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디아스라는 선수가 시티로 가던데 포르투갈 리그를 끊은 지는 한 4~5년?? 정도 된 것 같은데 (한 번 터지고 한 번 별로더니 다시 좋은 재능들이 나오는 것 같네요.) 여기저기 둘러보니까 생각보다 평가가 좋더라구요. 잘 모르는 선수라 이 선수에 관해서는 별로 말씀드릴 게 없는데 펩이 왜 이적 시장을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지는 짱개 폐렴 이후 보여준 몇몇 경기들부터 근래 경기까지 나타난 모습들과 문제점을 보면 어느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걸 살짝? 파헤쳐보는 글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전 펩이 수비수들을 영입할 때 단순하게 접근하기보단 (수비수 본연의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는 선수보단) 되게 복잡하게 접근하는 편 (본인이 추구하는 축구에서 후방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를 찾는 편) 이라고 보는데 바르셀로나, 뮌헨, 시티를 가리지 않고 이들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비슷합니다. 물론 양 측면에 서는 풀백들에게는 그들이 가진 것에 따라 조금 다른 편이긴 하지만 센터백은 정말 유사합니다.
펩은 늘 저번 시즌 후반기에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그걸 다음 시즌에 이어가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감독들 중 한 명이라고 보는데 저번 시즌 후반기에 봤던 몇몇 경기들과 왜 이런 영입들을 했을까를 생각해보고 이번 레스터 전 (울버햄튼 전도 봤는데 캡쳐까진 못하겠네요. 시간이 너무 걸림) 까지 보니까 대략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느낌이 와요.
저번 시즌 시티가 보여줬던 모습들을 생각해보면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을 내보낼 때 중구난방이란 느낌을 주는 경기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짱개 폐렴 이후 빠졌던 부상자들이 돌아오면서 조금 덜해지긴 했지만 그 전의 모습들을 생각해보면 데 브라이너가 팀의 사정에 의해서 (부상자로 인한 선발 구성의 문제든 아니면 다른 선수들의 폼 하락으로 인한 문제든 뭐든...) 측면에만 머물러서 상대 박스 근처까지 속도를 내주는 역할에 훨씬 더 집중한다거나 후방으로 내려온다거나 더하면 아예 후방에서 움직이는 비중이 훨씬 많거나 하는 모습이 많았죠. 그러다 보니까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게 포워드들이 상대 박스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움직이기보단 데 브라이너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박스에서 멀리 떨어지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었구요.
저번 시즌에도 얘기했지만 펩의 팀은 측면을 지배를 못하면 특정 선수들이 해결해줘야 하는 빈도가 필연적으로 높아집니다. (바르셀로나도 똑같습니다.) 그만큼 발로 볼을 최대한 굴린다는 것 자체가 필드를 넓게 쓰면서 때로는 좁게 써야 한다는 건데 이걸 해내려면 측면을 무조건 지배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완성시키는 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바도 많아요. 물론 시티 팬들은 이제 인내심이 없을 거에요. 이제 5년 차인데 (악성 맨유 팬 친구가 얘기해주기 전까지 이번 시즌이 4년 차인 줄 알고 있었음... 나이 먹으니 이런 게 오락가락하네요.) 사실 뭔가 한 번은 증명했어야 하는 게 맞긴 하죠.
저번 시즌 핵심 선수들이 헤롱헤롱 하거나 눕기 전에 펩이 시도하던 게 양 센터백이 넓은 공간을 커버하고 적극적으로 측면과 앞선을 지원하면서 측면 포워드들을 박스에 더 가깝게 배치하는 거였습니다. 레스터 전을 보면 이 의도에서 크게 벗어나 있진 않은데 데 브라이너라는 전술적 중심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럼 센터백을 원하는 이유도 대략적으로 이해가 갈 겁니다.
