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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71

by 다스다스 2021. 9. 5.

 

 

 

1. 감독이 본인이 가르쳤던 선수들이나 익숙한 선수들을 원하는 건 장단점이 있어요. 장점은 적응기가 없거나 최소화되고 이미 서로 아는 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역할을 지시할 때도 이것저것 많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외적으로 봐도 감독이나 선수나 서로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트러블이 없을 거고. 단점은 이 선수가 잘하다가 못해지는 시기가 올 때 아니면 그냥 오자마자 못하는데 믿음의 기용이 발생하면 (못하는데 계속 나오는 게 대표적이겠죠.) 라커룸에서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잠재적 위험성이 일단 제일 크겠죠? 감독이 익숙해하는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런 잠재적 위험성은 더 크다고 보시면 될 것 같구요. 아니면 여러 감독들을 만나면서 감독이 익숙해하던 그 선수의 모습이 아니라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선수가 돼버린 경우도 있을 수 있겠죠.

 

 

 

이미 스승인 반 할이 보여줬죠. 네덜란드 애들 다 끌고 와서 저러다가 반 할이랑 네덜란드 애들 일부 나갔는데도 라커룸이 한 번 더 터져서 2년 동안 오렌지 후유증을 겪은 게 약 20년 전 바르셀로나입니다. (물론 피구 손도 못 쓰고 잃고 오베르마스 데려온 것도 크긴 했습니다만...) 반 할이 한 시즌에 본인이 익숙한 선수들만 4명을 데려왔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더 데려와놓고 선발, 교체를 가리지 않고 네덜란드 애들을 막 기용하다가 라커룸이 3분할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져버림. (00-01 시즌에 쁘띠가 공개적으로 밝혀버림. 라커룸이 3개의 파로 나뉘어져있다고. 네덜란드, 스페인-카탈루냐, 기타. 그러고 몇 년 동안 자긴 이거 때문에 커리어 꼬였다고 떠들고 다님. 그 전 시즌에도 언론들이 계속 예측했는데 결국 맞아떨어짐. 누네스부터 반 할까지 싹 다 날아가고 후반기 홈 경기들에서 야유를 하는 현상까지 벌어지죠. 챔스 4강에서도 야유함.)

 

 

 

루크 데 용이 와서 잘하냐 못하냐도 중요하겠지만 너무 감독이 익숙한 선수들을 계속 데리고 오려는 건 무조건적으로 좋은 게 아니란 거고. 만약에 바이날둠까지 왔으면 리듬이 꺾이거나 분위기가 아래로 박을 때 되게 위험할 확률이 높았을 거라고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 봐도 보드진이 축구 내적인 관점이나 축구를 모른다는 게 확연하게 보임. 당장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잠재능력을 가진 선수를 데려오는 게 안 될 거 알고 감독이 요청한 선수를 데려와준 게 어떻게 보면 맞춰준 걸 수도 있겠지만 이런 적정선을 잡아주는 게 단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역할이란 걸 감안한다면 0점을 줘도 모자란 거죠.

 

 

 

 

2. 지역 언론들이 너무 공개적으로 까발릴 내용이 아닌 것들을 공개적으로 까발리면서 팬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음. 시즌은 이제 시작했는데 분위기를 이렇게 박살내놓는 게 과연 맞는 건가란 의문은 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구요. 이러다가 성적이 제대로 나락가서 현지에서 불만 폭발하면 누구한테 다 뒤집어씌우고 누구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건지 모르겠네요. 저런 기사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본인들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면이나 보험을 깔아 두는 면도 있다고 보는데 비단 감독인 쿠만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대체자의 개념으로 자리 잡을 선수들이 받을 비판/비난 역시 감당하기 힘든 선까지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모든 가정은 성적이 현지 팬들의 예상보다 안 나왔을 경우입니다. 현재로선 얘네가 어느 정도를 예상하고 경기장을 가는 지 모르겠습니다.

