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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10

by 다스다스 2020. 9. 7.

 

 

 

요즘 쉬고 있어서 리듬을 농구에 맞춰놨더니 농구 보고 나면 할 게 없네요. 농구 관련 글이라도 쓸 줄 알면 더 재밌을 텐데 그 정도는 아니고... 무엇보다 플레이오프는 수비가 너무 빡세서 그런가 저 같은 농알못한텐 좀 재미가 떨어지긴 하네요. 한 팀만 수비를 잘하면 모르겠는데 양 쪽이 다 그러니... 그래서 글 쓸 거 없나 고민하다가 그냥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 풀어볼까 해요. 딱히 지금 시기상 맞는 글은 아닌 것 같은데 앞으로 쿠만의 바르셀로나를 볼 때 쿠만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야한다. 저렇게 해야한다. 를 제시하는 글이 아니라 그 동안 가져왔던 생각을 풀면서 방향을 여러 가지 방면으로 예상해보는 글이니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농구에 그래비티란 말이 있습니다. 이건 말 그대로 상대 팀 수비수들을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능력을 말하는 건데 동시에 한 명의 선수가 얼마나 팀의 공간을 열어주는데 기여하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가진 게 많으면 많을수록 할 줄 아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 팀 수비수들을 곤란하게 만들 수 있겠죠? 축구에서 저런 용어를 쓰진 않지만 (전 축구에 한해서는 쓰잘데기 없는 용어나 있어 보이는 용어 쓰는 걸 안 좋아합니다.) 저런 것들은 분명히 유효해요. 제한적인 선수에겐 그에 맞는 대응책이 있고 할 줄 아는 게 많은 선수에겐 그보다 더한 대응책이 있으니까요. 때론 일회성으로 확실하게 잡으려고 하는 대응책도 있구요.

 

 

 

 

전 바르셀로나가 추구하는 관념 속에서만큼은 팀의 제일 앞선 그리고 중앙에 서는 공격수는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된 선수가 서야된다고 보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이걸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게 저 얘기라서 저 얘기를 서두에 한 거에요. 팀 내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된 선수란 것 자체가 가장 확실한 공격수라는 뜻이고 수비 밀도가 아주 높은 곳에서도 제 몫을 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란 뜻이거든요. 그래서 메시는 우측면 포워드로 포메이션상에 찍혀있어도 막상 경기를 보면 대부분의 시간을 중앙이나 중앙에 걸쳐져 있는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감독이 바뀌어도 메시의 동선이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건 바르셀로나가 메시의 이 동선을 포기해야 할 명분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에요.

 

 

 

중간중간 타타와 루쵸, 세티엔이 메시를 측면으로 빼버렸었는데 이 이유는 각각 다릅니다. 이 중 루쵸를 빼고는 측면의 메시를 기용하면서 얻어낸 게 없었어요. 오히려 선수 구성 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어떻게든 메시를 갈아마시려는 의도가 강했죠. 물론 루쵸에게는 메시와는 다른 걸 제공할 수 있는 하락세를 타기 전인 수아레즈란 카드가 있었고 이 둘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리기 위해선 메시가 다른 방면으로 뛰어야 했기에 잃는 것보다 얻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MSN 이란 쓰리톱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낸 거였죠.

 

 

 

 

기술적으로 가장 완성된 선수가 필드에서 중앙이나 중앙에 걸쳐있을 때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건 많습니다.

 

 

- 측면으로 순간적으로 빠져서 본연의 힘으로 수비수들을 끌고 다니거나 의식하게 만들 수 있고

- 상대 박스 근처에서 루즈볼이나 세컨볼을 따냈을 때 아주 좋은 찬스로 만들 확률이 높으며

- 볼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경우 종횡으로 움직이면서 소극적인 팀의 전진이나 공격을 뚫어줄 수 있으며

-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평소보다 더 적은 수비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이거 외에도 많아요. 대표적인 거 몇 가지만 꼽아본 겁니다.)

 

 

 

이건 메시가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다 해내고 있는 부분들입니다. 물론 90분 내내 다 해내지는 못하죠. 해내는 것도 이전보다 떨어질 테고 이유야 체력도 딸리고 신체 능력도 예전 하고는 다를 테고 여러 가지로 예전하고 다르니까요. 그럼에도 메시가 볼을 잡으면 기본 3명은 메시를 의식하고 메시와 볼을 쳐다보죠. 심지어 박스에서 조금 동떨어져있어도 한 번 놓치면 박스 근처까지 가니까 지역 방어와 맨투맨을 혼합한 수비 방식으로 대처를 하기도 합니다. 

