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번 시즌에 알레띠 경기 보면서 수아레즈랑 더 같이 가는 건 안 좋을 거라고 했었는데 당연한 거예요. 바르셀로나 2년 차에 누적이 한 번 터지면서 신체 리듬이 무너졌고 그 이후에도 중간중간 부상 달고 뛰던 여파까지 와서 몸이 그냥 엉망이 됐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골을 넣었던 건 플레이 스타일이랑 센스 덕분이었습니다. 전 바르셀로나 2년 차 이후로는 수아레즈는 그냥 순전히 재능빨로만 축구했다고 봅니다. 제 기준으론 2년 차 이후로 무조건 헤어졌어야 했다고 봐요. 골이 중요한 게 아님. 결국 대참사 겪기 전까진 아무도 내보낼 생각을 안 했다는 게 얼마나 안일하게 팀을 이끌었는 지를 보여주는 면 중 하나였다고 보구요.
알레띠에 가면 그나마 저런 수아레즈의 하락세를 바르셀로나와는 다르게 조금이나마 가려줄 수 있다고 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랬지만 계속 같이 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고 그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수아레즈가 가지고 있는 의외성은 90분 안에 나와야 의미가 있는 거지. 그 이상을 넘어가면 솔직히 가치가 없습니다. 수아레즈는 말씀드렸다시피 수많은 시도 끝에 (전성기 전후에 보시면 90분 내내 뭔가를 합니다. 특히 박스 안이나 측면에 있는 상대 선수들 시선을 계속 끌어내려고 함) 본인이 이기는 선수인데 이제 오프사이드 트랩에 걸리는 빈도도 엄청 많아졌고 (원래 많았는데 그것보다 더 많아졌고 본인이 의도적으로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보다 역으로 본인이 느려져서 반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음. 잘 보시면 상대 선수들 움직임을 빠르게 따라가질 못해요.) 이번 시즌은 이제 하락세가 더 눈에 띄게 보이고 있고 혹여나 한 발 앞서가더라도 완전 거북이가 다 돼버려서 수비수들이 대응하기가 더 쉬워졌죠. 조기 축구에서나 볼 법한 터치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저씨들 퍼스트 터치로 잡으려고 하는데 퍼스트 터치가 아니라 퍼스트 슈팅이 돼서 볼이 저만큼 앞으로 툭 튀어나가는 거 그런 것들. 때론 특정 공간에 멈춰서 볼 기다리는 것도 비슷하고.)
그리고 이 여파는 공수 양면에서 크게 작용해서 토너먼트에서 알레띠의 강점이 없어지고 있다는 게 저번 시즌에 보였고 이번 시즌에도 수아레즈를 계속 긴 시간 쓰면 더 크게 보일 거예요. 일단 수아레즈가 있음으로 인해 공간 배분이 무너져서 필드 전체에서 압박을 할 수가 없다는 거겠죠. ( 요 글 보시면 됨 ) 저번 시즌 첼시한테 이걸로 인해 호되게 당했다는 것까지 생각해본다면 아주 위험한 요소죠. 그리즈만을 시메오네가 원했다는 것 역시 이런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봐도 될 것 같구요. (조금의 재적응기만 거치면 팀의 틀을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선수니까)
시메오네가 바보라서 선발로 쓰는 게 아니라 그렇게 써야만 가치가 있는 선수라는 거고 이 흐름이 길어지면 아무리 시메오네라도 쓰임새를 고민할 시기가 올 것 같은데 (이미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게 기용 방식에서 조금씩 드러나고 있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시메오네의 성향인지 알레띠 내부 관계자들의 전체적인 성향인지 변화를 주는 걸 너무 고려를 안 하는 것 같아요. 선수들이 환경의 변화를 원해서 나가길 바라기보단 (사울 같은 케이스) 빠르게 쳐내는 것도 필요한데 시메오네 체제에 들어서면서부터 사이클이 궤도에 오르기도 했고 유지가 먹히고 있어서 전체적인 팀 운용에 있어서 안정성을 지나칠 정도로 높은 요소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덕에 새로 오는 선수들도 대부분 이상하게 적응기가 오래 걸림. 물론 시메오네의 방식에 적응하는 시간이 꽤 필요하다는 게 제일 큰 요소겠지만 감독이 내외적으로 이미 적응해있는 기존 선수들을 때로는 과할 정도로 신뢰하는 면이 있다는 거죠. 전 한 3년 전부터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토너먼트에서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예전하고 다르게 그냥 어쩔 수 없이 더 수비적인 팀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도 변화가 없음... 이런 거 보면 시메오네의 성향이 제일 큰 것 같긴 한데...