 

 

 

역으로 이렇게 분위기를 만들어버리고 감독에게 '지속적으로' 성적을 요구할 수도 있을 건데 (지금 스쿼드도 충분히 좋아. 여긴 바르셀로나야 이런 소리하면서..) 그렇다면 쿠만은 자신의 뜻을 펼치기보다 뭔가 굉장히 애매한 축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지금 메시 팩스 사건이나 그리즈만 연봉을 저렇게 공개적으로 까는 건 아무리 봐도 좋은 게 아닌 것 같단 생각밖에 안 드네요. 이렇게 기대치가 낮아져있어도 이미 올라간 위상이 있기 때문에 마드리드나 알레띠에 비해서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오면 팬들이 불만을 안 가질 수가 없다고 보는데 라포르타가 이러면서 철저하게 필살기와 여름을 준비할 것 같진 않거든요. 일단 알레마니도 똘마니인 걸 확인했기 때문에 더더욱 기대가 안 됩니다.

 

 

 

쿠만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현 시점인 것 같습니다. 라커룸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하고자 하는 축구를 더 강하게 밀고 나가고 등등... 할 게 많을 것 같네요. 메시가 나가고 그리즈만이 나가고 이런 것도 있겠지만 그런 거 아니더라도 스트레스 많이 받을 것 같음.

 

 

 

 

3. 근데 개인적으로 한 번은 라이벌들과 격차가 크게 발생하는 시즌이 있기는 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에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축구 내적인 관점이 중요하다는 걸 내부에서 자각하게 만드려면 성적이 한 번 박살이 나서 팬들의 분노를 수면 위로 꺼내야 한다는 거고. (챔스를 못 나가야 한다. 이런 얘기가 아닙니다. 뭐 07-08 처럼 마드리드랑 18점 차이 나고 이런 거. 쟤넨 챔스 결승 갔는데 우린 16강 탈락했어. 이런 거나. 알레띠까지 세 팀이서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지 몇 년이 됐기 때문에 한 번 박으면 생각보다 분노가 빨리 수면 위로 나올 수 있다고 봐요. 13-14 도 어느 정도는 예가 될 수 있음. 이땐 라이벌들한테 타이틀을 다 내준 셈이라 바로 분노가 나와버렸죠. 세스크 가족들한테 가서 안 판다고 했던 세스크까지 팔아먹으면서 루쵸 필살기를 썼으니.) 얘네는 지금 이걸 제일 우선으로 볼 줄을 모름. 봐야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사람 조차 없을 것 같으니까 더더욱 이렇게 해서 깨닫게 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에요.

 

둘째는 사이클이 무너졌다는 걸 인정하고 새로운 사이클을 만드려면 기초는 기존 선수들의 방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이 기존 선수들은 보통은 실력이나 축구 내외적인 가치가 떨어진 선수들을 말하는 건데 이번 같은 경우는 그런 선수들보단 그런 쪽으로 책임을 져줄 선수들이나 시험해볼 만한 선수들이 나갔다는 걸 고려해야 할테구요.

 

셋째는 첫째, 둘째가 발생하면서 축구 외적인 부분에도 꽤나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는 점. 뭐 대표적으로 의료 부분이 됐든 아니면 넓은 관점에서 유소년 시스템이 됐든. 두 가지가 아니더라도 좀 보수가 필요하다고 많이 느낍니다. 90년대부터 만들어진 현재의 시스템에서 어느 정도 정형화된 부분들까지 다 뜯어고치면서 개혁을 한다는 개념보단 부분 부분 뜯어고치면서 흐름에 맞춰갈 필요성은 항상 느끼고 있음. 전 B팀 성적이 어쩌니저쩌니 할 때부터 B팀을 바라보는 관점이 엉망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는데 퍼스트 팀에 올라오는 선수들 중에서 기대치를 꽤나 받았던 선수들 (대표적으로 아레냐, 푸츠) 이 여러 카테고리에서 똑같은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역시 유스를 믿어야 한다는 관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보구요.

 

 

말씀드렸듯이 자리를 잡는 선수들은 스스로 살아남는 거고. 그런 선수들은 늘 나오겠지만 더 많이 나오게 하려면 지금처럼 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어린 선수들은 늘 향상성을 갖고 키우는 거고 성장 방향을 확고히 하는 건 퍼스트 팀에서 자리 잡고나서 해도 늦지 않음. 재능들을 만들어낼 순 없지만 그 재능들이 더 빛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4. 이제 당분간 글을 못 쓸 확률이 높아서 그냥 되게 먼 미래까지 생각해보고 한 번 써봤습니다. 여유가 되거나 기회가 될 때마다 쓰려고 하긴 할 건데 조만간 명절까지 있고 해서 아마 빠듯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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