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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티아고는

by 다스다스 2020. 9. 4.

 

 

바르셀로나에 안 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바르셀로나가 접근할 거라 생각하지도 않긴 한데 혹여라도 접근한다면 발 뺏으면 좋겠습니다. 엄청 옛날 글부터 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굉장한 알칸타라 형제 빠돌이 (하피냐는 라파 알칸타라라 불릴 때부터 미친 듯이 좋아했음...) 인데 지금 시점에 티아고 영입은 기존 자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도 주긴 하겠지만 부정적인 영향도 클 거에요. 보조자와 보조자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를 두고 보조자를 고르는 경우는 보통 그 이상을 할 수 있는 선수의 단점이 팀 내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인데 만약에 바르셀로나가 이번에 티아고를 거르면 이 부분이 클 겁니다. 바이날둠이 아니라 누가 오더라도 보조자 성향이 짙은 선수가 온다면 그 역시 똑같은 이유일 거에요.

 

 

 

티아고는 지금도 웬만한 미드필드들과 비교해도 기본기가 탁월한 수준인데 (이런 기본적인 터치 가지고 티아고 앞에다 둘만한 미드필드 몇 없습니다.) 아직도 못 고친 게 있어요. 습관인데 그게 먹히고 그렇게 해왔고 뮌헨에서 어느 순간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볼을 제일 많이 만지고 중심축이 됐으니 고칠 필요가 없기도 했을 테구요. 이게 뭐냐면 발목 힘으로 플레이를 너무 많이 해요. 그래서 때로 의외성 넘치는 슈팅 (중거리나 달리다가 갑자기 차는 거라던가 그런 것들) 이나 로빙 패스나 그런 게 나오곤 하지만 이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심축이 되는 선수가 이런 성향일 경우 팀이 더 도전적이고 더 많이 뛰고 더 경합에 적극적으로 뛰어야 합니다. 사실 뮌헨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미드필드죠. 경합에 강한 선수들이 즐비하고 많이 뛸 수도 있고 패스 거리와 세기를 덜 가리는 포워드들이 앞선에 있으니까.

 

 

 

물론 어렸을 때부터 허벅지나 무릎 쪽 부상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부상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 플레이 스타일을 그냥 꾸준하게 이런 쪽으로 밀고 나간 걸 수도 있고 그동안 만난 감독들이 그 이상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근데 이건 분명히 문제가 될 거에요. 뮌헨에서도 근래에 발목 부상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조금은 위험할 거라고 보구요.

 

 

 

티아고가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 제일 지적을 많이 받았던 게 이 부분이었어요.

 

 

'티아고가 패스를 하면 패스가 이상하게 튄다. 그래서 동료가 다음 동작을 제대로 못 이어가서 (또는 볼을 지키기 위한 동작이 길어지거나 많아지니) 템포가 확 죽는 경우가 많다.'

 

 

 

사실 티아고 본인의 동작만 놓고 보면 모든 동작이 사전 동작도 없어 보이고 빠르니까 패스도 빨라 보이고 볼도 빠르게 굴러가는 거 같지만 한 번 어긋나면 템포가 확 죽고 볼이 도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아예 다 꼬여버리면 패스 미스도 많이 나고 경기 자체가 지저분해지는 경우도 있죠. 아마 펩 뮌헨을 많이 보신 분들은 보셨을 거에요. 그 이전 바르셀로나를 보셨던 분들이면 마찬가지로 보셨을 거고 스페인에서도 꽤 많이 보인 문제였습니다.

 

 

 

이런 선수는 후방에서 동료들이 자신의 패싱에 맞춰서 움직여줘야 빛이 나는데 사실 바르셀로나는 그러면 전후방이 다시 분리될 겁니다. (공수 분리의 개념 하고는 다른 개념) 후방은 티아고가 먹고 전방은 메시나 그리즈만이 먹는 형태가 될 건데 (아무래도 하프 라인을 넘어서면 메시나 그리즈만의 터치는 늘어날 테니) 그럼 자연스레 데 용 같은 선수들이나 주변 풀백이나 포워드들에게 영향이 갈 거에요. 지금 시점에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겠죠. 이게 제가 리버풀에는 어울릴 것 같은데 맨유에는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한 이유 중 하나기도 하고 실제로 리버풀은 티아고 영입이 팬들도 그렇고 말이 많은데 맨유는 좀 덜하잖아요? 아닌가?

 

 

 

가까운 데서 보면 데 브라이너가 이런 부분에서 빛이 납니다. 발목 힘으로 볼을 처리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한 판단력 같은 것들이 말이죠. 멀리 가면 챠비 같은 경우는 대부분의 경우 패스를 무릎으로 쓰윽 밀어준다는 느낌이 강한데 그래서 받는 선수의 터치가 튀는 경우가 없습니다. 이니에스타도 살짝 비슷한데 챠비만큼은 못하고. 부스케츠도 챠비처럼 되게 잘하죠.

 

 

 

티아고랑 여러 팀들의 궁합을 생각했을 때 리버풀로 가면 정말 재밌게 축구할 것 같아요. 티아고 본인에게도 되게 잘 맞는 팀일 것 같고. 되게 좋은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바르셀로나와 다시 합치기에는 더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굳이 합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내키진 않지만 프야니치도 시험해봐야 할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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