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상 이번 주가 마지막 여유? 휴가? 라서 (이제 거리두기 상관없이 좀 바쁘게 지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 진짜 열심히 썼는데 중간에 라포르타 때문에 너무 분위기에 휩쓸린 글을 많이 써서 그 부분이 좀 아쉽긴 합니다. 방문자 분들께도 좀 죄송한 마음이 앞서구요. 이번 글은 철저하게 한 선수만 보고 쓰는 글입니다. 원래 리버풀-첼시 (두 팀 다 어느 순간부터 경기를 안 보고 있기에 (리버풀은 저번에 10분인가 잠깐 봤습니다.) 한 번 중간 점검도 해볼 겸 생각을 했으나... 악성 맨유 팬 친구가 리버풀은 달라진 게 없다고 얘기한 것도 있고 해서...) 를 작년에 맨유, 맨시티 분석했던 것처럼 리뷰해보려고 했는데 주말 동안 신경쓸 것도 있고 해서 둘 중 하나를 고민하다가 이걸로 정했습니다.
이 경기를 보기 전까지 제가 챙겨본 홀란드의 경기는 10경기도 안 되니까 그 부분을 감안해주시구요. 이 10경기도 안 되는 경기들 마저도 집중해서 본 경기는 절반도 안 됩니다. 더해서 이 경기는 철저하게 이 선수에게 모든 포커스를 맞춰서 봤기에 다른 질문들은 안 받겠습니다. 1 을 붙여놔서 2 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는데 그건 앞으로의 제 개인 사정과 이 선수의 활약에 달려있습니다. 두 가지 조건이 안 맞을 경우 2 는 없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제가 이전에 본 경기들에서 느낀 감상평과 이 경기에서 살펴본 부분들을 종합한 글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중복되는 부분들을 최대한 쳐냈기 때문에 이미지의 대부분은 전반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2. 순서대로 살펴보기
기본적으로 제일 앞에 위치하면서 볼을 가지고 있는 선수를 집중적으로 쳐다보기보단 주변을 더 많이 살피고 한 번 살피고나서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공간이나 뒷공간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의도가 가장 우선이겠죠?
본인이 볼을 후방까지 내려오면서 많이 잡으면서 직접 공간을 만들고 동료들이 찾아들어가는 상황보단 같은 팀 선수들과 상대 선수들의 위치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면서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 이유고. 저런 것들이 습관이 되어있어서 좋은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둘째로 살펴볼 부분은 보통 어린 선수들과 다르게 맨 앞에서 뛸 때 엄청나게 적극적인 모습이나 에너제틱한 모습을 앞세우기보단 주변을 계속 살피면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위치와 동시에 동료들과의 간격을 깨지 않으면서 상대의 패스 방향을 어느 정도 유도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위치를 잡으려는 포지셔닝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노르웨이가 한쪽 사이드로 몰아서 많은 인원이 수비를 해내고 빈 공간을 달리는 축구를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이런 홀란드의 오프 더 볼 과정에서 디테일한 면을 조금 더 살펴보면 상대 선수들이 볼을 잡고 있을 때와 동료 선수들이 볼을 잡고 있을 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상대 선수들이 볼을 잡고 있을 때는 주변 선수들을 더 많이 살펴본다면 동료 선수들이 볼을 잡고 있을 땐 거의 대부분 볼과 볼을 잡고 있는 동료 선수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이 작은 차이가 무엇을 뜻하냐면 볼이 향하는 방향을 빠르게 캐치하기 위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이건 다르게 보면 협력 수비와 측면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갖춰진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살펴보겠습니다.
자 이제 다른 부분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장면은 놀란 게 순간 속도가 빠른 것도 빠른 거지만 볼을 잡은 동료를 보면서 동료가 자신이 향하는 곳으로 정확하게 줄 것을 믿고 최대한 보조를 맞춰서 뛰는 타이밍을 잡습니다. 받는 쪽과 주는 쪽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는다는 뜻인데요.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는 것과 상대 수비와의 수싸움, 거기서 나오는 오프 더 볼 감각 자체는 확실히 동나이대 포워드들에 비해서 월등하게 좋은 편입니다.
