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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04 (타 팀 선수들 얘기 +)

by 다스다스 2019. 9. 24.



질문을 많이 받았던 타 팀 선수들 딱 세 명만 간추려봤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댓글이나 글로 많이 썼다고 생각해서 걔네들은 배제했고 요즘은 얘네들이 좀 많은 것 같아서요. 이런 유형의 글 잘 안 쓰는데 글과 상관 없이 댓글들이 다 이런 쪽으로 흘러가는 게 가끔 좀 그럴 때가 있어서 따로 한 번 써봅니다.




1. 데 리흐트


일전에도 데 리흐트에 관해서 얘기한 적이 있는데 오프 더 볼을 행하는 선수들을 놓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 거 누르시면 보실 수 있음 ) 아약스 경기를 그렇게 많이 본 편이 아니었는데도 그런 게 꽤 되는 편이었는데 올 시즌 유베 경기는 나폴리 전 하나 본 게 다인데 (사실 이 정도면 세리에 한 시즌치 다 봤습니다. 이제 챔스 아니면 볼 일 없음...) 움짤만 봐도 거의 매 경기 나오는 느낌이네요. 제가 이런 선수를 한 명 알고 있는데 다비드 루이스입니다. 이건 보통 그렇게 막아버릇했는데 잘 막아지더라 싶어서 생기는 습관에 가까운데 고치려면 좋은 감독을 만나야합니다. 스스로는 절대 못 고칩니다. 다비드 루이스는 그 좋은 신체 능력을 가지고 그 좋은 감독들을 만나면서도 못 고쳤죠. 오히려 데 리흐트보다 더 심했습니다. 데 리흐트가 수비 스킬이나 포지셔닝 등등 이런 건 동나이대나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시기의 다비드 루이스보단 훨씬 나아요. 벤피카 시절부터 첼시 초기까지는 다비드 루이스 경기 웬만하면 다 봐서 장담할 수 있음.



다비드 루이스 같은 경우엔 결국 빅 클럽들이 첼시가 높은 이적료를 불러서가 아니라 리스크가 크다고 봐서 거른 게 조금 더 컸고. 타타도 돈보다도 이런 이유들과 또 다른 이유들로 보드진이 사준다고 했는데도 거절했었죠.


아마 제가 다비드 루이스란 선수를 많이 안 챙겨봤으면 데 리흐트도 경기를 보고나서 무지 좋아했을 거에요. 근데 쟬 한 번 겪었기 때문에 한 경기 보고나서 그렇게 얘기했던 거고 또 보니 또 그러고 반복되니 습관에 가까워보이는 거고 그래서 바르셀로나와 루머가 났을 때 장기적인 관점과 정치적인 면이 동시에 들어간 것 같다고 했던 겁니다.


앞으로 더 뛰는 걸 봐야겠지만 혹여나 습관이라 하더라도 데 리흐트는 이미 유베라는 빅 클럽에 갔고 지금이야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지만 적응기를 거치고 저런 걸 조기에 고치면 그래도 좋은 선수가 될 거에요. 저런 습관에 가까운 행동들을 고치기 위해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감독들이 행했던 대표적인 방법들은 대략 요 정도가 있습니다.


- 비엘사처럼 자신이 요구하는 것들을 익힐 때까지 죽어라 그것만 시킨다던지 (이래서 웬만한 팀에서 다 불화나서 폭파당함...)

- 크루이프반 할 처럼 필드 위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인지할 때까지 계속 그런 상황을 마주하게 만들던지 (반 할은 이러다 파벌 논란 일어나서 시즌 뒤집어진 전적이 있습니다.)

- 처럼 훈련 과정에서 당근과 채찍을 주면서 그 습관을 없애주려고 하던지 (제일 유명한 하비 마르티네스 일화. 피케도 약간 이 쪽에 가깝습니다.)

- 하인케스처럼 아주 작지만 그 효과는 엄청 큰 팁을 주거나 (마찬가지로 제일 유명한 코망)
등등


물론 사리가 좋은 감독인가요? 에 대한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데 리흐트는 이런 사소한 모습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 지를 바라보면 조금 재밌을 겁니다. 단순히 거품이네 이러는 것보다요.





2. 음바페


제일 질문을 많이 받는 선수인데 종적인 반경으로 움직이는 건 지금 수준에서도 최상위 수준을 보여주는 선수가 맞고 제가 그 동안 봐온 무지 좋은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도 딱히 딸릴 게 없다고 보는데 볼을 소유하고 이미 수비 대형이 자리 잡힌 상황을 마주할 때는 당연하게도 횡으로 패스가 수 없이 돌아가는데 그럴 땐 존재감이 조금씩 줄어듭니다. 그만큼 횡으로 패스가 돌아갈 땐 본인이 동선을 보통 어떻게 잡아야하는 지, 본인이 어디에 있어야하는 지를 아직 완벽하게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팀인 네이마르와의 차이가 여기서부터 드러납니다.


