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소리 227 (세비야 전)

 

 

 

일정이 좋든 안 좋든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시험도 하면서 틀을 만들어 갈 시간이 없기 때문에 라인업에 딱히 불만은 없는데 큰 약점이 드러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걱정이 되긴 하네요. 거기다가 할 거 다 했는데도 자빠진 건 아쉬운 부분 중 하나고. 쿠만은 오늘 경기로 느낀 게 있을 거라고 보고 나아지길 빕니다.

 

 

 

아마 이제 프야니치를 선발로 시험할 것 같은데 저번 경기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 시험이 성공적이지 않으면 오늘 같이 좌우 사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팀을 만났을 때 생각 이상으로 고전할 것 같아요. 오늘 같이 측면으로 몰아도 롱패스가 기가 막히게 들어가거나 아예 몰지를 못하거나 더 나아가서 상대가 역으로 측면을 공략해서 들어올 때 당연히 대응하기가 힘듭니다. 이미 그런 상황이 됐다는 것부터가 볼 소유는 물론이고 공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오른쪽이 유독 더 힘들었던 건 거긴 한 명도 볼을 잡고 버텨주거나 앞으로 치고나갈 선수가 없습니다. 그냥 무조건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데 사실 그럼 의식할 필요가 없죠. 대응하기도 전에 볼이 백패스나 횡패스로 떠나 있으니까요. 메시가 전반전에 거기로 안 간 건 굳이 거기서 공격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답답하더라도 교체 전까지는 좌측면과 중앙에서 최대한 해결하는 게 맞았어요. 오히려 그렇게 하다가 세비야가 우측면을 아예 버려놨다가 운 좋게 얻어걸릴 수도 있는 거고. 실제로 세르지가 몇 번 올라갈 때 편하게 받았잖아요? 유의미하게 이어지지 않아서 문제였을 뿐...

 

 

 

프야니치를 시험하는 걸 왜 중요하게 생각하냐면 지금 바르셀로나는 앞에 공간이 어느 정도 열려있는 상황이 아니면 측면에서 수적 우위로 찍어누르면서 전진해야 공격이 될 거에요. 그게 좌측면으로 공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비야레알 전처럼 상대가 그런 게 약점이면 손쉽게 이기겠지만 오늘 세비야 같이 측면에서 승부를 봐도 비벼지는 팀이면 힘들어지는 거죠. 그리즈만이 제일 비판을 받긴 하지만 사실 메시와 좌우를 나눠먹는 쿠티뉴도 그렇고 파티도 공간을 강제로 만들면서 공격을 해내진 못합니다. 오늘 이 둘도 웬만한 상황에선 다 막혔죠. (물론 그리즈만은 이 둘보다 이런 상황에선 더 무력해요.) 그렇다면 중앙에서라도 패스가 제대로 돌아가야 합니다. 근데 부스케츠는 이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움직이면서 패싱하면 미스가 비례해서 늘어나요. (계속 왔다 갔다 하니 부스케츠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부담이 되거나 실책이 같이 늘어나겠죠.) 프야니치가 부스케츠보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싶은데 오늘 교체 투입 후 모습은 기대보단 우려가 살짝 앞서있긴 한데 짧은 시간이었고 이 시간으로 평가하는 건 올바른 평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 지켜봐야겠죠. 제가 쿠만이었으면 오늘 경기로 미드필드 보강에 대한 생각은 더 간절해졌을 것 같은데 시간이 없으니 뭐...

 

 

 

이게 결국 메시가 전반전은 계속 내려오면서도 중앙에만 머물렀던 이유기도 합니다. 자신이 볼을 잡고 올라갈 때 수비수들이 자신에게 다 쏠리면 양 측면 공간은 열릴테니 그걸 활용하려는 의도가 제일 컸겠죠. 거기다가 데 용이랑 부스케츠가 양 측면으로 패스도 제대로 못 보내고 있었어요.

