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마르와 알베스 이탈 이후 바르셀로나를 보면 상대 선수들이 한 명의 선수를 막으려고 여러 명이 붙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어요. 한 명은 붙되 두세 명은 다음 경로를 막는 수비가 많아졌죠. 근데 이 수비는 철저하게 메시만 막는 수비라는 게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발베르데가 부임하고 네이마르를 잃고나서 선택한 게 다시 이니에스타-메시가 좌우를 나눠먹는 그림이었습니다. 제가 이땐 블로그를 얼마 안 할 때라 엄청 짤막하게 남긴 적이 있는데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했어요. (물론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대신 저렇게 할 거였다면 초장부터 관리에 대한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였어야 했습니다.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우려한 거였죠.) 그럼 저걸 택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봐야 됩니다. 메시와 이니에스타는 가진 기술들 자체가 상대 수비수들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빛을 발휘하는 쪽에 가까워요. 특히 메시는 지점을 가리지 않으니까 비교 대상이 없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기술이 발휘되는 와중에 상대 수비수들을 한 곳으로 모아야 합니다. 근데 그게 되려면 필연적으로 반대편엔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중앙이라면 어느 쪽 측면이든 무언가가 있어야겠죠? 그게 메시, 이니에스타, 네이마르 같이 혼자서 뭘 할 수 있는 선수들이면 최선이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상대가 거길 버려두면 안 된다고 의식하게끔 만들어야 합니다.
문제는 이니에스타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둔해지기 시작했고 상대 수비수들 중 한 명이 반응을 빠르게 하면 생각보다 전진이 막히는 그림이 많이 나왔어요. 거기에 팀 전체적으로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면 한 명이 공격을 하다가 백패스를 하는 그림이 많아지니까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시즌을 거듭하면서 메시가 해결하는 빈도 수는 높아지기 시작했고 상대의 수비 방식은 이런 쪽으로 슬슬 완성이 되기 시작했죠.
'메시가 볼을 우리 박스에서 최대한 멀리서 받게 만들고 그게 안 된다면 박스 근처에서 최대한 협력 수비를 펼쳐서 방향을 제한시켜라.'
이게 메시가 자신의 잔발 스텝과 빠른 슈팅 타이밍, 범위의 다양성을 이용해서 알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입니다. 메시가 대단한 선수인 건 자기 하나만 막으면 끝나는 팀에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고 대부분의 경기를 해결해줬다는 겁니다. 근데 이 마저도 후반기 가니까 상대가 슬슬 눈치를 챘죠. 다음 시즌에 발베르데가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뎀벨레와 쿠티뉴의 좌측면 정착이었습니다. 쿠티뉴는 전반기에 괜찮게 하더니 한 번 부상당하고 돌아오더니 아예 다른 선수가 돼서 돌아왔고 뎀벨레는 왼쪽에 가면 자신의 장점인 양 발 잡이의 메리트가 전혀 안 나왔습니다. 오히려 템포를 먼저 죽이고 수비수와의 원온원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상대가 수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줬죠.
그래서 발베르데가 엎고 다시 새로운 걸 들고 나옵니다. 볼 점유를 어느 정도 내주되 (혹여나 밀려도) 상대를 끌어들이고 최대한 공간이 열려있는 상황을 만들어서 메시의 효율로 승부를 보자였습니다. (이 시즌이 유독 긴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많습니다.) 뭣도 모르고 덤벼드는 팀들은 이 시즌에 발베르데한테 다 당했어요. 근데 문제는 아슬아슬한 경기가 많아지기 시작했고 슈테겐, 피케, 랑글렛 등의 개인 기량으로 막아내는 빈도가 슬슬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거였죠. (이 시즌 중간에 제가 이거 짚은 적이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위험하다고.) 이건 결국 바르셀로나의 수비가 조직력이 갖춰져서 잘 되는 게 아니라 몇몇 선수들의 기량으로 인해 잘 되고 있다는 소리였고 결국 챔스에서 뽀록이 납니다.
발베르데의 경질 시즌. 데 용과 그리즈만이 합류했을 때 방출만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팀이 일단 유지에 저 둘을 얹는 방향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발베르데가 초반 불안한 흐름 속에 무나 패를 쌓으면서도 한 번 더 시도를 했죠.