축구 외적인 면으로 봐도 시메오네는 생긴 거랑 다르게 사람이 겁이 많다는 게 느껴짐. 개인적으로 정말 아쉬운 부분. 전 시메오네가 조금만 더 과감해질 수 있다면 알레띠는 지금보다 더 좋은 팀이 될만한 요소들이 많은 팀이라고 봅니다. 그리즈만은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재적응기가 필요할 거라고 봅니다. 익숙한 팀이라 금방 잘하지 않을까요. 여전히 나간 거 너무 아쉽게 생각하고 큰 실수라고 봅니다.
2. 여기 또 다른 공간 배분의 문제점을 야기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르셀로나의 부스케츠죠. 부스케츠한테 제가 계속 본인이 하기에는 과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건 이 선수는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을 넘나들면서 전방과 후방의 연결 고리가 되는 보조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후방에서 볼을 빠르게 빼오면서 자신보다 앞선에 있거나 옆에 있는 선수들의 동선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저 선수들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보조자기 때문입니다. 제가 과거 선수 한 명 데려올 수 있다면 무조건 따지지도 않고 챠비라고 얘기하는 것도 챠비는 전방과 후방 모든 지점에서 동료들의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비어있는 공간으로 정확하게 포지셔닝을 해서 팀의 공간 분배가 엉망이 되지 않도록 합니다.
그래서 챠비 같은 경우도 안 풀릴 땐 수비만 뒤지게 하다가 경기 끝나는 경우도 있었죠. 요즘 표현으론 전방, 후방에 있는 선수들의 따까리 짓만 했다는 건데 계속 비어있는 공간 메우러 가야 되니까. 지금 데 용이랑 페드리가 이런 과부하에 걸려있는 겁니다. 더 앞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포워드들을 지원해줘야 하는 선수들이 종으로 넓은 공간을 커버해야 하고 하프 라인 아래 지점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거죠.
결국 부스케츠를 과감하고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는 팀을 만나면 늘 저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던 딜레마들을 포함해서 계속 같은 문제점들이 언급될 수밖에 없는 거죠. 루쵸가 대표팀에서 제시한 건 부스케츠를 기용하면서 나타나는 단점들을 일부 가려주는 하나의 해결책이지만 바르셀로나에선 그런 방식으로 할 수 없는 게 바르셀로나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면서 본인이 알아서 재빠르게 그에 맞는 수비 방식을 판단할 수비수가 피케 하나밖에 없습니다. (스페인에는 라포르테랑 아스필리쿠에타가 있음. 그러니까 얘네가 협력 수비까지 해주면서 다른 선수들의 실책성 플레이를 메워주고 후방에서 보조해주는 거) 세르지 자꾸 시험하는 것도 이거밖에 없다고 보는데 다른 것도 잘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건 너무너무 못하죠.
그리고 부스케츠가 역으로 한 지점 더 올라가면서 비는 공간을 코케가 계속 메워주는 게 스페인 대표팀이라면 바르셀로나는 보통 코케가 90분 내내 해주는 저 역할을 데 용이 중간중간하는데 이러면 자연스레 한쪽 측면이 빵꾸가 나버립니다. 연쇄 효과죠. 뮌헨 전 같은 경우도 한 쪽 측면이 아예 빵꾸가 나버리니까 계속 좌측면으로만 볼이 돌았죠. 바르셀로나가 볼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 동안 절반이 넘을 정도로 좌측면 위주로 볼이 돌았음. 이러면 부스케츠가 왼쪽을 보고 있는 경우가 엄청나게 많다는 건데 이길 수가 없습니다. 오른발 대비 왼발을 쓸 때 정확도가 엄청 떨어지는 편이고 애초에 본인이 익숙하게 돌 수 없을 땐 늘 실책성 플레이가 많았습니다.
쿠만은 뮌헨이 바르셀로나의 어떤 부분들을 간파하고 준비해올지를 생각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서 무승부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하고 (이건 제 추측) 이런 축구를 들고 나왔다는 건데 사실 바르셀로나가 그동안 쌓아온 관념을 생각해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준비 과정이었다고 보는 게 맞겠죠. 발베르데처럼 준비했다는 뜻이니까요. 당장 이 한 경기만 놓고 보면 비판/비난 분위기가 강하게 나오는 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선수 구성을 떠나서 의도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축구였음. 선수단도 실망스러워했다는 얘기가 나온 게 단순히 기자들의 소설도 아닐 거라고 보구요.
