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시즌에 바르셀로나 다음으로 많이 본 팀이 첼시고 (후반기엔 맨유를 많이 봐서 맨유일 수도?? 세면서 보진 않아서요...) 글도 몇 번 썼었는데 후반기에는 거의 안 봤습니다. 이미 전반기 막바지 즈음부터 밑천이 다 드러났고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을 거라고 봤기 때문이었고 실제로 그랬어요. (선수 구성상의 한계가 너무나도 뚜렷했기 때문. https://ainiesta8.tistory.com/2340 당시 첼시에 대한 생각이 담긴 글. 검색으로 찾아보시면 아마 한두 개 더 있을 겁니다.) 이번에 이적 시장을 상당히 공격적으로 보냈기 때문에 궁금해서 두 경기를 봤는데 간단하게 짚어보고 넘어가겠습니다. 간단하게 짚는 이유는 지예흐나 퓰리시치, 칠웰 등이 아직 없기 때문이고 그들이 다 돌아오고도 비슷한 문제점이 보인다면 그때 가서 다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 리버풀 전에서 드러난 문제점
크리스텐센이 퇴장당한 이후 리버풀이 결국은 이길 것 같아서 끈 경기였는데 그 전까지의 과정을 보면 중앙에서 측면으로 가는 패스 횟수가 적고 뻔했습니다. 조르지뉴는 부스케츠 같은 선수입니다. (똑같다는 게 아니라 비슷하단 겁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중앙에서 양 측면으로) 볼을 내보내면서 자기보다 앞에 있는 동료들을 보조하는 선수인데 그게 안 되면 솔직히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근데 문제는 보조자인데 자신의 플레이를 하려면 동료들이 역으로 보조를 해줘야 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의외로 맨투맨으로 붙거나 조금만 강하게 들러붙어도 경합에서 밀리면서 어려움을 겪거든요. 그래서 상대가 작정하고 앞선에서부터 패스 방향을 유도하거나 수적 우위로 찍어 누르면 횡패스나 백패스가 많아집니다.
이게 후방으로 빼서 쓰는 이유고 전방으로 못 올리는 이유입니다. 그럼 상대 팀들은 일단 여기서 조르지뉴를 한 번 멈추게 만들면 시간을 벌고 첼시는 속도가 죽는 겁니다. 그래서 램파드가 저번 시즌에 다양한 시도를 많이 했었습니다. 코바치치를 활용한다던가 바클리를 활용한다던가 풀백들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볼을 잡고 올라가라고 한다거나 윌리안이 아예 내려와서 속도를 내는 데에만 집중한다거나 등등등... 조르지뉴를 무조건 거쳐서 나가면 상대가 여기를 공략하면 더 답답해지는 게 저번 시즌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간파당했거든요.
이번 시즌 리버풀 전은 몇몇 선수들이 각기의 이유가 있어서 못 나왔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라인업 중 최선의 라인업이었을 텐데 보기 좋게 당했습니다. 크리스텐센이 퇴장만 안 당했으면 어떻게든 비벼볼 수 있는 여지가 있었겠지만 이른 퇴장으로 경기가 꼬여버렸죠. 근데 이 경기는 크리스텐센과 케파의 실책성 플레이들로 보기 드문 한 번의 패배로 넘길 경기가 아닙니다. 혹여나 이겼어도 리버풀을 이겼기 때문에 좋아할 만한 경기였겠지만 무조건 곱씹어볼 경기였습니다.
왜 그러냐면 조르지뉴를 기용하면 결국 계속 똑같은 문제에 부딪힐 거에요. 심지어 개인만 놓고 봤을 땐 저번 시즌보다 더 못해졌습니다. 그래서 코바치치와 캉테의 역할도 계속 변하고 무언가를 더 요구받을 거고 (조르지뉴가 안 풀리면 캉테도 같이 답답해지는 이유) 크리스텐센은 상대가 노골적으로 공략할 게 뻔해도 계속 나와야 할 겁니다. (티아고 실바를 제외한 나머지 중 유일하게 앞을 바라보고 적재적소에 패스를 내보낼 줄 아는 센터백) 이제 대략적으로 짚었으니 다음 리그 경기로 넘어가 보죠.