투헬의 밑에서 음바페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조금 더 넓게 뛰는 게 이걸 개선하고 음바페를 온 더 볼, 오프 더 볼을 가리지 않고 조금 더 만능에 가까운 선수로 만드려는 작업이라고 보구요. 여기저기 찾아보면 앙리랑 유사하다는 평이 의외로 많던데 유사점이 없진 않아요. 앙리 역시 바르셀로나에 넘어오고나서 똑같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아스날과 뭔가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팀이었고 횡으로 최소 2배 이상의 볼이 돌아가니까 (심지어 이 때 거북이 팀이라 쓸데없는 점유율이 무지 많아서 아무 의미없는 지역에서 횡패스, 백패스 오지게 많았습니다.) 앙리는 저게 측면 포워드인지 중앙 포워드인지 잘 모를 정도로 헤맸죠. 크루이프 역시 앙리는 종으로 나가는 패스가 더 많아지면 분명히 잘해질 거라고 그랬었고. 다음 시즌 펩은 앙리의 그런 종적인 반경에서의 무적에 가까운 효용성을 뼛속까지 다 빼먹었고. (6-2 경기라든가. 그 시즌은 앙리의 효용성이 드러난 경기들이 되게 많아요.)


솔직히 지금은 별로 탐이 안 나는데 저게 잘 되면 반드시 잡아야하는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음바페도 그리 되면 프리로 나올 각을 더 쎄게 잡을 거라고 봅니다. 물고빨고 할 일만 남았을 지 조금은 한계가 보이는 선수가 될 지의 경계선에 서있다고 보시면 이 선수를 바라보는 재미가 있으실 겁니다.




3. 데 브라이너


사실 페예그리니 때까진 시티 경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볼프스에서 하는 것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펩 이후부터 봐도 그냥 기본기도 좋고 기술도 좋고 머리도 좋고 축구 자체를 잘해요.


볼이 굴러갈 때 자신의 위치를 기점으로 그 볼의 속도를 죽여야하는 지, 살려야하는 지 그 업앤다운만 알았으면 펩이 또 다른 챠비나 람을 찾았다고 무지 좋아했을 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그게 가능할 지도 몰라서 챠비가 있을 때 하던 토너먼트 원정에서의 실리적인 운용을 시티에서도 여전히 포기를 못하는 걸수도 있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데 브라이너는 저번 시즌 8강 원정에선 경기 다 끝나갈 때 즈음에야 교체로 겨우 들어갔지만요. 요번 시즌을 보면 펩이 이 선수들을 데리고 최종적으로 뭘 생각하고 있었는 지 저번 시즌보다 더 명확히 보일 거라고 봅니다.


데 브라이너 같은 경우엔 종횡을 넓게 돌아다니면서 박스 근처나 하프 스페이스 부근에 위치하면 볼이 빠르게 굴러올 땐 그냥 지체없이 바로 갈겨버리는데 패스나 슛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질이 되게 좋아요. 그만큼 판단이 빠르고 볼이 자신에게 오기 전부터 포지셔닝이 잘 되어있단 뜻이기도 하죠. 동시에 동료들의 위치도 이미 알고 있단 거고 동료들을 믿고 내주는 거고 동료들도 데 브라이너가 그리로 줄 거라고 확신하고 뛰어드는 겁니다. 이래서 데 브라이너도 볼이 굴러가는 본질을 아는 선수라고 하는 거고. 측면지향적이었음에도 포워드는 아니고 그렇다고 미드필드라고 하긴 또 그랬던 이니에스타와는 또 다른 느낌이랄까.


(좌 - 데 브라이너 왓포드 전 패스맵. 우 - 데 브라이너 왓포드 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사실 이렇게 종횡을 넓게 돌아다니는 미드필드들이 측면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해낼 때는 보통 이니에스타나 모드리치처럼 기술이 좋아서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끌어모으거나 수비 대형을 횡으로 흔들거나 깨부수는 쪽이 대부분인데 데 브라이너는 좀 특이한 면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좀 좋아하는 선수인데 부상 없이 한 시즌 쭉 가면 요번 시즌은 펩이 승부수를 띄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펩은 늘 기존 틀이 완성되고 변화를 시도할 때 그 변화가 유의미한 모습을 보이면 그 시즌은 기를 쓰고 관리와 변수 대응에 목숨을 걸었거든요. 올 시즌도 그런 모습이 보인다면 토너먼트에서 굉장히 무서운 상대로 자리매김하지않을까 싶네요.


──


요즘은 시티나 리버풀 경기가 재미 자체는 더 있는 것 같아요. 애정이 없어서 딱 각잡고 집중해서 보진 않지만요. 또 제가 작정하고 점찍고 경기 챙겨보는 선수들은 대부분 망하는데 (아펠라이, 산체스, 헐크, 다비드 루이스, 이투르베, 라멜라 싹 다 기대치만큼 못 큼...) 데 브라이너는 어떻게 될 지... 물론 잘 되면 다 역대급에 진입했습니다. (호나우딩요, 이니에스타, 네이마르, 그리즈만은 살짝 아쉽지만 뭐 포함시키려면 이 쪽에 조금 더 가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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