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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에투, 즐라탄, 수아레즈

by 다스다스 2020. 9. 8.

 

 

 

앞에 둘은 한 명은 되게 잘했지만 바르셀로나와는 전혀 안 맞는 선수였고 한 명은 바르셀로나와 정말 너무 잘 맞은 이상적인 모델이라 생각했는데 뚜껑을 까 보니까 전혀 안 맞는 선수였고. 마지막 하나는 불안 불안했는데 실전적으로 봤을 때 메시, 호마리우 다음으로 바르셀로나와 잘 어울리는 선수였음.

 

 

 

에투부터 얘기하고 싶은데 바르셀로나 팬들 유입이 제일 많았던 시기가 펩 바르셀로나 시절을 제외하면 이 때일텐데 마드리드를 향해 쌍욕을 하고 시원시원하게 골을 넣던 모습 때문에 좋은 기억을 갖고 계신 팬분들이 되게 많을 거에요. 저 역시도 초창기엔 그랬구요. 한데 선수 자체는 아주 좋은 선수고 높은 클래스를 보였다고 보지만 바르셀로나에 어울리는 포워드였다는 것엔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싶은 선수임. 그냥 사이클이 잘 맞았고 레이카르트가 선수들의 장단을 잘 맞춰냈고 잘 이끌었다는 평가가 우선적으로 깔리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에투의 최대 장점이라 하면 본인에게 어느 정도 공간이 보장되어있는 상태에서 그걸 활용하는 능력이 아주 좋고 슈팅 스킬이 좋았다는 건데 이만한 장점을 가진 선수가 수비 밀도가 높아지고 공간이 제한적인 상황이 될 때는 퍼스트 터치의 기복부터해서 연계도 안 되고 상대 수비수들 사이에서 고립이 되어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심하면 아예 다른 선수 같아보일 정도였죠. 어느 순간 상대의 대응 방식이 단단해지고 호나우딩요는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예전부터 그랬지만 본격적으로 나태해지면서 술 퍼마시고 여자들이랑 놀기 시작하던 그 시기) 에투의 활약상도 덩달아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호나우딩요 구경도 하기 힘들었던 레이카르트 막바지에도 그랬고 펩이 오고 나서도 이런 부분은 두드러지게 나타났죠.

 

 

 

펩이 내놓은 해결책이 에투를 아예 사이드로 빼버리고 메시가 최대한 중앙에 가까운 위치에서 움직이는 거였는데 이것도 결국 일시적인 해결책이었고 에투가 나가야 앞선부터 팀의 변화를 줄 수 있었고 거기서 선택한 카드가 즐라탄이었는데 사실 오기 전엔 크루이프나 펩, 치키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즐라탄의 가능성은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든지 다 할 것 같은 포워드였으니까. 막상 와보니까 그게 아니었다는 게 충격이었죠.

 

 

 

즐라탄은 다른 것보다 횡으로 넓게 뛰는 게 아예 안 되서 측면을 지원해준다는 게 안 됐습니다. 의외로 상대가 예측 가능한 플레이를 너무 많이 했음. 더해서 본인이 가진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플레이로서 녹여내는 걸 너무 못했어요. 어렵게 오는 볼들을 여기저기서 온 몸으로 받아주는 게 아니라 이상한 동작까지 하면서 발로만 받으려고 했죠. 09-10 시즌 보면 후반기로 가면 갈수록 상대의 수비 밀도가 자신들 박스 근처로 엄청 몰렸는데 즐라탄이 그때부터 엄청 못해졌어요. 물론 리가 심판들이 세리에 심판들하고 다르게 파울 콜을 부는 스타일이 많이 달랐다는 것도 즐라탄이 자신의 플레이를 못하는데 일조를 했겠지만 이건 하나의 요인이었을 뿐. 즐라탄 본인의 문제가 더 컸음.