1. 아르투르와 데 용이 가진 장점은 다르다. 아르투르가 더 넓게 움직이면서 좌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을 경우 상대의 수비는 횡으로 움직이거나 한 명에게 몰리는 방식으로 유도가 될 수도 있겠다.
2. 데 용은 아주 넓게 움직이면서 좌측면에서 많은 선택지를 가져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그렇다면 더 높은 지점에서 그걸 시험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3. 그리즈만은 아주 좋은 선수다. 허나 그가 오른발도 잘 쓸 수 있다면? 네이마르나 이니에스타가 없어도 왼쪽에서도 속도가 나기 시작할 거고 수아레즈, 메시와 셋이서 공존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잘 되고 있다고 보인 경기가 전반기 인테르와의 홈경기였습니다. 후반에 전술 변형 하나하나가 다 그대로 먹혀들어갔고 결국엔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었거든요. 근데 동시에 세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1. 저들이 아니면 저 역할을 해줄 선수가 아예 없어서 로테이션을 가동하는 순간 기복의 폭은 어마어마했을 거다. 기복을 생각하면 한 명도 쉴 수가 없다. 허나 그렇게 갈 경우 후반기에 100% 시즌을 말아먹는다.
2. 그리즈만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른발이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 (발베르데는 아주 빨리 적응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봅니다. 추측이긴 하지만 제가 봤을 땐 그렇게밖에 안 보임.)
3. 아르투르가 부상에 시달리면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플랜 자체가 무너졌다. 이 덕에 데 용의 기용 방식이 고정되기보다 왔다 갔다 하기 (좌측 미드필드, 우측 미드필드)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돌아갔습니다. 저번 시즌으로... 이미 저번 시즌에 아주 좋은 해답을 내준 팀들이 여러 팀이 있었기에 상대 팀들이 자신들의 장점에 맞게 대응 방식을 더 발전시켜와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무를 캐가거나 이기거나 아니면 힘들게 했습니다. 결국엔 메시인데 아예 메시랑 동떨어진 곳에서 볼을 계속 굴리면 바르셀로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는 거였죠. 소시에다드가 한 번 제대로 보여주니까 마드리드도 따라 하고 알레띠까지 후반전에 전술 변형으로 들고 나와 멕여버리고 발베르데를 경질까지 안내했습니다.
그 후 세티엔이 왔습니다. 이 사람은 초장부터 메시를 사지로 내몰았습니다. 레이카르트 시절 메시가 부상을 자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방향이 제한되어있는 공간에서 드리블을 너무 많이 시도한다는 거였어요. 이전에도 몇 번 말씀드린 부분인데 볼을 오래 소유하거나 기술이 좋은 드리블러가 측면에 있다고 했을 때 상대는 일단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제한된 공간에서 태클이 거칠게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레이카르트 시절은 중앙화보다는 오른발 사용 빈도를 높여서 엔드 라인도 메시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가 해결 방안이었지만 솔직히 일시적인 대책이었습니다. 재수 없게 한 번 차이거나 찍히거나 계속되는 태클에 한 번 잘못 걸리면 부상으로 아웃됐으니까.
세티엔은 부상 위험도가 잠재적으로 아주 높은 수준으로 있는데도 측면의 메시를 계속해서 썼습니다. 이걸 그렇게 고집스럽게 쓴 이유는 개인적으로 두 가지라고 봅니다.
1. 바르셀로나에서 개인의 힘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선수는 메시 한 명밖에 없다. 그렇다면 속도를 내기 가장 좋은 공간인 측면에는 메시가 가야 한다.
2. 허나 메시와 동떨어진 곳에서 볼이 돌아다닐 경우 바르셀로나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그렇다면 메시의 효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가 최대한 긴 거리를 돌파하면서 속도를 고정적으로 내주고 나머지는 비달, 그리즈만 그리고 수아레즈 (짱개 폐렴 이후) 가 해결한다.
