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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잡소리 242

by 다스다스 2021. 2. 28.






폰트는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다녔다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소시오들에게 어필할만한 요소들이 본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있었다는 게 크다고 봐야겠죠. 흥미로운 인물들을 데려오는 건 데려오는 건데 소시오의 입장이 되서 바라봤을 때 결국 의장인 너가 하는 건 뭔데? 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달까요. 능력도 있고 카탈루냐 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일궈낸 인물 중 한 명이지만 바르셀로나와 연관을 지었을 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란 것도 클테구요. (누네스 이후 의장을 한 사람들은 일단 다 바르셀로나나 축구에 발을 살짝이라도 담고 있는 사람들이긴 했음. 잘 아냐 모르냐를 떠나서. 물론 돈이 많은 사람들이기도 했고. 폰트가 한 번 이 부분을 지적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사람이 제시하는 것들은 결국 바르셀로나를 잘 알면서 동시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모여야한다에 가깝다는 것도 있고.



거기다 급진적인 변화를 예고하는 건 현재 소시오 구성의 대부분은 카탈라니즘을 몸으로 맞고 머리로도 수 없이 때려박힌 사람들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어요. 라포르타가 굉장히 차분한 행보를 보이고 별로 대단한 얘기를 한 게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유리한 위치를 점한 건 카탈루냐의 정체성이라는 게 되게 크겠죠. (오래되신 분들은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셨었음.)



종종 보면 클럽 그 이상이란 바르셀로나의 슬로건으로 타 팀 팬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 뜻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 오해하기 마련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축구 클럽으로서 클럽 그 이상이란 의미보다는 ‘카탈루냐 사람들에게’ 바르셀로나란 클럽이 단순히 축구 클럽, 스포츠 클럽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에 가깝고 말 그대로 카탈루냐를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란 뜻에 가까워요. 왜 그러냐면 그들의 저항 의식을 분출하고 하나가 되어서 함께하는 공간이 바로 깜노우였으니까요. 그들에겐 그저 좋은 성적을 내는 스포츠 팀이자 취미 생활이 아니란 뜻이기도 합니다.



결국 저 카탈라니즘을 온 몸으로 맞은 이들에게 바르셀로나는 곧 카탈루냐인데 라포르타는 그 부분을 훼손시킨 적이 없는 인물이고 (물론 시도한 적은 있죠. 짱개 스폰서라던가... 로셀이 처음에 재정 문제 들고 나오면서 가슴팍에 스폰서 단다했을 때도 카타르라는 게 엄청 컸음. 다른 스폰서였어도 난리나긴 했겠지만 그 정도로 난리나진 않았을 겁니다.) 더해서 트로피까지 안겨다 준 인물이니까요.



익숙하면서 내외적으로 업적이 있는 인물을 선호해온 건 의장 선거 내내 있던 일이고 (가스파르트도 누네스의 부의장으로 좋은 평가를 받던 인물이었음. 바르토메우랑 비슷하긴 하네요. 따까리일 땐 조용하게 할 일은 한다에 가까웠는데 본인이 주연이 되니까 다 말아처먹는 게 굉장히 비슷함. 갑자기 큰 돈이 생겨서 급하게 영입을 했다가 실패한 것 마저도 똑같음.) 알렉산코를 들이민 것도 이 사람이 선수 보는 눈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크루이프, 치키와 같이 레이카르트의 후임으로 펩을 강하게 밀어줬던 사람이죠. (물론 크루이프나 치키의 입김이 굉장히 쎘죠. 알렉산코는 그냥 거기에 동조한 정도) 거기다가 빌바오 출신이라서 이런 지역적, 민족적인 성향을 굉장히 잘 아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고. 이래서 과거 바르셀로나에는 바스크 출신이 좀 많은 편이었죠. 비슷한 성향이었다는 게 컸을 겁니다.

