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오네도 천재에요. 그리즈만 넘어가고나서 14-15 시즌부터 꽤 많이 챙겨봤고 그 전에도 봤는데 접근 방식이 일반적인 축구 팬들에게 그렇게 선호될만한 방식이 아니어서 그렇지. 이 사람도 천재는 천재입니다.
보통 비엘사의 영향을 많이 받은 감독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모습들을 보면
맨투맨 수비 관념이 강하다는 것 (지역 방어를 써도 그 안에 맨투맨이 섞여있을 정도) 과
컴팩트한 스쿼드를 가지고 시즌 전체 체력 리듬에 환장한다는 것 그리고
측면에서의 강렬한 볼 탈환을 강조한다는 건데
시메오네는 이 모든 걸 다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연구했고 그걸 필드 위에서 보여줬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비엘사의 제자들 중 가장 앞선에서 언급되는 셋 (타타, 시메오네, 포체티노) 모두 비엘사의 방향성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어떻게 해야 그 이론에 효율성을 더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는 건데 축구 팬 입장에선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하죠. 특히 타타 같은 경우는 비엘사의 아이들을 상징하는 선수 중 한 명이라 이런 쪽으로 더더욱 기대를 받았는데 뭐 아시다시피...
결국 시메오네는 그 답을 찾아냈고 수동적이면서도 때론 능동적인 축구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건데 물론 상대적 약팀을 마주할 땐 수면제 경기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토너먼트에선 상대적 강팀들을 상대로 증명해냈으니까요.
상대와 비슷한 축구를 해서는 이길 수 없는데 우리가 유리한 부분을 스스로 만들어서 뛸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다랄까요.
- 오프사이드가 있지만 그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려하면 상대가 측면을 파거나 뒷공간을 한 번에 작살낼 수 있다고 했을 때 분명히 실점을 하게 될 거다.
- 그렇다면 공간을 좁게 수비하는 걸 다른 의미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모두가 서로를 지원하는 걸 전제조건으로 삼아 라인을 내리고 수적 우위를 점하고 미리 공간을 좁게 만들어놓으면 상대는 이 부분을 공략하는데 분명히 어려워할 거다.
- 그로 인해 발생하는 긴 거리를 달려야하는 건 측면으로 해결한다. 이게 바로 측면으로 볼을 유도하는 이유다.
- 상대가 여기서 측면으로 볼을 전개해서 공간을 넓히려고 하면 역으로 그 지역에서의 순간적인 수적 우위로 볼을 탈환하고 후방에서 전방까지 최대한 빠르게 팀적으로 움직인다.
- 이게 되지 않으면 최대한 수적 우위를 활용해서 공중볼과 루즈볼, 세컨볼 싸움을 이기고 재빠르게 전환하는 걸 목표로 삼는다.
시메오네의 축구에 특히 포워드들이나 측면 자원들이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리거나 실패하는 빈도 수가 높은 게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닙니다. 공수 양면에서 요구사항이 많기도 하고 접근 방식 자체가 조금 다르다보니까 (특히 전환 과정이나 수비 국면) 기존에 배우던 축구와 다르면 아무래도 헤맬 수밖에 없어요. 이건 여기서 뛰다가 다른 데로 가도 마찬가지고.
한 번 사이클이 꺾이기도 했고 저번 시즌 같은 경우에는 감독이 동기부여가 떨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이건 제 개인적인 느낌) 개인적으로 이런 방향성이 발전을 해야 그에 대응해서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지라 넓은 관점에선 나쁘지 않게 보긴 하는데 알레띠 입장에서 보면 한 번 더 실패를 했을 때 흔히 말하는 현자 타임이 엄청 크게 올 수도 있어서 차라리 먼저 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죠?
방향성을 바꿔본다던가.
핵심 선수들을 갈아치운다던가.
감독을 바꾼다던가.
코칭 시스템을 변경한다던가. 등등
근데 세레소 회장이 이 정도로 팀이 안정적으로 굴러가고 위상이 이제 딱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을테니 과감하게 뭔가 저지르긴 그렇겠죠. 유지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현상 유지만 잘해도 잘한 거다일 수도 있고 변화가 오히려 위험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보는 걸수도 있고. 팬들 입장에서야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계속 뭔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내부 관계자들은 더 떨어질 위험성을 배제하긴 쉽지 않을테니까요. 이건 어느 스포츠든 다 똑같다고 보구요.
아무래도 인기도 적고 그래서 조명을 덜 받는데 시메오네가 전반기보단 후반기에 체력 리듬을 잘 맞추는 편이라 마냥 무시할만한 팀은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요즘 비엘사나 비엘사의 제자들로 유입되는 빈도 수가 많고 뭘 쓸까 주제를 고민하다가 그냥 이거나 쓰자하고 써봤습니다.
비엘사 얘기는 옛날에 한 적 있으니까 찾아보시면 있을 겁니다. 다음 시즌엔 볼 팀이 하나 더 늘긴 했네요. 글까지 이어질 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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