- 웨스트브롬 전
바로 조르지뉴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습니다. 교체로도 안 썼습니다. 후방 선수들의 장단이 저번 시즌보다 더 파악당했고 전방 구성도 저번 시즌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팀 전체적으로 장단을 고려하고 선수들에게 동선은 물론이고 역할도 다르게 지시했습니다. 최대한 후방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한 상태에서 기회가 보일 때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순간적으로 빠르게 공격 작업을 하려는 의도가 중간중간 보였습니다.
근데 전반전 같은 경우는 지나치게 우측면에 쏠려있었는데 전반 초반에 보여준 알론소의 몇 번의 실책성 플레이들이 그 이유를 보여준 것 같아요. (제가 감독이었으면 얘는 무조건 따구 한 대 맞았음. 그 정도로 실책성 플레이들이 납득이 안 갔습니다.) 그래서 전반전 내내 최대한 알론소 혼자만 좌측면에 남겨놓고 우측면에서 해내려고 하는 모습이 많았는데 후반전에는 알론소가 빠지면서 좌우를 활용하는 빈도가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가기 시작했죠. (웨스트브롬은 전반전에 노골적으로 알론소만 공략했습니다. 볼을 그렇게 많이 잡은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여길 기점으로 공격했어요.)
코바치치와 캉테도 기존과 다르게 종으로 길게 움직이거나 측면에서 머물기보단 최대한 센터백 주변이나 후방에 머무르면서 횡으로 길게 움직이면서 동료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움직여주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실제로 알론소가 앞으로 달리다가 (아니면 앞에서 포지셔닝 잡고 있다가) 볼 소유권이 웨스트브롬으로 넘어가서 이들이 넘어오면 무조건 코바치치가 먼저 좌측면 수비하러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코바치치가 스스로 실책성 플레이를 해서 나온 장면들도 있었죠.
흥미로운 건 전반전도 그렇고 후반전도 그렇고 반대편 측면 공간이 열려있거나 아니면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거나 측면에 위치한 선수들 중 한 명에게 상대 수비수들이 쏠려있을 때 최대한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박스 근처까지 (또는 안까지) 전진해서 슈팅을 날렸다는 건데 (골로 이어진 것들도 있고) 앞선에 있는 선수들 중 대부분이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앞으로를 볼 때 관전 포인트는 얼마나 순간적으로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을까겠죠. 측면으로 볼을 재빠르게 내보내거나 속도를 내는 건 저번 시즌이나 이번 시즌이나 동일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일 테고.
램파드는 아마도 측면에서 볼을 잡고 본연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자신에게 끌어들이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선수를 구해오는 게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팀적으로 상대가 박스 근처에서 틀어막고 있는 걸 극복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저번 시즌처럼 그냥 주구장창 크로스만 갈기면서 루즈볼, 세컨볼 싸움으로 해결하는 건 영입을 한 의미가 없는 거고 이번 경기도 후반전에 그런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중간중간 보인 모습들을 본다면 나머지 선수들이 돌아오면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거고 재밌게 할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베르너랑 하베르츠도 그렇고 마운트나 오도이도 의외로 수비수들 사이사이에서 움직이면서 주고 받는 게 되는 편이라 잘 되면 저번 시즌처럼 뻔한 모습도 조금은 벗어나지 않을까 싶구요.
리그에서 비슷한 대응책에 계속 승점을 까먹은 걸 램파드 스스로 많이 고민했던 것 같고 나머지가 돌아왔을 때 나아지지 못한다면 그땐 문제가 되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로 걱정하면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직 안 뛴 선수들도 봐야겠지만 현재까지만 보면 영입들도 대부분 공통 분모가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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