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상적으로 프리시즌을 소화했다면 이미 쿠만의 베스트 라인업은 어느 정도 그려졌겠지만 그게 아니기 때문에 시즌이 시작해도 실험 가능성이 살짝 가미된 라인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데 (아니면 교체로 실험을 하거나) 현재까지만 봤을 땐 웬만해선 전반기에 최대한 핵심 선수들을 중심으로 틀을 만들어나가면서 승점을 버는 게 제일 괜찮아 보입니다. 물론 시즌을 보면서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요. 이건 시즌 초반 몇 경기를 보면 확고하게 잡히겠죠?
일단 지금까지만 놓고 이렇게 생각하는 건 마드리드랑 차이를 벌려야하는 게 첫째고 (1~2월 즈음부터 한두번 자빠져도 마드리드가 계속 쫒아오는 그림이면 제일 좋을 터. 이미 마드리드는 한 번 자빠졌음. 물론 바르셀로나도 자빠지고 시작하면 미궁으로 빠지겠죠. 다음 달에 있을 맞대결도 단순히 엘 클라시코라는 부담감뿐만 아니라 초반부터 승점을 의식한 상태로 시작할 테고.)
메시는 여전히 최고지만 분명히 저번 시즌보다 떨어질 겁니다. 떨어져도 제일 잘하겠지만... 그렇다면 중요한 경기들이 쏠려있는 후반기에 체력적 부담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게 둘째. (후반기에 아슬아슬한 흐름 속에서 계속 나오는 그림이 없는 게 베스트겠죠.)
전반기에 선수들의 리듬을 끌어올리면서 어느 정도 틀을 완성시키면 플랜 B 는 어떻게든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게 셋째. (호흡이 맞아 들어가면서 분명 메시 다음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두 번째 선수가 나타날 테니. 이번에도 없다면 결국 지난 3년처럼 메시가 다 해결해주고 또 이른 시기에 한계를 맞이하겠죠.)
가장 큰 문제는 쿠만이 짧은 프리시즌 기간 동안 시즌 전체의 흐름에 맞는 트레이닝론을 짰을까인데 이건 솔직히 의문이 들어요. 어쩌면 단순히 전술적, 축구 내적으로 본인이 익숙한 선수들을 원하는 게 아니라 더 깊게 들어가서 자신의 관리법을 이미 겪어봤거나 (데파이, 바이날둠) 그게 아니더라도 본인이 세세한 부분들을 많이 파악한 선수들을 원하는 걸 수도 있겠죠. 네덜란드 국대를 이끌면서 체크했을 거고 자국 리그 경기도 웬만하면 다 챙겨봤을 테니까요. (데스트도 미국, 네덜란드를 고민하다가 미국을 고른 케이스니) 솔직히 전반기에 얼마나 하냐에 따라서 쿠만의 그릇은 사이즈가 나올 거라고 봅니다.
2. 세스크가 메시 인스타그램에 박수치는 거 남겨놨던데 (중의적 표현이라고 봅니다.) 루쵸가 방출을 원했기 때문에 떠난 선수긴 한데 그 얘기 듣고 세스크도 떠나고 싶다고 확실하게 의사를 밝혔었죠. 근데 이렇게 되기 전에 일이 있었는데 타타 시즌 후반기에 몇몇 선수들에 대한 비판 (메시, 네이마르, 산체스, 세스크 등) 이 좀 과하게 들어가고 있었는데 (타타는 이걸 다 회피했습니다. 자기 까는 듯한 인터뷰엔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선수들은 분위기 안 좋을 때 단 한 번도 보호 안 해줬음. 전반기와 후반기 타타의 인터뷰 보면 다른 사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그때 바르토메우가 세스크 외할아버지를 찾아가서 세스크는 본인이 떠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절대로 떠날 일이 없다고 했었죠.
결국 루쵸가 오면서 세스크 방출과 새로운 미드필드 영입 (코케 or 라키티치) 을 조건으로 걸었고 세스크는 본인도 떠나겠다하고 떠났고 바르토메우는 그때도 본인의 말을 안 지킨 거였고 후임 감독이 스쿼드를 어떻게 바꾸려고 할 지 그리고 타타가 남았다고 하더라도 그가 어떤 스쿼드를 원했을지 이런 것들에 관해서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는 겁니다. 메시가 이번에 저렇게 얘기한 건 긴 시간 동안 이래 왔다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한 거라고 보고 바르토메우는 또 짱구를 굴리고 있겠죠. 진짜 농담이 아니라 하루에 두세 번씩은 쿠만이 잘하기를 빈다고 물 떠놓고 기도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니면 자신의 인생을 걸고 갑자기 무리한 영입을 시도할 수도 있고. 어쨌든 화살이 자기한테 향하는 상황은 길어지고 있으니까요. 쿠만은 지금 상황에선 최대한 보드진한테 선을 그어야겠죠.
내부에서 힘이 있는 사람 중 축구를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팀이 지금 분위기까진 안 왔을 것 같단 생각이 매 번 드는데 멀리 안 가고 작년만 해도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팀이 서서히 기대할만한 방향으로 바뀌었을 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