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 용의 남다른 가치와 부스케츠의 저조한 모습 그리고 프야니치와 세르지의 가능성?
데 용이 왔을 때 제가 몇 차례나 강조했던 게 이런 선수는 윗선에 올려서 시험해봐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몇 번 오해를 산 적도 있긴 한데 전 이 선수에게 이니에스타 같이 측면에서 수비수들을 끌어내고 본인이 어그로를 다 빨아먹으면서 경기를 해결해주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유형의 선수는 절대 흔하지 않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 데 용에게 이니에스타 같은 모습을 원한 적 없습니다. 한 번도 이런 쪽으로 말씀드린 적 없음.) 웬만한 재능이 아닌 한 어렸을 때부터 보이기 힘든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이게 뭐냐면 계속 돌아다니면서 팀의 간격과 대형을 주도적으로 잡아주면서 볼을 여기저기 내보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약스, 네덜란드, 바르셀로나 어디서 뛰든 데 용이 잘할 때의 모습을 보면 본인이 좌측면과 중앙을 자유자재로 오갈 때입니다. 그러면서 공수 양면에서 아주 빠르게 관여할 수 있는 체력도 가지고 있죠. 이걸 상대 박스 근처에서 패스 하나하나가 위협적인 지점에서 해낼 수 있다고 했을 때 바르셀로나는 다양한 공격 방식을 가져갈 수 있어요. 팬들이 말하는 전통적인 윙어나 윙포워드가 없어도요. 예나 지금이나 바르셀로나가 측면을 활용하는 방식은 엔드 라인까지 달려가서 공격을 끝내는 게 아니라 중앙으로 들어와서 마무리를 하거나 여러 명의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움직이면서 패스 선택지를 만들어가서 골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가깝고 메시가 떠나지 않는 한 여기서 크게 벗어날 일은 없습니다. (이번 시즌 크로스의 비중이 늘어나도 그건 1차적으로 머리를 꽂는 것보다 2차적으로 루즈볼 탈환을 더 강조할 겁니다.)
쿠만은 쿠티뉴가 잘해줄 거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아서 데 용이란 선수를 가지고 과감한 시도를 할 것 같진 않지만 쿠만의 밑에서 뛰고 있는 데 용도 팬들이 생각하는 피보테의 개념에선 많이 벗어나있다고 봅니다. 제가 봤을 땐 챠비-이니에스타 이후로 미드필드로서 전술적 중심의 가능성을 가장 크게 갖고 있는 선수라고 봅니다. 쿠만이 바르셀로나에서 어떻게 쓸지 흥미로웠는데 보면서 이런 쪽으로 생각이 더 굳어졌습니다.
그럼 이제 부스케츠를 보죠. 전 이 선수를 절대 본인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선수라고 보지 않습니다. 아니, 그런 선수가 아닙니다. 철저한 보조자인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200% 해내는 보조자입니다.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그것도 바르셀로나의 관념에 맞게) 팀이 굴러간다 했을 때입니다. 발베르데, 세티엔의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부스케츠와 쿠만의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부스케츠의 차이는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 최대한 멈춰서 패스를 내보내냐와 계속 움직이면서 패스를 내보내냐의 차이입니다.
부스케츠가 잘하려면 앞선에 누군가가 자신이 내보내는 볼을 받아주고 자신이 더 이상 관여를 안 해야 합니다. 발베르데랑 세티엔이 포기를 못한 이유도 간단합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볼을 가져다주는 것. 이걸 빠르게 해낼 수 있으니까요. 지금의 문제는 이겁니다. 본인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면서 패스 앤 무브를 해낼 수도 없고 그렇게 하면서 공수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도 없습니다. 하라고 하면 하겠지만 분명히 뭔가 문제가 생기겠죠. 어느 특정 공간이 비거나 팀 전체 대형이 깨지거나 특정 선수랑 간격이 멀어지거나... 등등등
부스케츠는 잘할 때도 똑같았습니다. 자신의 앞에 그리고 자신이 쓰기 편한 오른발에 가까운 위치에 있던 챠비에게 볼을 내주고 내려가고. 챠비가 입지가 내려온 이후에는 라키티치, 알베스, 메시에게 내주고 내려가고.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게 챠비의 부재 이후입니다. 오른쪽으로 내주면 99% 볼을 지키고 순환이 됐는데 라키티치는 그게 안 되니까요. 그래서 왼쪽에 이니에스타를 활용했는데 그럼 본인이 편한 오른발을 쓰려면 동작이 길어지니까 공략을 당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루쵸가 15-16 시즌부터 중원을 생략하는 비중을 높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측면 지향적인 선수들을 깔고 측면에서의 속도로 승부를 보기 시작했죠. 그만큼 지배하는 경기가 줄어드니 기복의 폭도 더 심해졌고 의존도도 심해진 겁니다.)
