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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194

by 다스다스 2020. 7. 28.

 

 

 

오늘까지 휴일이라 그동안 생각은 했었는데 미뤄뒀던 글들 좀 마무리짓고 가려고 합니다. 이건 현 바르셀로나에 관한 얘기일 수도 있고 그동안 봐온 바르셀로나에 관한 얘기일 수도 있고. 그냥 바르셀로나에 관한 얘기들을 늘어놓는 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막 엄청난 의미를 두고 쓰는 글은 아닙니다. 조금 길 수는 있습니다.

 

 

 

예전에 무링요 부임하고 엘 클라시코 4연전 열리고 이러던 10-11 시즌에 디 스테파노가 공개적으로 마드리드를 비판하면서 바르셀로나를 굉장히 띄워준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미 발다노와 마드리드의 방향성에 대해서 한 번 크게 싸우고 페레즈가 무링요 편을 한 번 들어준 이후였기 때문에 언론들은 이 디 스테파노의 발언을 조명했었죠. 당시 디 스테파노의 발언은 이랬어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曰 (10-11 시즌 리가 후반기 1-1 무승부 이후 인터뷰)

 

 

난 바르셀로나가 경기를 훌륭하게 지배해내는 걸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들의 축구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도 있지만 그 안에서 그들의 영혼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이 볼을 다루는 것은 존경스럽고 아름답다. 이 팀의 경기를 보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아주 큰 기쁨일 거야.

 

 

마드리드는 팀으로서 이런 개성이 없다. 이 경기는 앞으로 마드리드가 어떻게 해나가야할 지를 제시하는 교훈과도 같은 경기가 되어야 한다. 왜냐면 오늘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마드리드의 모습은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경기 전체적으로 지배당했고 구석에 몰리는 플레이만 펼쳤다.

 

 

(후략. 이 부분은 메시 칭찬임.)

 

 

 

왜 바르셀로나 얘기한다해놓고 마드리드 이야기를 갑자기 하냐면 바르토메우가 다음 시즌도 유지를 택하면 과거 페레즈의 실패와 비슷한 행보를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에요. 페레즈가 참 대단한 인물이긴 한데 이 사람도 실패를 두 번 정도 맛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실패의 원인은 크게 보면 세 가지입니다.

 

 

1. 돈

2. 바르셀로나

3. 감독

 

 

지금 바르토메우도 아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물론 페레즈만큼의 수완도 없고 영악함도 없습니다. 사업가로서 가진 기본적인 능력 자체가 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 건 명백해요. 그럼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능력 자체가 딸리니까 페레즈의 실패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저 세 가지를 바르토메우와 바르셀로나의 입장에서 보면 이렇겠죠.

 

 

1. 돈

2. 마드리드

3. 감독

 

 

 

1번부터 살펴보면 로셀이 의장이 된 이후 이들이 내세운 모토 자체가 재정적으로 자립이 가능한 바르셀로나였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벌려놓기도 많이 벌려놨고 가슴팍에 스폰서 다는 것도 라포르타도 여론을 못 이겨서 뒤집어엎어버렸는데 (이 때 달려는 게 베이징이었음. 짱개...) 그냥 강행해버렸죠. 물론 현대 사회가 되면서 낭만만으로 살 수는 없는 것도 맞는 거지만 전 세계 바르셀로나 팬들이 거기서 느낀 자부심은 상당했으니까.

 

 

 

바르토메우 이후 더 노골적으로 이 노선을 탔습니다. 바르토메우가 수 차례 강조하던 게 이거죠. 돈을 많이 버는 바르셀로나. 재정적으로 아무 문제 없는 바르셀로나. 그러면서 어느 순간 당연하게 이어진 결론이 하나 있습니다. 축구는 돈으로 성공할 수 있고 이미 크게 성공을 거둔 선수단을 유지시킨 채로 좋은 선수들을 계속 끼얹는다면 다시 한번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유지를 택하면서도 돈은 돈대로 계속 썼습니다. 누군가가 나가는 게 먼저 이뤄져야 했는데 정작 나가야 할 선수들 중 나가는 선수는 없는데 돈은 계속 썼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필요한 영입들도 있긴 했죠. 근데 꼭 실패를 하거나 분위기가 안 좋으면 누군가의 방출로 분위기를 쇄신하거나 변화를 예고하기보단 유지를 택하면서 네임 밸류가 높은 선수들이나 기대치가 굉장한 선수들을 데려오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어요.

 

 

 

그러면서 둘째로 감독의 의사가 엄청 강하게 들어간 것도 아닌데 마드리드와의 영입 경쟁에서 승리해야한다는 걸 의식하고 이적 시장에 뛰어든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유망주도 그렇고 퍼스트 팀 영입도 그렇고. 근래만 봐도 생각보다 되게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유망주야 아무래도 감독의 의사보단 기술진이나 스카우터들의 의견에 따라서 자국 내에서 유망하다는 선수들 미리 선점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겹칠 수 있는데 그러면서 마드리드보다 우리가 더 좋다고 내세우는 게 돈이라는 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라는 거죠. 가장 최근인 루찌? 같은 경우도 마드리드가 포기한 이유가 바르셀로나가 제시한 돈 때문이라고 얘기가 나왔었으니까요.