 

 

(좌 - 전반전 메시 패스맵, 우 - 후반전 메시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좌 - 전반전 부스케츠 패스맵, 우 - 전반전 데 용 패스맵. 측면으로 나가는 패스 자체가 거의 안 보인다. 그만큼 세비야가 양 측면에서 안 밀리고 역으로 잘 공략했다.)

 

 

후반전에 그래서 볼 처리가 더 빨라지고 원투 패스를 더 적극적으로 시도했죠. 트린캉과 페드리를 양쪽에 넣으면서 이 둘에게 분명 더 적극적으로 원온원을 시도하라고 지시했을 거에요. 트린캉은 실제로 그렇게 했고. 그렇게 하면서 볼을 소유했으면 메시에게 공간이 더 열렸을 텐데 그 부분이 잘 안 됐기 때문에 미드필드들을 다 때려박으면서 (쿠티뉴를 빼고 데 용을 올리면서까지) 후방에서 전방까지 최대한 적은 터치로 빨리 올라가려고 했던 건데 이건 네투랑 아라우호 때문에 안 됐다고 봅니다.

 

 

 

네투를 계속 문제삼는 건 그냥 바로 주면 되는데 바로 안 주고 아예 멈춰버리거나 아니면 세비야 선수들이 패스 방향을 한쪽으로 유도하려고 하는데 그걸 고립되기 좋은 측면 선수들한테 주니까 거기서부터 속도가 다 죽어서 전진이 안 됐습니다. 아라우호도 볼을 잡은 상태에선 전혀 좋은 선택지를 찾지 못했죠. 그래서 여기서부터 피케가 볼을 잡고 알바랑 어떻게든 빠져나오는데 그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이미 다 진을 치고 있던 겁니다. 이게 오늘 교체를 그렇게 한 이유 중 하나였을 거라고 보고. 어차피 슈테겐이 오면 네투는 볼 일이 거의 없으니까 어떻게 해결이 된다 치지만 후방은 고민이 많을 것 같네요.

 

 

 

아라우호는 신체 능력도 좋고 빠르고 경합도 좋은데 볼이 넘어올 때 낙하 지점을 너무 못 잡아요. 그리고 볼을 잡았을 때 터치가 길거나 본인이 오른발로 처리해야 하는데 왼발을 강제해버리면 동작을 한 번 더 거치니까 그냥 당연하게 네투한테 볼이 가는 경우도 있었고. 물론 자기와 연계하기 좋은 위치에 있던 세르지가 포지셔닝을 개판으로 잡아서 그런 것도 어느 정도 있었을 거라고 보긴 합니다. 세비야가 그만큼 공략을 잘한 것도 있을 테고. (아마 왼쪽에 섰으면 보나마나 헬파티 열렸을 겁니다.) 앞으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기회는 돌아갈 거라고 봅니다. 세르지랑 알바는 많이 말씀드렸으니 굳이 또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구요.

 

 

 

메시를 지금처럼 온 더 볼, 오프 더 볼 가리지 않고 상대 선수들이 신경 쓰게 만들려면 어느 정도는 나머지 선수들이 해결해줘야 할텐데 가능할까 모르겠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쿠티뉴가 메시 다음으로 해결해줘야할 것 같음. 세르지가 계속 이 모양이면 (생각 이상으로 맛탱이가 가있네요. 왜 이러지.) 데스트도 생각보다 빨리 담금질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구요. 이런 얘기할 때 그리즈만 얘기를 안 하는 건 이런 걸 해결해줄 선수가 아니기 때문. 쿠만도 그런 걸 바랐으면 교체로 빼지도 않았을 거에요.

 

 

 

뎀벨레는 오늘 나왔으면 오히려 측면에서 멈춰 서서 스스로 속도를 다 죽였을 게 뻔해서 쿠만이 아니라 누구였어도 안 넣었을 겁니다. 넣었으면 졌거나 더 기분 나쁘게 비겼을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