물론 이런 장면들은 저번 시즌은 물론이고 그 전에도 많이 봐오셨겠지만 저번 시즌 후반기 (정확히는 짱개 폐렴 이후) 부터 보이고 있는 모습들은 데 브라이너가 후방으로 내려오거나 지나치게 측면으로 빠져있는 모습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최후방과 최전방의 간격을 줄이고 상대 선수들을 최대한 우리의 대형 안에 가둬버린다.
- 볼을 많이 잡는 최후방의 세 명 (또는 두 명) 과 그 앞선에 있는 선수가 최대한 오랜 시간 동안 높은 지점에서 볼을 잡을 수 있다고 했을 때 90분 동안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 자체가 높아진다. (보통 볼을 핵심적으로 내보내는 선수는 미드필드이며 최후방이 더 높은 지점에서 볼을 내보낸다면 이 선수가 평균적으로 볼을 잡는 지점도 높아질테니)
- 그렇다면 데 브라이너가 대부분 볼을 잡는 지점은? 패스 하나하나가 위협적이거나 상대 수비수들이 바로 대응을 해야 하는 (한 번 놓치면 바로 상대 키퍼와 마주하거나 좋은 찬스로 이어질 수 있는) 상대 박스 근처.
- 데 브라이너는 아주 특이한 선수다. 킥 하나하나가 위협적이고 코너킥, 프리킥에서도 유효한 공격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 킥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본인의 힘으로도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 그럼 이 선수가 바로 페너트레이션 (상대 팀의 최종 수비를 무너뜨리는 과정) 작업을 해낼 수 있게 만든다면 그의 효율은 올라가지 않을까?
-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전방에서 여러 명이 움직이면서 데 브라이너나 측면 선수들이 볼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 그럼 센터백에 미드필드 성향에 가까운 선수들을 배치한다면 어떨까? 이들이 조금 더 높은 지점에서 볼을 소유하며 내보낼 수 있다면 저 사항들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 수비적인 부분에 대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 최전방과 피보테를 활용해 4열 배치를 만든 대형을 만든다면 최후방에 있는 선수들이 미리 자리를 잡을 시간을 벌거나 상대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만큼 볼은 종으로 더 거치면서 나가니 볼을 소유하는 시간은 더 길어질테고 볼 주변에 우리의 선수들이 많이 있을 테니 공수 전환 과정에서도 대응하기 좋을 테니)
- 좁은 지역에서 원투 패스가 되면서 또 어디서든 동료 (대부분 데 브라이너) 가 볼을 잡았을 때 동료를 믿고 상대 박스를 향해 뛰어들 수 있는 앞선의 선수들 그리고 상대 박스에 가까워지면 질수록 볼을 잡았을 때 상대가 무조건 대응해야 하는 미드필드 (데 브라이너) 를 최대한 상대 박스에 가깝게 위치하게 만들 수 있다면 대부분의 경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길게 설명했지만 요약하면 간단합니다. 데 브라이너의 효율을 더 살리기 위해선 더 원활하면서도 더 오랜 시간 볼 소유를 해내야 하고 동시에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오는 과정에 데 브라이너가 관여하는 비중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앞선의 선수들의 장단을 고려해서 디테일한 면은 분명 다를 거고 그동안 트렌드가 변했기에 이미 상대가 우리 박스 근처로 왔을 때나 여러 가지 부분들에선 조금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큰 틀에서 펩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바르셀로나나 뮌헨에서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여전히 그가 이상을 추구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신 조금 유연해지고 타협을 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결국 관건은 이겁니다.
데 브라이너가 상대 박스 근처에서 횡으로 넓게 돌아다니면서 볼을 소유하는 게 가능했을 때 얼마나 이른 시간에 골을 넣어줄 수 있으며 (가능하다면 폭격을 하면 이른 시간에 경기를 결정지을 수 있겠죠.)
