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도 그렇고 일상 생활도 그렇고 많이 지쳐서 좀 멀리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라키티치가 떠났네요. 가서 남은 축구 인생을 잘 마무리하길 바랄 뿐입니다.
- 바르셀로나
예전에도 했던 말인데 바르셀로나는 저항 의식도 많아보이고 늘 진보적일 것 같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되게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이것 역시 예전에도 했던 말이지만 로셀의 당선과 바르토메우의 당선 모두 순전히 그들의 능력만이 고려된 당선은 아니었거든요. 이미 뭔가 이뤄둔 게 있고 지역 내에서 익숙한 인물이었다는 것 역시 되게 컸죠. 누네스라는 바르셀로나 역사상 가장 긴 시간 동안 의장을 해먹었던 양반이 떠나고나서 다음 의장으로 뽑힌 사람이 가스파르트였는데 이 사람은 누네스의 밑에서 부의장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만큼 카탈루냐 내에서 검증이 되었고 안정적인 인물을 선호하는 건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온 모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구요.
사실 이 문제는 조금 더 올라가야합니다. 바르셀로나란 도시의 특성 그리고 카탈란들의 문제를 알지 못하면 지금 보드진의 행보 (그 전 보드진들의 행보도 마찬가지) 와 소시오들의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 않거든요. 종종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소시오들은 대체 왜 그 모양인가요? 인데 이것 역시 이 부분을 알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라포르타, 로셀, 바르토메우 그리고 종종 보이는 프레이사, 잉글라, 소리아노, 파우스 등등은 카탈라니즘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던 시기에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대 자체는 운동권 세대라고 보시면 되는데 당연히 지금 소시오에도 이 카탈라니즘을 크게 겪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젊은 세대보다는 4~50대 전후 세대가 훨씬 많을 테니까요. 근데 이 민족주의라는 게 적당한 선에서 멈췄어야했는데 어느 순간 바르셀로나란 축구 클럽은 카탈루냐가 됐고 클럽 그 이상이란 클럽의 모토는 어느 순간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게 되버렸죠. (꾸레코리아에 제가 슬로건 번역하면서 카탈루냐 깃발을 걸어둔 게 이런 걸 고려하고 걸어둔 겁니다... 그리고 카탈루냐가 진보적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진 것도 이 시기에 일어난 현대화와 이 세대들의 성장 과정들 때문이었을 거라고 봅니다.) 바르셀로나를 바라볼 때 일반적인 클럽이란 느낌보다는 뭔가 하나의 조잡한 국가처럼 보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이런 밑바탕을 이해하고 보면 바르토메우와 그 전 의장들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씩 짤막하게 살펴보기 전에 큰 틀에서 보면 바르토메우도 그렇고 라포르타, 로셀 모두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하나의 도구에요. 그들에게 바르셀로나는 축구가 아니라 카탈루냐니까. 의장직을 그만두고 났을 때 그 이후 자신들의 행보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는 거죠. 그래서 이전 의장의 재정을 미친 듯이 파헤치면서 또 지들은 돈을 미친 듯이 씁니다.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인데 다음 의장은 다시 이걸 반복하죠. 왜 그럴까요? 이건 라포르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라포르타는 사실 공약 중 단 하나도 못 지킨 의장 중 하나인데 지금 바르셀로나 팬들 중 대다수는 라포르타를 그리워합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죠. 그가 의장으로 있을 때 바르셀로나는 성공을 거두었고 마무리도 좋았으니까. 사실은 이게 라포르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데 그 부분을 절대 바라보질 않습니다. 제가 폰트였으면 축구 내적인 관점을 내세워서 이 부분을 진짜 미친 듯이 공략했을 거에요. 그럼 라포르타는 물론이고 로셀파까지 싹 다 저격할 수 있거든요.
로셀을 볼까요? 로셀이 당선되고나서 제일 먼저한 게 클럽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거였습니다. 대체 이게 뭔가 싶은데 따져보면 카탈루냐의 정체성을 찾는 거였어요. 소시오의 글로벌화도 없애버리고 바르셀로나를 더더욱 카탈루냐로 느껴지게끔 만드는 행보였죠.
