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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etc

전 그냥 그래요.

by 다스다스 2019. 9. 23.




축구와 관련 없는 얘기를 이 블로그에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제가 가입하지도 않은 곳에서 제가 주제가 되어서 파이어가 일어났다고 하고 그 여파?로 인해서 블로그 댓글이나 메일로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기에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가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한 번 주절거려봅니다. 좀 긴 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제가 커뮤니티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누군가를 납득시키는 것도 싫어하고 남들이 저를 납득시키려하는 것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꾸코는 제가 제 건강까지 갈아넣으면서 (운영자 시절에 경기있는 날은 한 번도 3시간 넘게 잔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사이트 규모도 컸고 흔히 말하는 똥파리들도 많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1년도 넘게 관리했던 사이트였기 때문에 애정이 너무 커서 소식이 안 올라오면 번역을 했고 글이 안 올라오면 글을 썼지만 그걸 관둔 것도 이게 가장 컸어요.


축구뿐만 아니라 어떤 스포츠든 자기 주관이 들어가고 많이 보면서 자리잡히는 자신만의 방법론에 따라서 보기 마련이고 자신이 느끼기에 되게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글을 따라가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비교하는 것도 안 좋아하고 제가 잘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선 얘기 자체를 안 합니다. 혹여나 제가 잘못된 고정관념을 심어드리는 순간 그 분의 축구를 바라보는 방법론 자체를 망가뜨릴 수 있거든요.


제가 어린 시절에 하나라도 더 배우고 더 알고 더 재밌게 보고 싶어서 알아볼 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꾸코를 만드시고 초창기에 활성화에 힘쓰셨던 분들이었어요. 꾸코가 만들어지기 전까진 그나마 영어를 동나이대 꼬마들보단 잘해서 여기저기 해외 사이트를 찾아다녔지만 사실 잘 몰랐거든요. 그만큼 축구를 많이 안 봤으니까 오히려 뜬구름 잡는 잡소리같았어요. 근데도 재밌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축구를 더 잘 알게 되면 더 재밌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러다 알게된 게 꾸코였습니다. 여기에도 Nao 님처럼 예전 닉을 밝히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는데 전 그 분들을 통해서 많이 배웠거든요.


근데 그런 게 있었어요. 소식도 저 분들을 통해서 보고 글도 저 분들을 통해서 보고 뭐든지 다 누군가를 통해서 보니까 어느 순간 의존을 하고 있었죠. 그래서 직접 스페인어를 배우고 (아직도 수능 볼 때 점수에 미쳐가지고 제2외국어를 아랍어로 한 걸 후회합니다. 물론 점수는 잘 받았고 대학도 잘 갔습니다...) 혼자 공부를 하고 축구를 더 많이 찾아봤습니다. 그러고 번역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그만뒀어요. 남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단 나 혼자 보고 나 혼자 알고 속편하게 지내는 게 내 취미 생활을 이어가는데 더 도움이 되겠다 싶었거든요. 그리고 많이 느꼈죠. ‘아... 글을 쓰시던 분들이나 번역을 하시는 분들이 어느 순간 멈추는 게 왜 그런 지 알겠다.’


그래서 꾸코에는 안 올리고 블로그에만 올린 소식이나 장문 인터뷰들이 정말 많습니다. 아마 한 1년은 그랬어요. 그러고 생업이 생기면서 블로그는 자연스레 그만뒀는데 다시 시작하게 된 이유가 17-18 시즌 로마 참사였습니다. 그 때 보고나서 너무 빡돌아서 꾸코에 글을 한 번 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바르셀로나를 성적 위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졌구나라는 걸 느꼈고 이들의 이질적이고 특이한 환경적 요인들은 어느 순간 배제 대상이 되어있다고 느꼈죠.


그래서 조금씩 블로그에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꾸코에 안 쓴 이유는 제라르 로메로 철썩같이 믿지 말라고 바르셀로나는 잉글랜드처럼 소식을 볼 필요가 없다고 디스했다가 단체 공격 당해서 좀 겁났거든요. 그 때도 블로그 방문자 수가 50~150명은 됐는데 하도 글을 단문으로 찢어서 하나하나 써놔서 검색어에 걸리는 것도 무지 많아서 언젠간 누구든지 보러 오겠지 싶었어요.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분들이 보러올 지는 몰랐지만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고 시기상 맞는 글들을 쓰려고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고 때로는 방문해주시는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해결해드리고자 쓰기도 했고 그렇습니다. 저도 제가 하는 말이 많이 맞고 발베르데가 그렇게 하는 게 신기할 때가 있어요. 저도 똑같이 취미로 축구를 보는 사람이니까요.


누가 어디서 절 욕하든 칭찬하든 솔직히 하나도 신경 안 씁니다. 메일 테러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건 패드립까지 포함해서 선을 넘나들어서 그랬던 거고 그럴 바엔 차라리 여기에 와서 시원하게 욕을 박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구요.


전 그냥 제가 바라보는 시선을 토대로 글을 쓰는 거고 그게 옳든 옳지 않든 아무 상관없습니다. 뭔가 다른 생각을 하게끔 하고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한 경기를 보더라도 조금 더 많은 걸 볼 수 있게 뭔가를 제시하는 게 중요한 거죠. 그게 축구를 조금이라도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거니까요.


아무한테도 저처럼 보라고 강요 안 해요. 제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면서 축구를 보지도 않고 10년 넘게 봐오면서 자리 잡힌 저만의 축구관을 여러분들에게 소개시켜드리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항상 방문해주시고 좋은 말씀들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이후론 개인적인 얘기는 더 이상 쓸 일이 없을 겁니다. 잡소리 104 로 찾아뵙겠습니다. 일교차가 심한데 다들 건강에 유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시고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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