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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03 (그라나다 전)

by 다스다스 2019. 9. 22.


아직 메시를 선발로 안 내보내는 거나 포리바렌테 유형에 근접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면서 라인업을 꾸려가는 모양새 자체가 시즌 준비가 안 좋은 편이었고 시즌이 진행되는 중 변수로 작용할 부분들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봅니다. 근데 이 와중에 결과가 박살나고 있으니까 여론은 점점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고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도 발베르데에 대한 평가는 점점 바닥을 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래서 그가 방향을 잘 잡았어도 믿지 말라고 했던 거고. 결국 오늘 경기 결과도 방향을 잘 잡아놓고 거기에 어떻게든 뭔가를 끼워넣기 위해서 발생한 게 가장 크다고 보구요.



보드진도 이제 슬슬 쫄릴 것 같은데 언론들이야 한참 전부터 발베르데에게 공격적이었다고 보고 발베르데가 시즌 중 실언을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점점 경기 전후 기자 회견에서 마주하는 질문의 뉘앙스나 분위기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타타랑 조금 비슷한 흐름으로 가고 있는데 타타는 기자들의 이런 계속되는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나 과정과 결과들에 대한 쎈 질문들을 못 버티고 폭발했었고 그게 되게 컸습니다. 발베르데가 살짝 위험해보이는 것도 요즘 들어서 선수들에 관한 질문에 대한 답들이 뭔가 이상해지고 있어요. 타타도 자기 쉴드는 오지고 지리고 재빠르게 치면서 선수들에 대한 얘기는 되게 이상하게 했었음. 



이런 지역 언론들과 등을 지게 되는 건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 같은 곳에선 경질이나 사임으로 가는 지름길 중 하나고 당연히 클럽에도 영향이 가는 문제구요. 발베르데가 아마 저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보드진은 당장은 뭔가를 하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언론은 흔들 지라도 아주 조금은 더 지켜볼 거에요. 발베르데 인터뷰를 글을 쓰느라 보진 못했는데 뭐라할 지 궁금하네요.




오늘 경기 같은 경우는 원정에서 마주하는 변수라는 게 무엇인 지가 경기 초반부터 아주 잘 보인 경기고 선제골 먹힐 때부터 계속해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미끄덩거리는 모습들이 꽤 보였는데 그라나다 선수들은 그런 잔디에 적응이 꽤나 되어있는 지 별로 그런 게 없었어요. 바르셀로나가 홈에선 여전히 잘하는데 원정만 가면 아예 다른 팀이 되는 건 이런 변수들에 대응이 안 되고 이런 변수들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홈에선 라인을 끌어올리고 유동적으로 굴리는 상대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제일 커요. 그라나다가 거기에 더해서 라호즈 주심의 성향도 굉장히 잘 이용했다고 보구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거기에까지 말리면서 더더더더 꼬였다고 봅니다. 이런 변수를 아무렇지 않게 만들거나 최소화하면서 볼을 굴릴 수 있는 선수가 현 스쿼드 내에선 메시말고는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고 그런 와중에 원정에서 로테이션까지 돌려버렸으니 오늘 경기는 발베르데가 가장 큰 책임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오늘은 로테이션도 실패한 셈이고 결과도 못 얻은 셈이고 메시가 없으면 바르셀로나는 원정에서 이런저런 변수들을 많이 마주하면 할수록 질 확률이 높아지는 팀이라는 걸 확인사살 당한 셈입니다. 거기다 발베르데는 이런 원정 변수들에 대한 대응이 커리어 내내 아주 안 좋은 감독 중 하나.




이외의 문제점들이야 이전 글들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고 오늘 경기는 간단하게 그리즈만의 활용법과 미드필드의 책임감과 범위 그리고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은데



그리즈만을 지금 터치 라인으로 아예 빼버리는 건 종횡을 넓게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어도 어느 순간 다른 곳에서 기여를 할 수 있고 원투터치 안에 볼이 발을 떠나면서 그게 바르셀로나 선수들끼리 한두번만 이어져도 바로 박스 근처로 갈 확률이 높고 찬스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렇게 배치하는 게 일단 가장 클 거라고 보구요. 연장선으로 그리즈만이 거기 있음으로 인해서 팀의 후퇴를 막아주거나 단거리 역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게 크겠죠.



(좌 - 그리즈만 전반전 패스맵, 우 - 그리즈만 전반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둘째는 그라나다가 그렇게 터치 라인에 붙어있는 그리즈만을 의식하게끔 만들어서 (한 번만 거기서 뭔가가 나오면 그라나다가 절대 그렇게 못 둡니다.) 상대가 자리를 잡아도 수비 대형을 조금은 벌린 상태로 대응하게 만들어서 수아레즈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을 활용하려고 하는 의도 같은데 수아레즈를 비롯한 다른 선수들이 안 좋다는 걸 아니까 수비 대형이 갖춰지면 일단 제일 먼저 중앙에 다 때려박고 측면은 한 명이 맨투맨으로 붙고 다른 한 명은 뒤에서 언제든지 협력 수비를 나갈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대응을 했어요. 저번 시즌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던 그 방식 그대로죠. 그래서 전환이 잦아지면 그리즈만은 수비만 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거고 파티가 들어와도 똑같았죠. 누가 들어오든 수아레즈가 중앙에 있으면 바르셀로나는 그렇게 대응하면 된다고 판단했다는 소립니다.



그만큼 이제 다른 팀들도 수아레즈의 효율이 안 좋고 실책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거고 이건 발베르데가 실수하고 있는 거 맞습니다. 고집인 지 아니면 정말 이 정도나 이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면 수아레즈가 기대에 부응해서 메시와 함께 효율성갑이 되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조금 위험해보이네요.




