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의 후기일 수도 있고 짱개 폐렴 이후 짧게짧게 봐온 맨유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고.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담겨져있는 글이니까 해석하기 나름일 거라고 보구요.
브루노 페르난데스 합류 전까지 맨유를 보면 한 명의 재능 (아무리 많아봐야 두 명) 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나머지에겐 딱 할 수 있는 것만 시켜서 어떻게든 효율을 내는 축구였다고 봅니다. 그래서 상대적 약팀이 어떻게든 틀어막을 수 있는 대응 방식이나 저 한두명을 아예 대놓고 조지려는 대응 방식을 들고 오면 허접한 경기력을 보여주다가 비기거나 지기도 했고. 오히려 상대적 강팀들을 상대로는 의외의 과정과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죠. 브루노 페르난데스 합류 초반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근데 조금 지난 후를 보면 솔샤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계속 시켜보고 있어요. 물론 그 과정 속에서 잘하고 있는 선수들과 못하고 있는 선수들이 눈에 보이고 있긴 한데 그 부분은 주관적인 부분이라고 보구요. 일단 제 시선으로 봤을 때 제일 못하고 있는 선수들은 래쉬포드랑 완 비사카 정도로 보고 있긴 합니다.
근래 맨유 경기 보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생각이 뭐냐면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이 나가는 방식 자체가 포그바를 '무조건' 거쳐야 빨리 나가거나 횡으로 빠르게 전환이 되면서 측면에서 속도가 나는 편이라는 겁니다. 제가 봤을 때 솔샤르는 지금 구성에서 이 부분을 해결할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 프레드가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봤는데 기용 자체를 거의 안 하는 거 보면 선수 개인의 폼 문제 (개인적으로 기복의 폭이나 흐름의 영향이 생각 이상으로 되게 큰 선수라고 봅니다.) 와 솔샤르의 생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면 되겠죠? 왜 해결할 수가 없냐면 후방 선수들의 터치와 패스, 동작 등을 보면 한 경기만 봐도 사이즈가 나옵니다.
포그바처럼 빨리 내줘야할 때나 동료들의 오프 더 볼을 감안하고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좋게 주는 선수가 없어요. 보통 쓸데없이 터치를 많이 하면서 볼을 만지고 양 발을 한 번씩 거쳐서 자기 주발로 볼을 내보내는데 방향 마저 뻔하거나 동료들의 오프 더 볼을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주니까 당연히 속도가 안 나는 겁니다. 위에서 완 비사카 얘기한 것도 이거 때문입니다. 분명히 동료가 볼을 자신에게 주고 움직이는데 그걸 아예 생각도 안 하고 리턴을 줘버립니다. 그래서 패스 미스가 나고 레스터 선수들이 갑자기 루즈볼을 따내는 모습이 몇 번 있었죠. 그러고 그런 리턴의 연속에서 완 비사카는 잘 안 움직여요. 그러니까 상대는 시간을 법니다. 어제 경기뿐만이 아닙니다. 그리고 완 비사카가 제일 심한 거지. 다른 후방 선수들도 똑같아요. 센터백들은 뻔히 비어있는데도 횡으로 돌린다던가. 마티치가 그나마 나은 편인데 또 발의 방향이 엄청나게 제한적이죠. 다 각기다른 장점을 갖고 있는데 막상 단점은 다 비스무리한 선수들을 모아놨단 뜻이기도 합니다.
후방에 있는 선수들이 이렇게 퍼스트 터치의 기복이 심하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내니까 라인을 높이고 압박을 쎄게 했을 때 의미없이 볼이 돌아가거나 위험 지역에서의 실책성 플레이나 패스 미스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이건 시즌 중반에 갑자기 확 치고 올라온 맨유가 그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하고 끝으로 가면 갈수록 퍼포먼스가 떨어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체력은 계속 떨어지는데 상대 팀들의 대응 방식은 조금씩 발전되서 오고 포그바를 비롯한 몇몇 선수들의 개인 능력은 더 과하게 요구되는 상황으로 가니까요. 결국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오기 전의 맨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준 적도 몇몇 있었죠.
이게 전임 감독이었던 무링요도 그렇고 솔샤르도 포그바의 존재감을 어떻게든 후방까지 넓히려고 한 이유였을 거에요. 볼이 어떻게 날라오든 경합 능력에서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면서 기술까지 발휘할 수 있는 선수인데 얘 하나만 어떻게 갈아넣을 수 있으면 경기력의 기복을 줄일 수 있고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소유할 수 있을 거라 봤을 테니까요.
전 다음 시즌 맨유가 더 나아지려면 포그바의 종적인 동선과 영향력을 줄이면서 후방 작업을 다시 하던지 아니면 후방을 어떻게 꾸려야할 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 (방출과 영입을 통해서) 을 찾는 게 우선 과제라고 봅니다. 하프 라인을 넘어서는 부분만 고정적으로 해낼 수 있다고 한다면 리그에서는 이제 지난 몇 년 간 보여왔던 허접한 모습은 조금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하거든요. 물론 더 높은 수준을 생각해야하는 팀이기 때문에 당연히 한끗 차이로 갈리는 승부나 다 막혀버린 상태에서 해결사가 되어줄 가능성이 높은 포워드 보강에 돈을 더 쓸 수밖에 없는 것도 맞긴 한데 이건 잘 생각해봐야하는 부분이겠죠. 이 구성을 유지한다고 하면 솔샤르가 매 경기 상대 분석을 기가 막히게 해와서 그에 맞는 수동적 대응을 선보여야하는데 무링요로 이미 한 번 실패한 시즌 플랜이기도 하고. 대다수의 맨유 팬들은 그런 축구는 이제 안 보고 싶어할 것 같기도 하구요.
사이클이 이제 궤도에 오르고 있는 시기라고 보는데 여기서 방출과 영입을 잘한다고 하면 리버풀처럼 팀이 확 변하면서 올라올 요소도 분명히 있습니다. 전반기엔 EPL 에서 첼시를 제일 재밌게 봤는데 짱개 폐렴 이후에는 맨유도 재밌게 본 편이네요. 졸려서 보다가 자고 그러기도 했는데 전 원래 이렇게 궤도에 오를락말락 하는 팀들을 되게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분명히 방출이나 영입 얘기가 이전부터 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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