 

 

 

메시의 가장 큰 문제는 이거에요. 루즈볼이나 세컨볼을 따는 빈도 수가 적어졌으며 앞선에서의 그런 탈환이 줄어들어서 상대가 볼을 소유하는 빈도 수가 높아지니까 팀이 후퇴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크로스 시도도 네이마르까지 나가니까 지난 몇 년 간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런 탈환에 있어서 팀이 너무 떨어졌다는 것 역시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겠죠. 팀의 압박의 시발점이 되어야 하는 둘 (수아레즈, 메시) 이 이런 탈환이 너무 떨어져 있으니까.

 

 

 

그리즈만을 가장 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팀의 앞선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움직여서 볼을 탈환해낼 포지셔닝과 지능이 있고 그걸 90분 내내, 매 경기해낼 수 있는 특이한 무언가를 가진 선수라는 거죠. 그 이상을 해낼만한 능력도 충분히 있는 선수구요. 실제로 저번 시즌 바르셀로나는 예년과 비교했을 때 순식간에 뒤로 빠지면서 라인의 유동을 지나치게 가져가는 경기는 분명히 줄어들었어요. 이건 눈으로 대충만 봐도 확연하게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즈만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익숙지 않은 동선을 가져가는 것과 동시에 본인이 볼을 만지는 비중이 지나칠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것과 더해서 본인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볼을 받는 것보다 양 발로 볼을 받으면서 (발베르데는 좌측면에 배치하면서 오른발이 나가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유도했습니다. 제가 몇 경기 보다가 중간에 그리즈만이 오른발 쓰는 걸 유심히 보라고 말씀드린 적이 몇 번 있어요.) 다음 동작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적응 기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세티엔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중앙에 박아두고 발뿐만 아니라 온 몸으로 볼을 받는 것까지 원했는데 사실 그리즈만이 그게 됐으면 진작에 잘했을 거에요. 애초에 할 수도 없는 걸 시킨 겁니다. 우월한 신체 능력이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걸 주문했다는 거 자체가 감독이 이론에 굉장히 치우쳐져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고... 세티엔은 제쳐두고 발베르데가 많은 걸 바란 걸 수도 있고 그리즈만이 생각보다 이런 부분들에선 부족했던 걸수도 있는데 이거야 관계자가 아닌 이상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보구요. 전 이 부분은 분명히 나아졌고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고 보지만 여전히 더 적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돌아와 보면 쿠만이 지금 선수들을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봤을 때 두 가지에요.

 

 

- 메시가 박스에서 조금 멀어지는 대신 (아니면 측면에 가까워지는 대신) 다른 선수들의 장점들을 잘 조합해서 박스 안에서 다른 방면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힘들 게 하는 것 (MSN 이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 메시가 철저하게 자신의 동선 안 (중앙~~~우측면 하프 스페이스~~~우측면에 살짝 걸친 그 동선) 에서 움직이면서 주변 동료들의 보조를 바탕으로 최대한 효율적으로 뛰는 것

 

 

 

물론 이 두 가지를 절충해낼 수도 있겠죠. 거기다 공수를 봤을 때 고려할 사항들은 분명히 더 있을 테고.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메시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전술적으로 골머리를 썩는 게 아니라 감독이 메시 의존증의 맥락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오히려 메시의 존재는 다른 선수들에게 득이 되면 됐지. 방해가 될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제일 첫 번째로 봐야 할 건 쿠만이 메시 의존증을 줄이려는 노력을 할까? 겠죠. 장점 대비 단점이 뚜렷한 선수들이 몇몇이 있긴 하지만 전술적 제한성이 강한 선수들은 그렇게 많다고 보지 않는 편이라서 감독의 방향성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데파이를 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에 따라 쿠만이 생각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선명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후방과 측면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이것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음. 하도 같은 얘기를 하다 보니까 이제 우려먹으려고 문장 하나를 생각해뒀어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볼을 전진시키면서 공간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면 상대의 수비 대형이 갖춰지지 않는 상황을 마주할 것이며 자연스레 우위를 점하고 앞선에서의 볼 탈환도 더 원활해질 것이며 공수를 다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빠른 전진과 빠르게 볼이 굴러가면서 측면에서 속도가 나기 시작할 경우 바르셀로나는 대부분의 경기를 잡을 수 있다.'

 

 

 

랑글렛의 다음 과제는 본인이 볼을 가졌을 때 얼마나 빠르게 올바른 위치에 내보낼 수 있는 지도 있겠지만 순간적으로 간격을 좁히거나 넓히면서 또 다른 피보테가 될 수 있을까도 포함되어있겠죠. (피케는 됩니다. 아주 잘하고. 움티티도 잘했는데 어디 갔는지 안 보이네요.) 에릭 가르시아를 원하는 이유도 가르시아는 이걸 어렸을 때부터 배웠고 펩한테 한 번 더 조정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드네요. 펩이 센터백만큼은 바르셀로나에서의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진짜 확고하거든요. 아마 에릭 가르시아를 안전한 선택지라고 내부에서 판단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고장난 측면을 고치는 건 감독의 기용 방식부터 시작된다고 보기에 그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사실 거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고 보는 게 맞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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