 

 

 

셋째는 감독을 완전 허수아비로 만든다는 겁니다. 발베르데도 그렇고 세티엔도 그렇고 발언권이 없을 거에요. (굳이 따지자면 상명하복 느낌이겠죠. 발베르데는 이런 걸 기가 막히게 하니까 좋아했던 거고.) 오히려 내부를 살펴보면 감독은 철저하게 고립된 위치에 있을 확률이 높겠죠. 근데 분위기가 완전 작살나면 욕은 감독이 다 먹게 되는 거고. 세티엔 같은 경우야 이미 본인이 그런 걸 다 알고도 바르셀로나 감독을 해보고 싶어서 온 거고 분위기 작살내는 데 못해도 3~40%는 관여를 했기 때문에 발베르데랑은 조금 다르다볼 수 있는데 감독 입장에서 고려되고 있는 축구 내외적인 부분들이 굉장히 적을 거라는 건 똑같아요.

 

 

 

발베르데 경질 이후 챠비 루머가 나올 때 제가 부임 조건을 내걸 거라고 예상했던 것도 너무 당연하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사람들은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축구를 하는 건 감독과 선수들이 되어야하고 이들은 우리의 입장에서 지원을 해줄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니까. 내부 인사였던 사람들은 다 똑같았습니다. 펩도 그랬고 루쵸도 그랬죠. 크루이프도 그랬음. 외부 인사 중 성공을 거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레이카르트가 덜했는데 대신 크루이프와 치키가 관여를 하고 있었죠. 이 중 펩은 재계약 한 번씩 할 때마다 보드진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들을 줄이는 걸 재계약 조건으로 삼기도 했구요. (이전 글에 있는 에스티아르테 같은 경우도 이거에 포함되겠죠.) 첫 계약을 제외하고 1년씩 계약을 갱신했던 이유 중 하나였을 거에요. 물론 펩은 수많은 추측과 질문에 공개적으로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고 했으니 그게 가장 큰 이유긴 했겠죠.

 

 

 

이걸 페레즈의 마드리드가 실패하던 그 때 당시 (1기와 2기) 로 돌아가서 대입해보면 얼추 맞아떨어집니다. 끌어올 수 있는 돈을 다 끌어모아서 갈락티코를 시도했고 바르셀로나한테서 피구까지 뺏어오면서 성공을 거두었는데 거기서 멈추지 않고 선수단을 유지한 채로 계속 끌어모으다가 결국 탈이 났습니다. 그 와중에 바르셀로나와의 영입 경쟁에서 계속 우위를 점하고 선수들을 마드리드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고 바르셀로나는 더 암흑기로 가면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둘이 동시에 제안이 들어왔을 때 훨씬 매력적인 선택지는 마드리드라는 걸 증명해냈죠. 안정적인 선택지고 돈을 많이 주니까.

 

 

 

칼데론의 마드리드가 끝내 실패했고 리가에서 유망한 감독을 부임시키고 감독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선수단 구성을 다시 이전하고 비슷하게 구성해버렸습니다. 페예그리니의 의견은 하나도 반영이 안 됐죠. 감독도 중간에 칼데론의 마드리드가 있었지만 무링요가 마드리드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기 전까지 (델 보스케가 나가고나서) 감독이 꽤나 많이 바뀌었었죠. 이 부분은 마드리드가 훨씬 심하긴 하겠네요.

 

 

 

물론 로셀파로 이어진 이들의 입장에선 야심차게 밀어줬던 티토가 여러 가지 이유들로 꼬이면서 팀이 정체되었다는 게 크긴 컸을 거에요. 이 때 제일 많이 듣던 비판이 주비사레타랑 너네는 허수아비냐 였으니까. 뜬금포로 타타를 선임했던 이유도 자신들이 관여하면서 팀을 살리는 데 적합한 인물이 필요했다는 게 컸겠죠. 타타 부임할 때 유독 세스크를 기가 막히게 쓸 거다란 얘기가 많았던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었을 거에요.

 

 

 

제가 마드리드 얘기할 때 지단을 되게 칭찬하는 것도 이런 부분들을 포함해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가 감독으로서 보드진과의 거리, 선수들과의 거리 등등 그런 외적인 것들을 굉장히 잘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감독이란 직업 자체가 단순히 전술적으로, 이론적으로만 늘어놓는 직업이 아니란 뜻이기도 하고. 이론으로만 똘똘 뭉친 감독들이 막상 빅 클럽에 오면 쓸데없는 고집만 피우다가 망하는 이유도 이런 것들이 고려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이들처럼 정치적으로도 얽혀있는 클럽 같은 경우는 어쩌면 더하겠죠.

 

 

 

전 그래서 현 시점에선 바르셀로나가 망하는 것보다 마드리드가 적당히 잘 됐으면 하는 게 있어요. 새로운 마드리드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 바르셀로나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면 진짜 위기라는 걸 느낄 확률이 되게 높거든요. 바르셀로나가 망하려면 좀 크게 망해야 합니다. 팬으로서 그런 걸 바라는 건 좀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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