아시다시피 답답한 경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이게 안 됐냐면 메시가 볼을 받는 지점이 박스랑 너무 먼데 메시가 그 거리를 커버하면 당연히 경기가 풀릴 수가 없었습니다. 메시의 문제도 있겠지만 전방에서 메시만큼 고정적으로 그렇게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없었으니까요. 세티엔의 바르셀로나 경기를 보면 상대의 수비 방식은 그냥 딱 하나에요.
'메시가 볼을 받으면 절대 여러 명이 바로 달려들지 않는다. 대신 한 명이 바로 붙되 두 명이 나뉘어서 (필요하면 3~5명까지) 메시의 경로를 차단하고 다지선다를 못 걸게 수비를 한다.'
결국 뮌헨한테 작살이 났죠. 팬으로서 이런 말하면 안 되지만 이런 어설픈 축구를 하는 감독은 우승 같은 건 하면 안 됩니다. 그래서 챔스 우승 가능성 물어볼 때 택도 없다고 했던 거고 적어도 납득이 가는 축구를 해야 인정하는 거지. 이렇게 특정 선수를 사지로 몰아넣는 축구는 감독으로서 최악의 선택이에요.
이제 쿠만이 왔습니다. 다 왔습니다. 그런데 스쿼드의 변화는 그렇게 크진 않습니다. 스쿼드를 보면 여전히 결국엔 메시일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죠. 허나 이 감독은 필드를 통제하는데 욕심이 많습니다. 프리시즌이지만 첫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기존보다 더 많이 뛰면서 개개인이 더 많은 공간을 커버하는 걸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글이 좀 길긴 하지만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서 그런 거고 결론은 간단합니다. 메시가 볼을 잡았을 때 상대가 메시만 막는 1,2차 수비 방식을 상대가 당연하게 못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오히려 메시에게 두 명 이상의 수비수들이 쏠리게 만들거나 나머지 선수들을 의식하게 만드는 수비를 바르셀로나가 유도해내야 한다는 거죠. 이게 근래 들어서 어느 팀을 봐도 많이 드러나는 모습인 측면 자원들을 터치 라인에 아예 바짝 붙여버리는 포지셔닝을 지시하는 이유입니다. 양 쪽을 의식하게 만들면 수비 대형이 넓어지고 공간이 생기고 그 열려있는 공간 속에서 어떤 선수가 볼을 잡았을 때 상대 수비수들 여러 명이 한 곳을 향해 달려들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바르셀로나를 공략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상대 선수 중 한 명이 볼을 잡고 한쪽 측면 공간을 타고 갈 때 중앙과 반대편 측면에서 같이 뛰어주는 선수들이 있는데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시선은 볼을 잡고 있는 선수에게 다 쏠리니까 이들 중 한 명이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서 돌아들어갈 때 놓쳐서 실점하는 패턴이 제일 많습니다. 이게 8명이서 3~4명을 막는데도 못 막아서 실점을 하는 경우입니다. 저번 시즌 내내 보였던 것 중 하나죠. 이건 선수 개개인의 문제보다 팀적으로 공수를 해결하고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면 그때부턴 전적으로 특정 선수들의 문제겠죠.
일단 바르셀로나엔 메시가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카드는 있는데 나머지 카드는 쿠만이 보여줘야 할 거에요. 그리즈만은 이런 틀이 만들어지면 잘할 거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는 거고 쿠티뉴는 이런 쪽으로 기여해줄 수 있을 거라 봤기 때문에 처음 왔을 때 기대했던 겁니다. 데 용의 가능성을 시험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도 이에 있습니다. 뎀벨레의 왼쪽 기용이 이론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얘기했던 이유 역시 이에 있습니다.
여러 가지 시선을 바탕으로 자신의 관점을 만들어 쿠만의 바르셀로나를 지켜본다면 어느 순간 기대가 된다. 안 된다. 는 자연스럽게 보일 겁니다. 제 시선이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하셔서 보실만한 글들은 많이 썼다고 생각하고 이 글 역시 그중 하나가 됐으면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쿠만의 바르셀로나는 적어도 그가 내보내려 하는 선수들과 원하는 선수들은 자신의 내외적인 관점에서 확고함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보여서 분위기를 초칠 필요는 없다고 보구요. 저번에도 말씀드렸듯이 한 경기지만 그것도 프리시즌이지만 괜찮다 정도의 스탠스를 가지고 지켜보시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