 

 

어차피 좋은 주변인이 필요한 거라면 소시오들 입장에선 익숙한 사람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거고 더해서 너무 글로벌한 정책은 지금 소시오들에겐 절대로 안 먹히는 정책입니다. 적어도 저 세대가 넘어가기 전까지 바르셀로나는 저들의 바르셀로나여야한다는 의미에 가깝고 그래서 저번에도 다른 의장 후보들이 라포르타 지지를 선언하거나 라포르타가 자연스레 유리한 상황이 되버리면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거나 바뀌기엔 이른 시기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씀드렸던 거구요.



폰트가 지적한 축구나 스포츠적인 관점이 아예 없는 인물들이 바르셀로나에 들어와서 이끄는 건 분명 위험한 건 맞아요. 개인적으로 바이에른 뮌헨 같은 시스템을 갖추려고 시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보구요. 무엇보다 바르셀로나가 대다수의 팬들이 보기에 내외적으로 만족스럽게 느껴졌던 시기들은 무조건 축구 내적으로 좋은 관점을 가진 인물들이 있을 때였으니까요.



지난 몇 년은 그런 인물이 없으면 어떤지를 명확하게 보고 있는 시기기도 하니까 이런 부분들을 어필하는 건 분명 좋았다고 보는데 더 나아가서 본인을 어필하는데 있어서 부족했다고 봅니다. 그게 아니라면 챠비를 비롯한 소시오들을 흔들만한 인물들이 강하게 나왔어야했는데 챠비는 도중에 어디에도 서있지 않다는 걸 드러내버렸죠. 아니면 아싸리 변화에 맞게 극단적인 인물을 내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거 같음. 스토이치코프 같은 인물...




개인적으로 폰트는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실제로 가능할까란 생각을 갖게하는 인물이라면 라포르타는 수완이 좋고 검증됐고 (변호사 출신이라 말을 잘하는 것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말빨이 좋긴 함) 일을 빠르게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일을 망칠 확률도 동반되는 인물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성적을 냈고 한 사이클을 만들었지만 파우스가 로셀 따라서 나가고 (프레이사, 바르토메우 등도 이 때 나간 인물들) 그 후에 소리아노까지 나가자마자 재정적으로 흔들렸고 로셀이 이를 이용해서 공격했죠. 성공한 영입들 중 큼지막한 것들은 로셀이나 소리아노가 실질적으로 해결한 영입들이기도 했고.



어쨌든 라포르타가 될 확률이 높다고 보는데 된다면


축구 내적으로 좋은 관점을 갖고 있는 인물이 오냐 안 오냐와 그 사람의 입김이 얼마나 세냐가 중요할 거고 (라포르타는 딩요와 에투의 방출을 끝까지 내켜하지 않는 사람이었음. 레이카르트가 언론들한테 폭격을 맞을 때도 자기 살 길 찾느라 보호해주지 않은 사람. 결국 딩요는 2년을 날려먹고서야 팬들이 들고 일어나려는 게 보이니까 인정했고 에투는 크루이프가 조언자로서 (즐라탄 영입 관련) 치키와 펩의 의견에 동조해주고 펩이 그 전 시즌에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인정했죠.)


그리고 경제적으로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할 겁니다. 지금 바르셀로나는 2000년대 초반 흔들리는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흔들리는 바르셀로나고 그 때랑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규모가 커진 팀이라는 것도 중요할테구요.




결론은 라포르타가 막연하게 바르셀로나를 다시 살려낼 인물이라고 봐선 안 됩니다. 오히려 그런 시선은 기대치에 비해 실망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구요. 제가 봤을 때 메시 이후의 바르셀로나를 살려낼 인물은 위대한 감독임. 그게 지금은 챠비처럼 보이니까 여기저기서 챠비 얘기를 하는 건데 이것도 지금은 마냥 확신할 문제가 아니구요. 이 팀은 결국 축구를 잘해야 하는데 이거에 도달하는 순서가 늘 꼬여있달까요. 폰트가 매력적으로 보이셨던 분들은 이 순서를 풀어줄 인재로 보였던 게 컸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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