 

 

 

거기다가 의외로 기본적인 패스 미스도 많았던 편이었고. 말 그대로 뚜껑 까보니까 아예 다른 선수였습니다. 전혀 장신 포워드다운 선수가 아니었음. 물론 전반기에 잘했던 건 적응 과정 속에서 순전히 본인의 능력으로 그 정도 활약을 한 거라서 클래스가 떨어지는 선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전혀 다른 포워드였고 바르셀로나가 찾는 포워드 (정확히는 메시와 함께 뛰었을 때 잘 뛸만한 포워드) 는 아니었다 정도?

 

 

 

 

수아레즈는 지금은 되게 싫어하는 선수인데 2년 동안 보여준 모습 (16-17 전반기 정도까지로 보시면 되겠네요. 14-15 전반기는 날려먹었으니) 은 제 눈으로 봤을 때 메시, 호마리우 다음으로 바르셀로나에 어울리는 센터 포워드였다고 봅니다. 그 이후는 언급하기도 싫을 정도로 못했다고 보구요. 몇 골을 넣었냐 이런 건 중요하지 않음. 그런 걸 제일 앞에 내세워서 포워드의 가치를 판단하는 시기는 지나도 한참 지났어요.

 

 

 

수아레즈는 여러 차례 말했지만 온 더 볼이 무지막지하게 위력적인 선수는 아니에요. 물론 이것 자체만으로도 웬만한 선수들보다는 위였겠지만 사실 수아레즈는 신체 능력에 기반한 플레이를 엄청 많이하는 선수에 가까운데 그게 다른 선수들이 흉내도 못 낼 정도로 지속력이 좋았기 때문에 위력적인 선수였습니다. 맛탱이가 가기 전 수아레즈를 보면 90분 내내 쉴 새 없이 뭘 합니다. 특히 오프 더 볼일 때 더. (이게 중앙에 위치하면서 메시가 중앙에 위치할 때 기여하는 것과 다른 방면으로 기여한 특이한 무언가입니다.) 결국엔 상대 수비수들이 지치고 수아레즈는 멀쩡하니까 골을 넣고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던 거죠.

 

 

 

맛탱이가 가버린 지난 몇 년도 그렇고 예전에도 그렇고 오프사이드 트랩에 굉장히 많이 걸리는데 이게 다 수아레즈의 사전 동작이에요. 한 번만 먹히면 골이니까 골은 넣는 겁니다. 문제는 체력도 안 좋아지고 몸도 안 따라주는데 플레이 스타일은 아직도 안 변했습니다. 그래서 실책성 플레이도 엄청 많아지고 (예전 같았음 이 정도로 빈도 수가 높진 않았을 거에요. 팀에 해가 될 정도도 아니었을 테고.) 상대 수비수들이 의식도 안 하는 모습도 나오기 시작하고 양상 자체가 많이 변했죠. 순간적인 센스에 의존하는 것도 맛탱이가 가버린 지난 몇 년이 유독 심해졌구요.

 

 

 

유베에 가서도 출장 빈도 수가 바르셀로나 때랑 별 차이가 없으면 바르셀로나 때 보여준 모습 그대로를 보여줄 가능성이 높아요. 맛탱이가 슬슬 가기 시작할 때부터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를 가져간 것도 아니라서 팀을 옮긴다고 그게 갑자기 바뀔 리도 없고. 전성기 전후로 갖춰진 플레이 스타일이 구성이 달라진다고 해서 이질감이 느껴질 만큼 제한성이 강한 스타일도 아니고. 대신 철저하게 관리를 받으면서 기용 빈도수를 조절하면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겠죠. 유베가 왜 수아레즈를 원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만약에 리그에서의 경쟁력보다 토너먼트에서 순간적으로 갈리는 승부 속에서 한 건 해줄 만한 선수로 보고 데려가는 거라면 얼마나 관리를 잘하느냐가 관건이겠죠.

 

 

 

간다고 하니까 (아직 오피셜은 아닙니다만...) 너무 미워한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전 제가 봤을 때 무조건 나가야 한다고 느껴지는 선수 (어떤 식으로든 팀에 필요 없어 보이는 선수) 에겐 늘 이래 왔고 앞으로도 이럴 거라서 그냥 떠난다면 남은 커리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래 놓고 안 가면 진짜 너무 충격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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