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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41

by 다스다스 2021. 2. 24.

 

 

- 시메오네와 수아레즈



이번 시즌 알레띠 경기는 딴 거 하면서 대충대충 보긴 했어도 제대로 본 건 처음인데 많이 변화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대로입니다. 시메오네는 본인이 짜놓은 틀을 살짝 틀 수는 있어도 크게 벗어나는 건 절대 선호하지 않는다는 걸 더 확고하게 볼 수 있는 경기였다고 생각하구요. (이런 면은 비엘사를 확실히 닮았음)



이게 토너먼트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첫 번째 이유라고 보는데 (은근히 겁이 많음) 2차전을 어떻게 뒤집고 올라가더라도 앞선이나 측면 구성과 역할에 변화를 안 주면 (물론 트리피어나 카라스코 같은 선수들이 돌아오긴 하니까 가능성이 있는 얘기긴 하겠죠.) 첼시보다 더 짜임새있는 압박을 하고 속도를 낼 수 있는 팀을 만났을 때 처참하게 질 것 같아요.



가장 큰 문제는 수아레즈라고 보는데 수아레즈는 바르셀로나 2년차 후반기부터 반응이 확연히 느려지면서 실책성 플레이는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센스는 여전히 있는데 몸이 이제 몇 박자는 밀려서 안 따라주는 거죠.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레 본인이 움직이는 범위 자체가 지나치게 좁아지기 시작했죠. 잘할 때는 사이드는 물론이고 하프 라인 전후 지점에서도 뛰어다니면서 오프 더 볼, 온 더 볼 가리지 않고 계속 뭔가를 시도했는데 이젠 90분 내내 그게 안 됩니다.



그럼 두 가지 문제가 따라옵니다.



- 최전방에서부터 압박이 안 되니까 (골키퍼한테 달려가는 그거 자체도 90분 내내 안 됌) 자연스레 전환 과정에서 후퇴가 기초가 되면서 단거리를 빠르게 공략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진다.
- 당연히 다른 선수들이 그만큼 더 커버해야한다.



이러다보니까 상대가 볼을 소유하고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버리면 더 수비적인 팀이 되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본인들이 볼을 탈환했을 때 공략해야하는 거리와 속도를 내야하는 난이도 자체도 굉장히 길고 높아지는 거죠.



오늘 르마와 요렌테는 너무 많은 걸 부여받은 상태로 뛰었습니다. 수비부터 시작해서 측면 공간을 끝에서 끝까지 달려야하고 필요하면 더 관여해야했죠. 코레아가 드럽게 못하는데도 나오는 건 의외로 움직이는 범위 자체는 되게 넓습니다. 늘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여기저기 발자국은 진짜 잘 찍고 다녀요. 근데 못하니까 쓸데없이 여기저기 관여해서 경기를 망치는 거죠.



여기에 코케도 종으로 커버해야하는 범위가 너무 길었죠. 시메오네가 그럼에도 수아레즈를 원했던 건 이 부분을 적당히 타협해주면 (펠릭스도 저번 시즌에 비해서 분명히 더 좋아질테니까) 수아레즈가 해결해주는 빈도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됐을 때 어이없는 무승부나 패배를 줄여줄 수 있을 거라고 본 게 컸겠죠. 실제로 리가에서 그런 흐름이 보인 시기가 있었구요.



근데 토너먼트는 아닙니다. 어디서든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건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알레띠는 이 부분을 일정 부분 포기하고 뛰는 거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하는 경기일 경우엔 상대적으로 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아레즈는 이제 그 짧은 시간 안에 매번 이기는 선수가 아니기도 하구요.



(좌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 지표 - 파란색 - 인터셉션, 보라색 - 클리어링, 주황색 - 리커버리. 우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 지표 - 초록색 - 태클 성공, 빨간색 - 태클 실패. 앞선에 9번은 안 보이고 6번이 보인다.)





- 메시



뜬금없이 메시 얘기를 왜 하냐면 메시도 수아레즈와 비슷한 문제를 팀에게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메시는 수아레즈보다 판단이 빠르고 실행에 옮기는 속도도 빠르고 수아레즈만큼 동작이 둔해지지 않았지만 90분 내내 앞에서 달려줄 수 없는 건 똑같습니다. 전방 압박의 기초는 골키퍼를 향해 달려가는 그 사소한 움직임이 시발점인데 메시 역시 이걸 90분 내내 못합니다. (이게 쿠만이 종종 그리즈만을 맨 앞에 포지셔닝 하게끔 조정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본인이 움직여서 무조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 때만 움직이는 건데 (보통 상대가 후방에서 패스를 내보내는 방향이 뻔하거나 본인이 움직였을 때 제한할 수 있을 때인데 이런 경우들은 재빠르게 움직입니다. 그리즈만이나 데 용, 페드리는 이걸 잘 캐치하는데 뎀벨레는 아예 인지를 못합니다.) 그러다보니까 상대가 대부분의 경우를 생각보다 쉽게 하프 라인을 넘어서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여기에 미드필드 라인과 측면에 장점이 한 가지거나 조건부로 발휘되는 선수들이 있으니 그 부분들을 공략해버리면 라인의 유동이 발생하면서 상대에게 열린 공간을 내주게 되는 겁니다.



시메오네는 다르게 접근한 거죠. 일단 선수 구성이 다르고 장단이 다르단 것도 있지만 접근법 자체가 라인의 유동이 발생해 순간적으로 공간을 내주고 뒷공간까지 줄 바엔 더 많은 선수들을 후방에 투자해 수비를 해내고 (여기서도 지독하게 맨투맨과 지역 방어의 혼합을 강조함. 시메오네는 자신의 확고한 틀을 과감하게 변화를 안 줍니다.) 측면 공간을 조금 더 다양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아내자고. 문제는 과거 시메오네의 알레띠는 간격을 좁히고 대형을 컴팩트하게 짜서 다 같이 공수를 해내는 팀이었다면 지금은 공격은 조금 더 각 선수들의 재능에 기대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 차이가 오늘 경기에선 드러난 셈이구요.



발베르데의 바르셀로나는 지금 시메오네가 하는 것보다 더 공수에서 선수들의 재능에 기대는 축구를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메시의 문제점을 몇 차례 계속해서 지적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전 메시는 수아레즈와 다르게 실보단 득이 크다 생각해서 둘을 다르게 보는 겁니다. 전 알레띠에서도 수아레즈가 득보단 실이 더 크다 생각해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 되는 게 좋을 거라고 봅니다.




- 첼시




오늘은 볼이 조금 느리게 굴러간 면이 있기 때문에 (알레띠의 수비 방식과 대응의 영향도 있겠죠.) 확실하게 얘기하긴 그렇지만 투헬이 선수들에게 저번 경기 이후 이것저것 주입시키려고 한 것 같단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제 필드 위에서 뛰는 선수들이 지시를 받고 뛴다가 아니라 스스로 이해를 하고 실행에 옮긴다가 될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하겠죠.



이 팀은 이제 궤도에 오르기 전이나 방출과 영입이 이뤄지기 전까진 별로 얘기할 게 없네요. 간단하게라도 짚어야할 건 다 얘기한 것 같습니다. 마운트가 경험치를 잘 쌓아나가고 있고 생각보다 성장세의 폭이 크다는 것 정도말고는 덧붙일 게 없네요. 자신감이 붙어있는 지금 계속해서 필드 위에서 내보내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적절한 선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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