승부만 거둬도 잘한 거라고 생각해서 결과에 딱히 불만은 없습니다. 쎄했는데 그래도 무승부는 거둬서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메시까지 넣은 거 보면 무승부로 만족하고 가는 것보다는 이길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 부스케츠를 뺄 게 아니라 수아레즈를 빼고 박스 근처에서 오프 더 볼을 과감하게 가져가줄 수 있는 선수를 하나라도 더 넣는 게 맞았다고 봅니다. 박스 근처까지 볼이 가도 대다수는 가만히 서있거나 받아주려고 하질 않으니까 메시나 그리즈만 또는 미드필드들이 계속 최소 셋은 되는 수비수들하고 마주할 수밖에 없었어요. 바르셀로나처럼 축구를 하려고 하는 팀들은 하프 라인 전후에선 동료들을 믿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간격을 유지하는 선에서 동선을 낭비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박스에 가까워질수록 볼을 기다릴 게 아니라 계속 동료들과 볼의 흐름을 보고 움직여줘야합니다. 알바를 빼면서 굳이 세르지를 넣고 세메두를 왼쪽으로 돌린 것도 넣을 선수가 걔밖에 없었다는 것보다 측면에서 이걸 할 줄 아는 선수 중 한 명이라는 게 훨씬 컸다고 보구요.
라키티치 얘기를 잠깐하자면 라키티치가 아무리 측면으로 빠져도 오른쪽을 아예 버려둔 게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성공적이었는데 왜 그랬냐면 어차피 거기로 볼이 가봤자 다시 횡으로 느리게 돌아가거나 백패스 할 게 뻔하니까요. 어차피 뭐할 지 다 보이는데 굳이 거길 의식하고 뭘 할 필요가 없죠. 그러니까 도르트문트 입장에선 중앙에 있는 데로 다 때려박으면서 오른쪽 측면에 볼이 가면 한 명만 붙는 식으로 대응했죠. 템포가 갑자기 확 빨라지거나 길게 달려야할 때 선수들을 놓치거나 버거워보이던데 이 정도면 비달한테도 입지가 박살날 수도 있겠네요.
결국 수비수들을 측면으로 못 모아도 상대 수비 대형을 아주 잠깐이라도 흔들 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고 그걸 하기 좋은 지역이 양 측면이라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수비 대형은 횡으로 흔들려야 공간이 생기니까요. 아르투르가 측면 플레이가 더 발전해야한다고 했던 이유기도 하고 데 용이 좋은 영입이 될 거라고 얘기했던 이유기도 하고 그에게 뭔가를 기대한 이유기도 하죠. 아르투르는 진짜 많이 좋아지긴 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예 다른 선수에요. 돈만 있으면 기자인 척하고 티테하고 얘기 좀 하고 싶을 정도네요.
(좌 - 라키티치 패스맵, 우 - 라키티치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좌 - 아르투르, 데 용 패스맵, 우 - 아르투르, 데 용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미스)
결국 연장선으로 네이마르를 축구 내적으로 봤을 때 반드시 필요한 선수 중 하나이자 바르셀로나를 바로 한 단계 업시켜줄 선수라고 주장한 이유가 아주 잘 드러난 셈인데 측면에서 상대를 강제로 방어적으로 만들지를 못하니까 역으로 측면에서 갑자기 수적 우위를 점하고 (후반전에 도르트문트가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역이나 자신들의 지역에서 갑자기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그 기회를 이어서 공략하는 장면들을 보신 분들 계실 겁니다.) 밀고 들어오면 바르셀로나는 전환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이건 지금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풀백들이 싹 다 대인 수비는 고사하고 지역 수비 개념의 포지셔닝도 이상하게 해요. 할 줄 알아도 조건부로 할 줄 압니다. 괜히 다른 선수들의 책임감만 늘어나고 대형은 무너지고.
이게 아니어도 전환이 두세번만 일어나도 바르셀로나는 최후방까지 밀려난 상태가 되버리고 (그리즈만이 바르셀로나에서 빛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볼의 흐름을 미리 읽고 후퇴를 막아주거든요. 오늘도 보신 분들 계실 거임.) 다시 속도를 내야하는 상황을 맞이하는데 하프 라인을 넘어서는 데만 해도 한세월입니다. 넘어가도 속도가 안 나거나 양 풀백이 볼을 받게 되서 다시 뒤로 볼이 돌아가게 되거나 속도가 완전히 죽어서 상대가 자리를 잡다못해 다음 동작까지 가져갈 준비를 하고 있죠. 악순환의 시작입니다.
두 명의 미드필드를 아무리 종횡으로 넓게 움직이게 지시해도 둘로는 한계가 있는 법. 발베르데는 이걸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까도 앞으로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면서 살펴봐야할 부분이겠죠?
오늘 경기는 발베르데의 현실적이고 수동적인 선택이라기보다 도르트문트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바르셀로나의 약점을 위험하게 몇 번 공략했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두면 작살났을테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발전시켜서 나올 거라고 보지만 아무리 봐도 발베르데가 알바랑 수아레즈를 어떻게든 필드 위에서 쓰려고 짱구를 굴리면서 다른 선수들 (특히 그리즈만) 의 동선과 효율을 살펴보는 것 같은데 계속 이걸 병행하면서 틀을 만든다면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하나하나씩 포기하면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축구를 하고 있을 거에요. 결국 계속해서 비슷한 지점에서 한계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구요. 메시가 돌아왔으니까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기껏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그걸 필드 위에서 실행할 수 있는 선수들까지 여름에 들어왔고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선수도 있는데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파티가 나올 것 같았지만 나오지 않기를 바랐고 메시는 안 뛰길 바랐는데 뛰어버렸네요. 수아레즈는 이럴 것 같아서 안 보고 싶다고 그랬던 건데 기어이 이래버리네요.ㅎㅎ 한 번 몸이 망가진 선수는 일시적으로 올라올 순 있어도 시즌 내내 절대 유지 못해요. 싫어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잘하는 날이 있어도 그게 늘 마지막 불꽃이라고 생각하고 보는 게 맞습니다. 어떻게든 헤어졌어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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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졸려서 더 못 쓰겠습니다. 이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새벽까지 일하고 있었어요... 네 시는 너무 힘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