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 둘러봤는데 그냥 많이 지친 것 같아요. 그것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네요. 부정적인 얘기들이 쉴 새 없이 오고가고 진짜 이렇다할 변화는 또 없으니까 스스로 환경의 변화를 원하는 느낌이 듭니다. 보드진은 압박용이라 생각하고 있다가 진짜 떠나려는 것 같으니까 정신이 번쩍 든 느낌. 선수들이 압박용으로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긴 했으니까요. 비달이나 수아레즈, 푸욜이 응원 댓글도 공개적으로 남겼다던데 그런 거 보면 평소에도 지쳐있는 모습이 보이긴 했다는 거겠죠? 팬들은 알 수 없어도 같이 지내던 사람들 눈에는 평소랑 다른 게 보이기 마련이니까. 보드진이 요 근래 계속 메시는 남을 거다, 남을 거다 이런 것도 현지에선 그런 부분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계속 그런 쪽으로 질문을 던졌을 수도 있고.
차근차근 봐보면 네이마르의 이탈 이후로 팀의 시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는데 (이니에스타와 메시가 좌우를 나눠먹는...) 그 이후 시도한 미미한 변화들은 다 실패했죠. 일단 기본적인 토대는 결국 유지였다는 게 제일 컸고. 지난 3년 동안 마주한 건 동일하거나 어쩌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이른 한계를 맞이하는 거뿐이었고. 어떻게든 극복하려고 노력했는데 진짜 안 된다는 걸 확인하고나니까 바르셀로나나 본인에게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가족들하고 얘기까지 마치고 터뜨린 건 환경의 변화를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냐 없냐 역시 메시가 고려할 사항이었을 테구요.
본인들의 바르셀로나로 어떻게든 뭔가를 만드려던 보드진이 택하는 건 계속 유지, 유지, 유지에 대다수의 영입들이 축구 내적인 관점이 들어간 영입보단 네임 밸류에 치우쳐있는 영입이었는데 메시는 그런 정치적인 건 중요치않고 커리어 끝까지 계속 뭔가를 이룩하고 싶어했던 거 같고. 그만큼 계속 앞서나가고 싶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바르토메우는 어떻게든 자신들의 바르셀로나를 유지하면서 뭔가를 해내야만 했을 거고. 메시는 정치적인 요소들에 흔들리고 싶어하지도 않았고 그냥 축구를 즐기고 싶은 그 열정이 여전한 것 같네요. 보기 좋아요. 정말로. 진짜로 나갈 수도 있고 잘 풀려서 남을 수도 있는데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메시 본인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했으면 좋겠네요. 이 정도로 안정적인 삶이 자리잡았는데 떠나고 싶어할 정도면 되돌리기 쉬워보이진 않긴한데 뭐... 팬 입장에선 남기를 바라야죠.
바르셀로나 입장에서 보면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메시가 나가는 거기 때문에 쿠만이 얼마나 그릇이 큰 감독이냐가 좌지우지할 거에요. 저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생각 이상으로 바르셀로나의 관념을 축구로 잘 이끌어낼 수 있다면 후유증은 분명히 적을 건데 그렇지 않다면 메시의 이탈은 아주 치명적으로 작용하겠죠. 피구나 네이마르의 이탈과는 비교도 안 될 겁니다. 바르토메우가 나가고나서 새로운 의장이 들어서도 분명히 바르셀로나를 살려야한다고 무리한 영입을 시도할 수도 있는 거고. 팬들은 메시가 마지막까지 달리고 자연스레 은퇴하는 그림이 아니라 갑작스레 떠나버린 거니 그 여파가 계속 남아있겠죠. 이건 저 역시 마찬가지일테구요.
남기를 바라지만 떠난다면 앞서말했듯이 본인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행선지를 골라서 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