몇 번 말씀드렸던 부분이기도 한데 세티엔이 그래서 측면의 메시를 쓴 겁니다. 부스케츠가 오른쪽으로 내주는데 그걸 받는 게 메시면 일단 볼을 한 번 지키고 메시가 거기서 해결하면 되니까요. 이 선수를 얘기할 때 데 용과 아르투르가 앞선에 있을 때 어떻게 할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했던 것 그리고 쿠만이 부임하자마자 플랜에서 확고한 A 가 아니라고 했던 것. 실제로 제가 쿠만 부임 이후 몇 번 글 (지로나 전 전반전 글, 댓글 그리고 비야레알 전 후기 참고하시면 됩니다.) 을 쓰면서 예측하면서 부스케츠에 관해서 그 전과는 조금 다른 뉘앙스를 비췄던 것. 모두 다 비슷한 이유입니다.
부스케츠는 다른 선수가 그를 대신할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알아서 기용 빈도가 줄어들 겁니다. 허나 그렇게 해낼 수 있는 선수가 없다면? 어쩔 수 없이 쓰겠죠.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반 데 벡과 바이날둠이 루머로 왜 나왔는 지도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이제 프야니치입니다. 솔직히 그 동안의 모습들로 뭔가 기대를 하고 예상을 하는 것 말고는 현재로선 어느 것도 의미 없다고 봅니다. 선발로 나오는 것과 이미 경기 결과가 정해진 상태에서 교체로 나오는 것은 아주 다르거든요. 비야레알 전에서 보인 모습도 온전히 그를 평가하기에 적합한 경기가 아니라고 본단 뜻이구요. 앞으로 선발로 나왔을 때 부스케츠와는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그 부분을 보시면 프야니치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겠죠?
마지막 세르지입니다. 전 솔직히 이 선수가 주전으로 나오는 빈도가 높으면 바르셀로나는 절대 챔스 우승 못한다고 보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한계가 너무 명확한 선수고 그게 어디서 뛰든 보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쿠만이 세르지를 미드필드로 더 보고 있다고 얘기했던 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뻔합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움직일 때는 어느 정도 앞으로 치고 달릴 공간이 있습니다. 중앙 이어도요. 세르지가 미드필드로 설 때 못하는 걸 반드시 해야 하는 시간을 줄이려면 줄일 수 있다는 뜻이죠.
세르지는 판단이 느리고 본인이 볼을 받기 전에 좌우, 앞뒤를 확인하면서 시야를 확보하는 걸 못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중앙에서 볼을 많이 잡을 때 상대가 작정하고 바로 압박을 하면 백패스랑 횡패스를 남발하죠. 책임 전가에 가까운 패스를 하다가 역습을 내주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중앙에서 뛸 때보다 측면에서 잘한 이유는 자신이 마주할 수비수를 최소 한 명이 줄어든 상태에서 앞을 보고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더 열려있기 때문입니다. 측면에서 못할 때도 비슷하죠. 본인이 뛰기도 전에 공간이 막혀있으면 할 게 없습니다.
대신 장점이라면 어느 위치에서건 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빈 공간을 찾아가면서 달리는 건 잘한다는 겁니다. 어렸을 때부터 볼을 중심으로 삼아서 배웠으니 이건 못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포리바렌테로 어느 정도 가치를 증명한 거죠. 그게 측면 포워드로 나왔을 때 골을 넣기도 했던 이유고 피보테로 기용하기도 했던 이유죠. 만약에 쿠만이 세르지를 정말 미드필드로 적극적으로 쓸 거라면 최대한 돌아다니면서 볼을 잡는 비중은 줄이려고 하겠죠. 혹여나 많이 만지더라도 주변에 있는 믿음직한 선수들에게 바로 떠넘겨주라고 머릿속에 때려 박아줄 수도 있고. 아마 바이날둠이 왔으면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겠네요.
아레냐나 푸츠 이런 애들은 그동안 보여준 모습들에서 얼마나 달라지고 발전하냐가 관건이라서 딱히 덧붙일 게 없고 한 가지 더 중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요소는 데 용의 파트너도 파트너지만 데 용이 과부하에 걸릴 가능성이 프리시즌부터 계속 보이고 있는 와중에 틀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쿠만이 데 용의 부재에 관해 어떤 선택을 할 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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