이제 바르토메우를 보면 이 아이러니함을 다 갖추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돈은 돈대로 쓰면서 앞에선 재정 건전성을 논하고 있으며 클럽 내 불투명함을 지적하던 인물 중 하나 (가스파르트와 라포르타의 잔재를 파헤치자는 의도로 뭉친 사람들) 가 지금은 그 논란의 중심에 서있죠. 메시의 이적에 관해 이렇게 철통같이 소통을 거부하고 잔류만을 고집하는 이유? 본인의 정치적인 입지를 잃어버릴 가능성과 바르셀로나가 나락으로 갈 가능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 제일 클 거에요. 피구를 잃어버린 가스파르트와 네이마르를 잃어버린 자신이 몇 년 동안 어떻게 됐는 지를 봤으니까. (살짝 다르지만 아주 유사한 실책을 합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더 나아가면 메시는 이제 그냥 바르셀로나의 선수 중 한 명이 아닙니다. 바르셀로나를 상징하고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인물이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놔줄 생각이 없을 겁니다. 메시가 떠나려는 이유가 챠비나 이니에스타처럼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도 아니고 저뿐만 아니라 많은 팬분들의 추측하는 것처럼 선수로서의 욕심 때문이라면 바르토메우는 더더욱 이런 스탠스를 유지할 겁니다.
불신임이 되든 안 되든 바르토메우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메시가 남으면 떠난다는 소리도 나오는 거죠. 최대한 본인이 있는 동안 바르셀로나를 유지시켜놓고 자신이 사다놓은 작품들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는 게 중요한 거에요. 이 인물들이 메시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만들어낸다? 그럼 그게 자신의 평판을 다시 살려줄 테니까요. 되게 큰 그림을 보고 있는 거고 쿠만을 자신의 마지막 필살기로 보고 있는 거죠. 어차피 지금 메시를 팔아봤자 바르토메우는 그게 자기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한테 따로 커미션이 떨어질 일도 없고 그 돈을 가지고 네이마르나 그리즈만 정도 되는 선수를 데려올 방법도 없습니다. 혹여나 그런 미래가 있다해도 뎀벨레 꼴날 수도 있는 건데 메시를 판 돈을 그런데다가 박을 수 있을 리가 없죠. 바르토메우에게 메시 잔류 외에 나머지 사항들은 단 하나도 고려되지 않고 있을 거에요.
다음 의장의 행보는 바르토메우를 파헤치고 그의 바르셀로나를 없애는데 집중하느냐 아니면 정말 축구 내적인 관점으로 바르셀로나를 살리는데 집중하느냐를 보면 된다고 봅니다. 지금 카탈루냐 경찰한테 바르토메우가 기소당했단 얘기가 있던데 이걸 물고 늘어지면 볼 것도 없겠죠. 그 의장도 결국은 비슷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한단 소리입니다.
- 메시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메시는 아마 이런 것들에 많이 지쳤을 거에요. 커리어가 쌓이고 나이도 먹으면서 어렸을 때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거고 (연장자가 되고 선배가 되면 후배들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펩이나 루쵸 같은 내부 인물들이 대체 왜 그렇게 급속하게 늙어갔고 스트레스를 받았는 지를 깨달은 거겠죠. 펩이 왜 그렇게 다른 환경을 원했는 지도요. 그리고 타타, 발베르데 (내부 인사라고 봐도 무방한데 사실 외부 인사에 조금 더 가깝다고 보는 게 맞겠죠.), 세티엔 등등은 왜 그렇게 허수아비가 될 수밖에 없었는 지도 메시는 알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보구요. 세티엔이 오고 자신의 몸은 계속 갈려나가면서 더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보였냐면 오히려 베티스 시절보다 훨씬 더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바르셀로나에서 단 한 명의 선수도 세티엔의 이론을 이해하고 필드 위에서 실행하질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해를 못해서 발렌시아 전 같은 경기가 나와버렸고 그 후에는 저같은 사람들도 예측이 가능할 정도로 뻔한 축구를 했죠. 메시가 아니더라도 어떤 선수더라도 감독에 대해 의문을 품고 클럽의 행보에 확신을 못했을 거에요. 이런 감독이 적어도 현실적인 판단이라도 할 줄 아는 감독의 후임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거니까.
메시가 어떤 선택을 할 지 모르겠는데 만약에 남는다면 쿠만에 대한 확신과 축구 내적인 관점에서 무언가가 보였기 때문에 남는 게 아닌가라고 추측하고 싶어요. 그게 아닌데도 남는 걸 선택한다면 바르셀로나에 대한 애정 하나만 갖고 1년을 더 뛰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