이제 몇 가지 장면을 봐보죠.
바이날둠을 계속 원했던 것도 백패스 뒤지게 해도 결국 볼을 잡고 있는 동료 옆에 빠르게 붙어주거나 비어있는 공간으로 뛰어가는 보조자로서의 포지셔닝이 좋은 편이고 넓은 범위를 대부분의 경기에서 책임져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크지 않았을까 싶구요. 프야니치가 결국 플랜에서 완전하게 배제된 것도 좌우를 잘 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부스케츠보다 넓은 범위를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운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선수란 게 제일 컸겠죠. 부스케츠보다 더 정적이고 좁은 범위를 움직이는 선수인데 그냥 깜냥이 안 되는 거였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멀쩡한 움티티를 계속 아쉬워하는 것도 걔만 계속 멀쩡했으면 후방에 자기보다 앞선이나 측면에 위치하는 선수들을 아주 정확하고 빠르게 지원해줄 수 있는 보조자가 한 명 있다는 거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도 구성을 짜는데 있어서 한결 편했을 거예요. 이제 그 모습을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아쉬움. 아마 움티티 멀쩡했으면 발베르데도 라키티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피보테로 더 써보려고 했을 건데 뭐 어쩔 수 없죠. 좌우 측면을 강하게 할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 미드필드 구성을 바꾸는 게 맞습니다. 지금처럼 상대가 짜 놓은 판에 걸려들어서 한쪽 측면으로 볼이 쏠려버리면 뮌헨이 아니라 리가에서 전방이나 측면에서 압박이 좋은 팀들만 만나도 질 수도 있음. 메시가 없기 때문에 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봅니다.
3. 이미지 따려고 다시 보면서 느낀 건데 뮌헨 감독이 트레이닝론이 아주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몇 년 간 본 팀들 중 클롭의 리버풀 다음으로 4열 배치와 3열 배치를 오가는 종횡을 나누는 공간 배분이 되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예전에 세티엔 얘기할 때도 몇 번 얘기했던 건데 이런 종적인 배치가 되게 중요한 게 공수 양면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4열 배치를 하면 상대 입장에선 후방에서부터 사실상 4줄을 마주하는 겁니다. 반대로 공격을 할 때는 중앙에서 기점이 되는 경우가 4줄이 되는 거기 때문에 측면 공간을 공략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은 인원이 공격에 들어갈 수 있게 되죠. 3-3-1-3 을 이상향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고 근래 4-2-3-1 이란 큰 틀에서의 배치가 유행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두 줄 수비는 말 그대로 2줄로 횡으로 공간을 엄청 좁혀서 박스 안을 틀어막는 개념이구요. 세티엔 그냥 이론으로 똘똘 뭉친 허수아비라고 했던 것도 배치만 저렇게 하지. 디테일은 그냥 아예 없었음.)
보통 이런 건 피보테나 맨 앞에 위치하는 포워드. 아니면 그 뒤에 위치하는 선수가 기점이 돼서 배치를 오고 가기 마련인데 레반도프스키, 뮐러, 키미히 등 이런 선수들이 영리한 면도 높은 수준으로 갖추고 있는 선수들이라 그런지 되게 자연스러운 대형 변화라고 느꼈음.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 중 레반도프스키가 메시 다음으로 좌중우 분배가 아주 좋은 선수라는 것도 되게 흥미로운 요소일 테고. 뮌헨 잘 모르고 나겔스만도 잘 모르는데 프리시즌을 잘 보낸 팀이라면 후반기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원래 플릭 때부터 뮌헨을 높게 봐서 애초에 어느 정도 깔아놓고 본 것도 있습니다. 나겔스만 뮌헨은 이번이 처음 봤고 이 경기 이미지 따려고 잠깐 본 거지. 제대로 보지도 못해서... 확언할 정도는 아니구요. 근데 네임 밸류 떼놓고 봤을 때 스쿼드 구성이 가장 괜찮은 팀이라고 봐요.
4. 이것도 수아레즈 얘기하려고 8월달에 대략 큰 틀만 잠깐 써놨던 건데 겸사겸사 비슷한 주제 묶어서 써봅니다. 연휴 끝나기 전에 댓글들 답변은 다 해드리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모르겠습니다. 연휴도 연휴 같지 않을 예정이라... 이동이 많을 시기인데 짱개 폐렴 조심하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항상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