미드필드들도 종횡을 넓게 뛰는 것도 중요하고 그런 선수들이 로테이션급이나 백업급으로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뛰면서 측면에서 공수 양면에 기여를 해야하는데 라키티치나 세르지는 그런 부분에서 바르셀로나 급에서 무언가를 보여줄만한 선수들은 아니라고 보구요. 라키티치는 이제 세르지와 비교했을 때도 더 별로일 정도로 이런 효용성이 박살났습니다. 전반기부터 이러면 안 되는데 쎄하다고 얘기했던 게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점점 확신으로 다가오고 있네요. 오늘 경기는 부스케츠를 쉬게 하는 게 목적이었다면 아르투르까지는 나왔어야한다고 보고 그 덕에 데 용은 과부화 걸린 수준이 아니라 거의 3인분은 해야하는 입장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좌 - 데 용 패스맵, 우 - 데 용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미드필드가 횡으로 넓게 움직여주거나 측면으로 빠져있어도 그들이 보조자에 근접한 선수들이거나 온 더 볼에서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선수들일 경우 자연스럽게 볼은 측면으로 유도되고 줄 때가 없으면 볼은 U 로 돌고 점유율은 높지만 의미는 없어지게 됩니다. 속도가 안 나고 상대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중앙을 파고 들기엔 더더욱 어려워지고 다시 볼은 측면으로 가는데 지금 바르셀로나에는 측면에서 볼을 잡고 상대 박스를 바라보거나 대각선이나 횡으로 동선을 잡으면서 무언가를 해줄 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후반전에 바로 파티를 넣은 거죠. 그 자리에서만큼은 최소 한 번이라도 뭔가 한다는 걸 보여줬으니까 실책이 되든 뭐가 되든 뭐라도 하라고. 결국 지금 바르셀로나는 저 측면에서 무언가를 해줘야되는 선수들이 바로 이 두 자리에서 뛰는 미드필드들이라는 소립니다. 최소 두 자리 중 한 자리라도요. 무.조.건.



(좌 - 라키티치 (4번) , 세르지 패스맵 (20번). 우 - 라키티치 (윗쪽) , 세르지 (아랫쪽)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메시는 잠깐이나 한두경기는 가능할 지 몰라도 매 경기 그렇게 못합니다. 그럼 아마 병원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질 거에요. 그리즈만은 저런 선수들과 메시의 효율을 극대화해주기 위해 온 선수지. 저런 걸 하려고 온 선수가 아니구요.



다시 그리즈만 얘기로 돌아오면 메시와 파티가 들어오고나서 그리즈만이 오른쪽으로 가고 메시랑 잠깐이라도 스위칭을 하거나 메시랑 좌우를 나눠서 움직이거나 하는 장면들이 보였는데 아무리 봐도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선수들이라고 보고 앞으로 좋아질 여지가 아주 조금은 보였어요. 문제는 수아레즈의 효율을 어떻게든 끼워넣으려고 하는 거겠죠. 그가 필드 위에 있는 게 지금 현재로선 도움이 되기보단 방해가 되고 있는 게 훨씬 크다고 보고 오히려 바르셀로나가 더 힘들게 경기를 하게 만들고 있다고 봅니다. 그가 몇 번의 찬스를 만들든 상관없이요.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그렇게 뛰면 바르셀로나는 수아레즈 하나 때문에 늘 한계가 있는 축구를 할 수밖에 없어요. 어떤 국면들에선 한 명이 없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뛰고 있다고 생각이 될 정돈데요.



(좌 - 그리즈만 후반전 패스맵. 우 - 그리즈만 후반전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실패)



(좌 - 전반전 양 팀 공격 방향 비중, 우 - 후반전 양 팀 공격 방향 비중)



저걸 완성만 시킬 수 있고 수아레즈가 그 효율을 지금보다 실책도 더 줄이고 터치 미스도 더 줄이면서 그 과정 속에서 그리즈만의 활용도까지 덩달아 올릴 수 있다면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고 최적의 방법을 찾겠지만 글쎄요.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수아레즈는 이제 그런 선수가 아니에요.




제가 수아레즈 되게 싫어하는 것도 맞고 그래서 더 짜게 평가하는 것도 맞는데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뭘로 봐도 수아레즈와 발베르데가 맞습니다. 이건 다르다고 할 것도 아니고 무조건 맞는 말입니다. 웬만해선 이렇게 얘기 안 하는데 방향 제대로 잡아놓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이고 있는 와중에 이 덕에 결국 지난 두 시즌 간 봤던 축구를 다시 보거나 계속 이렇게 고통스러운 과정과 결과를 볼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죠.




비달은 발베르데랑 저번 시즌 초반처럼 기용에 대한 불만을 바탕으로 기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뛰는 거 보니까 그냥 무지하게 안 좋네요. 아직 경기에 뛰기에 적합한 몸도 아닌 것 같고 끌어올릴 타이밍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파티도 판단이 너무 느린데 어린 선수에게 이런 걸 단점이라고 지적하기엔 담금질을 하는 시기에 있다는 걸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보구요. 보통 어린 시절부터 드리블을 자주하는 선수들이 성장 과정을 거칠 때 반드시 거쳐가는 과정이기도 해서 팬의 입장에선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나아지는 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재밌을 거라고 봅니다. 메시 같이 압도적인 기술과 기본기를 가지고 올라오는 게 아닌 이상 어떤 유망주라도 거쳐가야하는 부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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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특히) 공감 드루와 드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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