단순히 이런 상황에서 골을 만들어냈다를 칭찬하기보단 상황을 가리지 않고 오프 더 볼을 굉장히 성실하게 하는 편입니다. 이게 찬스가 왔을 때 골로 연결시키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 이유 중 하나라고 봅니다.
상대보다 수적으로 더 많을 경우나 뛰었을 때 계산이 서는 경우면 일단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리스크를 과하게 의식하지 않고 뜁니다. 오프 더 볼 자체가 좋기 때문에 이런 계산이나 판단이 빨리 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특징
글이 너무 길어지고 있어서 이 정도로만 하고 넘어가고 이번 경기뿐만 아니라 그 동안 봐오면서 느낀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주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그리즈만처럼 습관적으로 왼발이 나간다라기보단 본인이 왼발을 잘 쓰는 걸 인지하고 왼발을 쓰기 편한 자세와 그걸 이행할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찾아들어가려고 합니다. 대부분 가져가는 퍼스트 터치가 왼발이고 볼을 떼놓으면서 슈팅을 가져갈 때도 왼발로 볼을 떼어놓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건 하이라이트로 골 모음집만 보셔도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근데 슈팅 타이밍이 좋은 편이라 골키퍼나 상대 수비수들이 이 과정에서 속으면 왼발을 쓸 거를 이미 알고 있어도 속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속아서 홀란드에게 골을 내주는 장면이 꽤 많이 나왔다고 보고 앞으로도 어느 정도 나올 거라 생각하구요.
근데 이런 발의 방향과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움직임에 비해서 온 몸을 쓴다는 측면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게 일단 첫째로 헤딩할 때 낙하지점이나 타이밍을 못 잡아서 경합 자체를 지고 들어가거나 볼 소유권을 상대에게 그냥 넘겨주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이번 경기만 해도 반 다이크뿐만 아니라 데 브라이에게도 그런 모습이 나옵니다. 어떤 때에는 점프를 너무 빨리하거나 어떤 때에는 떨어지는 지점보다 조금 앞서있거나 물러서 있거나 하는 모습이 나온다는 거죠. 그리고 둘째로 발로 받지 않아도 되는 상황일 때 발로 받으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발을 굉장히 높이 드는 플레이가 가끔 보일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굉장히 직선적인 편인데 특징이 있다면 이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도 항상 왼발을 바로 쓸 수 있는 자세나 편한 자세를 의식하고 뛴다는 겁니다. 사선으로 들어갈 때도 측면에서 중앙을 바라보면서 45도 방향으로 들어가기보단 반대로 중앙에서 측면을 바라보면서 사선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직선으로 쭉 뛰면서 왼발 각을 생각하고 뜁니다. 개인적으로 오른발을 쓰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양 발에서 나오는 파괴력보단 조금 더 다양한 방향으로 오프 더 볼을 가져가면서 더 위력적인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르트문트가 이번 시즌은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저번 시즌까지 굉장히 좌우 밸런스를 의식하거나 한 쪽 측면으로 볼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한 건 (이것도 챔스 한정입니다. 리그에선 잘 몰라요.) 홀란드에게 순간적으로 찾아들어갈 공간을 보장해주는 전술전략이 어느 정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이번 시즌에 감독이 바뀐 걸로 알고 있는데 이 감독의 전술전략이 홀란드에겐 어떤 영향이 가는 지를 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겠죠.
근데 첫 터치를 왼발로 가져가려고 하는 모습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건 박스 근처나 안에서 수비 밀도가 높은 팀을 상대로 하거나 홀란드를 고립시키려는 수비 방식을 들고 오는 팀을 만났을 땐 굉장히 힘겨운 경기를 했을 거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까 싶구요. 제한적인 선수란 생각은 안 드는데 너무 장점을 살리려다가 단점이 더 부각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다 싶음. 이런 면 때문에 대다수의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낮게 보는 편이구요. 다른 걸 다 떠나서 오프 더 볼은 누구한테 배웠는지 정말 잘 배웠음. 그래서 이런 오프 더 볼을 조금 더 다양한 방향으로 시도할 수 있는 성장 방향을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경험이 쌓이면서 통찰력까지 생기면 오프 더 볼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