대부분의 시간을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은 시즌 내내 상대가 측면을 의식하게 하거나 순간적으로 속도를 내줄 수 있는지 (전 펩이 풀백도 분명 원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아니면 정발 윙어나)
그리고 최후방에 위치하는 선수들은 한 시즌 내내 기복 없는 모습을 보이며 이 틀의 기초를 깔아줄 수 있는 지
울버햄튼 전 (궁금해서 여기까지 봐버렸음. 할 일이 없으면 사람이 이렇게 변합니다... 바쁘게 살아야해요.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여유인지...) 을 보면 스톤스 하나 때문에 페르난지뉴, 워커, 로드리, 데 브라이너 등의 포지셔닝이 꼬이는 장면이 엄청 많이 나옵니다. 전 아마 이 경기 이후에 펩이 센터백 영입을 더 강하게 요청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분명히 이 경기는 이긴 경기였는데 박스 근처까지 전진하는 틀 자체는 레스터 전이 더 나았습니다. 물론 울버햄튼이 레스터보다 상대적으로 더 튀어나와서 대응한 면도 있겠습니다만 울버햄튼이 그렇게 나온 이유에 스톤스의 출장도 지분이 있을 겁니다.
디아스가 정말 좋은 선수일 경우 굳이 저런 대형을 변형을 통해서 가져가지 않아도 될테니 펩은 더 이것저것 시도할 수 있겠죠. 백업으로도 스톤스가 아니라 조금 더 이해하고 있는 가르시아가 나올테니 기복의 폭도 조금은 덜할테고. 제가 봤을 때 디아스란 선수가 많은 걸 더해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영입을 했을 것 같아요. 이미 센터백이 충분히 많은 데도 영입을 한 거라면 기존 선수들에겐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보고 팀을 한 단계 올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확률이 높을테니까요. 전 시티는 이미 전방 압박이나 측면으로 모는 수비,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측면에서 압박을 해내는 건 거의 완성되어 있다고 보는 편이라 이런 박스 근처까지 전진하는 틀을 제대로 만들어내면 잘할 것 같습니다. 포워드들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변할테구요.
두 경기를 보면서 든 다른 생각은 페르난지뉴가 안 좋다는 건데 일시적인 건지 아니면 하락세인 건지는 두 경기로 판단하긴 그런데 되게 별로였습니다.
기왕 시티 글을 쓰는 김에 덧붙여보면 저번에 어떤 분이 레스터한테 왜 저렇게 많이 실점했을까요를 물어봐주신 분이 계셨는데 가장 큰 건 가르시아, 멘디, 로드리가 스탠딩 태클이랑 원온원 수비를 너무 못합니다. 상대가 이미 볼을 잡고 있을 때 마주보고 대응하는 건 물론이고 그 이후도 다 별로에요. 후반전에 패널티 내준 것들이나 실점한 거 보면 이 셋 중 한 명은 무조건 있습니다. 가르시아는 보면 볼수록 시스템은 거의 적응했지만 판단이 느리고 신체적으로 좋지 못하단 느낌이 드네요. 굳이 비유하자면 적응은 어느 정도 해낸 쪼끄만 치그린스키 같달까. 그 전에 봤을 때도 그리 느꼈는데 더 강해졌음. 개인적으로 그냥 오로지 축구 내적인 면만 봤을 때는 펩 아래에 있는 게 더 도움될 것 같다고 봅니다.
그리고 펩은 말은 그렇게 안 했지만 메시를 굉장히 원했을 것 같음. 바르셀로나에서 시도한 3-3-1-3 을 생각해봤을 때 (뮌헨에서 시도한 변형 쓰리백들도 고려했을 때) 데 브라이너 정도 되는 미드필드는 챠비 정도를 제외하면 없긴 하거든요. 근데 지금은 데 브라이너가 굳이 비교하자면 세스크+이니에스타+메시 (또는 세스크+메시) 를 섞어놓은 선수가 되어줘야 할 테니 데 브라이너를 얼마나 잘 관리하냐도 큰 흐름에선 엄청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죠.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소리 224 (10) | 2020.10.01 |
---|---|
잡소리 223 (몇 가지) (14) | 2020.09.30 |
첼시 간단평 (20) | 2020.09.28 |
잡소리 222 (비야레알 전 후기) (33) | 2020.09.28 |
잡소리 221 (16) | 2020.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