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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60 (나폴리 전)

by 다스다스 2020. 2. 26.






바르셀로나의 측면이 생각 이상으로 훨씬 더 약하다는 걸 완벽하게 간파하고 들고 나온 수비 방식이 전반전부터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고 잘 먹혔습니다. 그만큼 가투소는 맞춤으로 준비하면서 선수들에게 무언가는 절대적으로 지키라고 계속 때려박았을 거고. 한준희 해설도 중간에 간격과 대형 유지가 잘 유지된다고 얘기를 하셨죠. 한 골 먹혔을 때부터 경기 중 대응이 일반적인 빅 클럽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 한참 떨어지는 세티엔이 후반전에 뭔가 극복할만한 카드를 재빠르게 들고 나올 것 같지도 않았고 (없는 거 짜내는 것도 잘 못합니다.) 최대한 적은 점수 차로 끝나길 바랐는데 무승부를 만들었으니 나쁘지 않다고 보고. 한 가지 아쉬운 건 사실 웬만한 감독이었으면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바로 교체했을 거에요. 문제점 중 하나는 정말 확실하게 보였거든요. 오히려 한 골을 먼저 넣은 나폴리가 분위기를 타고 과감하게 안 나온 게 신기했을 따름.





세메두와 피르포 (+ 비달까지) 가 볼을 잡을 때 먼저 재빠르게 움직여서 이들을 고립되게 만들거나 순간적으로 측면에서 3대2, 4대3의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볼의 방향을 제한 또는 유도 하는 모습이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는데 비달의 선발은 상대가 이런 식으로 나올 거라는 걸 확신하고 메시에게 최대한 붙여놓고 조금 더 자유를 주면서 오른쪽 중심으로 타개하기 위한 선발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발베르데도 종종 써먹던 것 중 하나죠. 이것도 따지고 보면 메시를 뽑아먹고 갈아마시는 방식 중 하나인데 뭐 가진 패가 적기도 하고 바르셀로나의 감독이라면 제일 먼저 생각해볼법한 거니까요.




실제로 부스케츠와 라키티치까지 오른쪽에 상당히 치우쳐져있었던 게 그 증거라고 보고 공격 방향 마저도 절반에 가깝게 이 쪽에 쏠려있었습니다. 허나 측면에서의 유의미한 장면이나 속도가 날려면 무조건 메시를 거치거나 아니면 메시 본인이 볼을 잡고 상대 골대를 바라보고 달리거나 그걸 나폴리 선수들이 의식을 하고 순간적으로 (몇 초라도) 시선이 거기로 다 쏠려야했다는 건데 전반전에는 이게 너무 안 됐어요. 그러다보니까 중앙은 더 촘촘해지고 (메시 막을 때도 한 명이 바로 붙고 한 명은 횡적인 동선을 예측하고 막고, 또 다른 한 명은 종적인 동선을 예측하고 막고... 아니면 4명이 덤벼들어서 순간적으로 덮쳐버린다거나...) 측면은 쭉 열어주다가 세메두와 피르포가 볼을 잡는 그 순간만 팍 틀어막으면 끝나버리는 거죠. 다시 보실 분들은 잘 보시면 이 둘이 볼 잡을 때 순간적으로 3대1, 3대2, 4대2, 4대3 으로 나폴리가 수적 우위 점하는 장면이 꽤 많이 보이실 거에요. 이래서 계속 패스가 빠르게 돌아야하고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거구요. 볼이 사람보다 빠르다고 주장하고 강조하는 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에요. 그게 개인의 힘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공간을 만들기 가장 좋으면서 지름길이라 그런 겁니다. 그 동안 알바만 줄기차게 깠지만 이 둘도 이 상황에선 알바랑 똑같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 더 볼 상황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뭔가를 해낼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들도 아니고 한 번만 실수해도 아주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위치에서 볼을 잡고 있었으니까요. 거기다 라키티치가 느린 판단, 의도를 알 수 없는 선택지로 더 힘들게 만들기도 했구요.



(좌 - 전반전 부스케츠 패스맵. 우 - 전반전 부스케츠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좌 - 전반전 라키티치 패스맵. 우 - 전반전 라키티치 히트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경기를 뜨문뜨문 보고 있어서 매 경기마다 일어나는 변화를 캐치하고 있는 게 아니라서 말하기 조심스럽긴 한데 세티엔이 상대의 대응 방식이나 몇몇 팀들이 vs 바르셀로나 대응 방식은 이렇게 가이드 라인을 잡으면 된다라고 보여줬던 것들을 의식하고 있다는 게 보이긴 합니다. 볼 때마다 데 용이나 그리즈만 같은 선수들의 동선을 조금씩 조정하면서 나름대로의 대응책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아마 그냥 하던 그대로 나왔으면 바르셀로나의 왼쪽 위주로 볼이 굴러다니면서 메시는 볼 터치가 적어지고 경기는 아예 말려버렸을 거에요. 더 처참했을 겁니다. 




