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옛날에는 어느 지점에서 볼을 순환시키든 상대 선수들 중 누군가는 따라다녔는데 이제는 무링요로 시작된 효율성이 널리 퍼지면서 대부분의 팀들은 위협이 되지 않는 지점이나 이미 수비 대형이 갖춰진 상황에선 볼을 순환시켜도 따라다니질 않습니다. 오히려 상대 팀의 약점이 어딘 지를 분석하고 공간을 좁게 만들어서 볼이 의도적으로 어떤 한 방향으로 향하게 만드는 수비를 하기도 하죠.
‘볼 흐름을 죽이는 방법만 찾아낼 수 있다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상대적 강팀을 봉쇄할 수 있다.’
‘상대가 체력과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한다면 우리도 다른 방식으로 그걸 해내면 전력상 밀려도 한두번은 비빌 수 있다.’
이런 대응 방식이 발전해온만큼 볼을 소유하고 공격적인 방향성을 선보이며 앞으로 나가는 팀들도 그에 맞게 발전을 해야하고 그래왔습니다. 요즘 이런 상대적 강팀과 약팀의 맞대결에서 가장 주의깊게 봐야할 점은 어떻게 수비가 우리를 의식을 하게 만들어서 수비 대형을 깨뜨리냐겠죠.
1. 제일 첫 번째는 맨날 얘기해왔던 것처럼 측면입니다. 순간적으로 중앙에 공간이 생겼을 때 대각선으로 들어가면서 뒷공간을 파기도 좋고 측면 자체에서 수비가 그 지점을 의식하게 만들었을 땐 수비 대형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측면에 대한 얘기는 검색을 통해 찾아보시면 수 많은 글들이 나올 테니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2. 두 번째는 볼을 소유하는 팀의 패스 방향, 템포입니다. 늘상 말씀드렸던 부분 중 하나인데 수비 대형을 흔들 때는 종으로 흔드는 것보다 횡으로 흔드는 게 훨씬 위협적입니다. 볼을 소유하고 있는 팀은 볼이 향하는 방향에 있는 선수들이 주로 움직이지만 그걸 의식하고 움직이는 수동적인 팀은 수비 대형 전체가 움직여야하니까요. 그렇다면 이걸 의식하게 하려면 볼을 많이 잡는 선수들이 선택지를 많이 가져갈 수 있어야합니다. 특히 중앙에서 볼을 많이 잡게 되는 선수가 선택지를 많이 가져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죠.
이제 본론으로 왔습니다. 과거 선수 중 하나 데려올 수 있으면 챠비가 지금 제일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볼을 소유했을 때 그걸 재빠르게 처리하면서 전진하는 건 분명 중요한데 때로는 볼을 지키고 순간적으로 템포를 조절하기도 해야합니다. 상황상황에 따른 볼 소유의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챠비는 제가 본 선수 중 그걸 제일 잘합니다. 그로 인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상대보다 더 능동적으로 공수를 해낼 수 있게 만들고 경기를 지배하게 되는 겁니다.
3. 세스크, 라키티치, 아르투르, 푸츠
세스크에게 기대한 그림은 궁극의 쓰리백의 마지막 퍼즐 겸 챠비의 장기적인 대체자였습니다. 문제는 아스날에서의 세스크와 바르셀로나의 세스크는 아예 다른 선수였다는 거고 세스크의 장점을 써먹기 위해서는 바르셀로나가 점유율을 조금 내주더라도 전환 과정을 더 많이 마주해야한다는 거였죠. 이게 그나마 티토 때 어거지로 끼워맞추긴 했어도 조금이나마 더 나았던 이유입니다.
결국 세스크는 한 번 터치를 하더라도 창의적으로 해낼 수 있는 그 순간적인 센스를 몇 번 발휘하긴 했지만 경기력과 과정엔 전혀 기여를 못했습니다. 오히려 후방으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상대의 압박 지점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강도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주변 동료들에게 재빨리 떠넘기는 듯한 패스가 많았죠. 그래서 펩, 티토, 델 보스케, 타타 다 세스크의 후방 적응을 몇 번 시도는 했지만 포기했습니다. 근데 EPL 에선 아스날 시절뿐만 아니라 첼시 시절 초반에도 후방에서 전방까지 종적으로 동선을 가져가면서 본인의 센스를 마음껏 뽐냈습니다. 결국 바르셀로나가 하고자 하는 축구와 세스크의 장단이 어느 순간 괴리감이 발생하고 있었다는 거죠.
라키티치도 세스크와 유사합니다. 라키티치가 볼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경기가 답답한 게 그가 기술이 팬들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유형과 장단 자체가 그런 쪽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답답한 경기일수록 라키티치는 의미없는 횡패스만 미친듯이 합니다.
아르투르의 문제는 조금 다릅니다. 전 이 선수가 볼을 소유하고 그걸 지켜내는 기술 자체는 정말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본인의 주발에 재빠르게 볼을 가져가는 센스 또한 되게 좋다고 봅니다. 헌데 문제는 그 이후 과정입니다. 특히 본인이 주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없는 상황일 때 판단이 너무 느려져 시야가 아예 없다시피해서 가까이 있는 동료에게 그냥 떠넘기듯 패스를 합니다. 이건 과정만 다르고 세스크, 라키티치와 동일한 문제인데 그래서 저번 시즌 같은 경우는 왼쪽에서 뛸 때 조금만 상대 압박이 강해지거나 볼 흐름이 막히면 상황을 가리지 않고 알바한테 횡으로 돌려버리거나 메시한테 볼을 줘버렸죠. (후자가 많긴 했습니다.)
이번 시즌 초반엔 그 모습이 조금 사라지나했으나 다시 돌아왔습니다. 어쩌면 세티엔의 바르셀로나의 팀적인 문제가 합쳐져서 그런 걸수도 있겠죠. 그래서 아르투르가 주발을 쓰기 더 편한 위치에서 뛰는 그림을 원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럼 동선의 문제가 있었겠죠? 이게 데 용은 여기저기 기용됐지만 아르투르는 그렇지 않았던 이유일테고.
다 왔습니다. 이제 푸츠입니다. 전 팬들이 이 선수의 미래를 기대하는 것에 초를 치고 싶은 게 아니라 앞으로 정말 바르셀로나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가진 선수가 되기 위해선 지금처럼 성장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상대 팀들의 대응 방식은 해마다 발전할테고 퍼스트 팀에서 뛰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상대 팀들은 익숙해질 거에요. 온 더 볼, 오프 더 볼 가리지 않고 지금보다 더 많은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는 뜻이구요.
다음 시즌 바르셀로나가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 무엇일 지는 모르겠는데 그에 따라 푸츠 스스로의 성장 방향도 매우 중요할 거라고 봅니다. 이건 바르셀로나가 메시와 남은 기간 동안 어떤 축구를 하려고 할 지도 대략적으로 보이는 부분일 거구요 일단 푸츠는 긍정적인 요소를 본다면 본인의 장단을 스스로 잘 안다는 거겠죠. 거기서 더 발전할 수 있냐 없냐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긴 합니다만 더 지켜볼 필요는 있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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