제일 큰 문제는 간격과 대형을 보면 한 눈에 확 들어오는데 어디는 너무 좁고 어디는 너무 넓으면서 삼각형이 만들어지는 구간보다 그렇지 않은 구간이 더 많아지면서 볼의 방향은 너무 뻔하다는 데 있습니다. 원래 뻔한데 이게 더 뻔하게 만들고 있어요. 그래서 한 번 볼을 뻇기면 우루루 쫒아가는 거고 더더욱 쫄보처럼 플레이하는 겁니다. 이걸 고치냐 못 고치냐가 조금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지와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어느 정도로 잡느냐를 좌지우지할 거에요. 안 된다면 세티엔이 아니라 다른 감독이 와서 해주길 바라야겠죠? 




지금까지의 모습만 봤을 땐 여전히 별로인데 사실 기대도 안 합니다. 그냥 그러려니하고 보고 있어요. 이번 시즌은 발베르데가 엎어버리고 타협을 선택한 그 순간부터 희망이 조금씩 사라지다가 결국 그걸 확고히 함으로 인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건데 (어쩌면 더 후퇴했을 수도?) 그 시점에 발베르데는 짤려나갔고 세티엔이 온 거고. 이건 세티엔이 아니라 아무리 능력이 흘러넘치는 감독이 왔어도 시간이 부족했고 변수가 워낙 많았기에 희망을 갖고 보기엔 무리가 있거든요. 대신 뭔가 앞으로를 생각했을 때 긍정적인 요소는 조금 더 보였겠죠.





선수 얘기를 조금 해보면 피르포는 포지셔닝 잡는 거 보면 경기에 집중을 하고 있는 게 맞나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바르셀로나에서의 모습만 놓고 보면 신체 능력이 조금 더 좋고 적응했을 때 동선이 다양해질 가능성이 살짝이나마 있는 검은 알바 느낌인데 수비는 가끔 보면 더 못할 때도 있습니다. 진짜 보다가 욕이 절로 나올 때가 있음. 알바 첫 시즌보다 더 심할 정도로.




라키티치는 그냥 모든 게 엄청 느려요. 판단력도 느리고 반응도 느리고 포지셔닝도 느리고 그냥 모든 게 다 느립니다. 그래서 동료들도 그 영향을 받아서 같이 말려버려요. 어떤 경기든 안 나오는 게 도움되는 수준까진 아닌데 토너먼트에선 안 나왔으면 합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노골적으로 공략 당할 선수 중 하나로 딱 찝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라키티치한테 제일 노골적으로 보이는 게 종으로 길게 못 뛰어요. 전환이 잦아지면 작살날 선수 중 하나라는 뜻인데 이젠 이렇다할 장점도 없습니다. 뭐 우려하던 누적치를 몸으로 그대로 다 얻어맞은 거라고 보는 게 타당한 시선이라서 뭐라 더 할 말은 없는데 2차전에 빼박으로 볼 것 같아서 그게 걱정이네요. 어차피 하락세가 올 거야 시즌 전에도 개인적으로 살짝 우려하던 부분이었고 이건 올라오고 자시고 할 그런 게 아니라서 기대할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아르투르는 오른쪽에서 볼을 잡고 내보내니까 적은 시간이었지만 좌우를 보는 시야 자체가 넓어졌다는 인상을 팍 줬습니다. 판단 자체도 왼쪽에서 볼을 잡고 오른쪽이나 대각선을 바라볼 때와 다르게 조금 더 빠르고 위협적이었구요. 세티엔이 오늘 이 모습을 유의미하게 판단해서 뭔가 한 번쯤 더 시도를 해보면 좋겠네요.




그리즈만하고 데 용은 그냥 고생이 많습니다. 경기 도중에도 그렇고 매 경기마다 동선이 변하고 역할이 변하는 경우가 세티엔의 바르셀로나에서 제일 많은 선수들이라서 그걸 감안하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둘은 딱히 걱정하지 않아요. 어떤 식으로든 팀에 기여하고 도움이 될 선수들이고 앞으로도 필요한 선수들입니다. 메시는 멀쩡히 뛰는 것 자체가 다행. 아무리 봐도 몸이 별로 좋아보이지가 않네요. 신체 리듬이 오락가락하는 느낌. 아슬아슬해보입니다. 텀이 길어도 한 번쯤 과감하게 쉬어주는 게 어떨까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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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기승인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버려서 때 아닌 개고생 중이라 축구 볼 시간도 없습니다. 농구도 못 봅니다. 농구 보느라 축구 멀리하는 게 아니니까 오해는 안 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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