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쓰리백
예전에 쓰리백에 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공격적인 방향성의 쓰리백 (바르셀로나나 아약스, 네덜란드 등과 같은 팀들이 70년대부터 필살기로 써오던 쓰리백) 은 지금 유행하고 있는 쓰리백하고는 결 자체가 다릅니다. 현재의 쓰리백과 변형 쓰리백은 말 그대로 상대의 대응 방식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편입니다.
이유야 다양할 겁니다.
센터백들의 발 기술이 떨어져일 수도 있고
미드필드들의 기술적인 문제나 신체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측면 선수들의 장단이 필드 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에 관한 문제일 수도 있고 등등등
그렇다면 무엇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튀어나왔을까를 바라본다면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 볼의 방향을 유도하는 전방 압박을 상대적 약팀들도 체계적으로 해낼 수 있는 이론적/실전적인 부분들이 완성됐으며
- 그에 기반한 숏카운터 (단거리 역습) 의 완성도 역시 상대적 약팀들도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닌 수준이 됐고
- 두 줄 수비의 유행과 위협적이지 않은 지역에서의 현명한 대응 방식 등이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개개인에게 기술적으로 요구되는 난이도 자체가 높아지면서 U자로 볼이 도는 양상의 경기가 굉장히 많아졌다.
결국 쓰리백이 다시 등장한 건 상대적 강팀들이 상대적 약팀들을 지속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는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을 끌어올리고 유지해야 한다는 걸 뜻하는 거고 (백날 후방에서 횡패스, 백패스 해봤자 상대가 실책을 한 번 캐치해내면 실점을 하고 우리는 아무 것도 못하니까) 그렇다면 후방에서 전방으로 넘어가는 과정 자체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이 빠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최대한 전방으로 볼이 넘어가야함. 볼이 우리 골대에 멀리 있으면 있을수록 공수에 있어서 유리하니까) 그 방편으로 쓰리백이 다시 등장한 거라는 겁니다. 팀의 사정에 따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팀들은 변형 쓰리백이나 포백으로도 팀을 충분히 끌어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리가에서 최근 헤타페나 빌바오 같은 팀들로 대변되는 파울로 흐름을 끊거나 몸통 박치기를 불사하는 수비도 이에 맞춰서 유행하고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럼 그림을 통해서 바라보죠.
결국 후방에서부터 볼을 잡고 있는 선수를 기점으로 나머지 선수들이 오프 더 볼 상태에서 대형을 잡아주면서 올라가는 겁니다. 한두명이 많은 터치를 가져가는 것보다 모두가 터치를 하면서 라인 자체를 끌어올리는 셈이죠. 실제로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는 쓰리백을 가동한 시점부터 나타난 대형과 패스맵이 상대적으로 더 좌우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쿠만은 여전히 좌우 밸런스에 집착하고 있음)
점점 난이도가 올라가고 분석을 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식을 들고 나와서 공략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후방에서 전방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에 맞춰서 다른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구요.
되게 간단해보이지만 저게 가능하려면 최소 저 중 두 명은 원투터치 안에 플레이가 가능해서 압박에 대응이 가능해야합니다. 모두가 하나의 플레이를 하는데 동작이 길면 다른 선수에게 볼을 내주기 전에 고립이 되는 경우가 필연적으로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는 랑글렛이 볼을 잡으면 상대 앞선 중 한 명이 대부분의 경우에 달려드는데 가장 큰 이유가 랑글렛은 원투터치 안에 볼 처리가 잘 안 됩니다. 아라우호도 비슷한 단점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이 둘은 압박이 강하거나 본인이 둘러쌓일 것 같으면 가끔씩 패스 미스를 하거나 끔찍한 선택지로 볼을 굴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멀쩡한 움티티가 피케 다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 하지만 멀쩡해지지가 않고 있음. 이제 포기 상태)
밍구에사가 의외로 중용받는 것도 어렸을 때부터 이런 원투터치 안에 볼을 처리하는 걸 계속 배워왔기 때문이 큽니다. 그가 수비 시에 드러나는 단점들이 눈에 띄고 고쳐질 지 의문일 지라도 지금 당장 나올만한 이유는 있다는 뜻입니다.
2.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장단을 거의 파악해가는 시기 즈음에 파리로 인해서 어떻게서든 부스케츠를 공략해내면 (유도해내면) 라인의 유동이 발생해서 진다는 걸 확인했다는 게 크긴 컸습니다. 거기다 단순히 부스케츠의 장단만 문제가 된 게 아니라 페드리나 데 용이 고장날 수도 있다는 위험도 감지됐죠. (아슬아슬하게 큰 부상이 비껴나가긴 했지만 여전히 페드리의 기용 빈도 수는 위험 수위에 머물러있다고 봅니다.) 이 쓰리백 전술전략의 장점은 모두가 뛰면서 공간을 협력으로 인해 메우거나 바로 압박으로 전환되는 게 전반기 4-2-3-1 대형으로 나왔을 때보다는 잘 된다는 겁니다.
이렇게 전환 과정에서 모두가 대응이 된다는 점에선 분명히 장점이 있지만 마냥 낙관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첫째. 90분 내내 볼을 하프 라인을 넘어선 지점에서 핵심적으로 내보내고 소유해낸 경기는 없었다는 것.
둘째. 좌우 측면이나 전방에서 해내는 수비보다 하프 라인 전후 지점이나 중앙에서 해내는 수비가 더 많았다는 것.
셋째. 측면 공간이 고속도로로 열리는 순간이 온다는 것. (첫째의 연장선)
파리와의 2차전부터 해서 중요한 부분들은 이렇게겠죠.
저렇게 중앙에서 해내는 수비가 많다는 건 상대가 저런 다수의 수비수들에게 대응을 해낼 수 있다고 했을 때 (기술적으로 우위를 서든 똑같이 수적 우위로 대응하든)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이 동반된다는 겁니다. 측면과 다르게 바로 대응할 때도 마찬가지고 한 번 뚫렸을 때 상대 팀은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되죠.
또한 측면으로 수비수들을 끌어들이고 역으로 바르셀로나가 측면을 활용하는 방식처럼 사선이나 횡으로 들어와 공략하는 팀을 만났을 때도 지금처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저번에 바르셀로나 얘기를 할 때 언급했던 것들 중 하나가 데스트에게 조금 더 긴 거리를 요구하라였고 실제로 그런 모습이 보이고 있는데 현 시점에선 많이 버거워보입니다.)
거기다 데 용이 지금 부스케츠와 스위칭을 하든 우측이나 좌측 옆에 서서 부스케츠가 조금 더 편하게 뛸 수 있게 해주는 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상황인데 이걸 노리고 오는 팀들이 분명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부스케츠는 볼을 핵심적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할 때 좌중우 분배가 절대 좋은 편이 아닙니다. 그렇게 보일 수는 있는데 패스의 질이나 선택지 자체가 우측면을 바라볼 때랑 좌측면을 바라볼 때랑 차이가 큽니다. 그러니까 이런 쪽으로 요구받은 시기부터 (챠비 이탈 이후나 라키티치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을 때부터) 팬들 사이에서 패스 미스가 많아졌다를 비롯해 지적 사항이 갑자기 확 올라온 거죠.)
어떻게든 자신의 방식을 깨지 않는 선에서 답을 찾아가고,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는 건 성적을 떠나서 과정적인 측면에선 잘하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1년 정도 더하고 가면 분명히 바르셀로나에 많은 걸 남겨두고 갈 것 같아요. 다음 시즌 방출을 잘하고 그 후에 쿠만이 나간 후 다음 감독까지도 잘 데려오면 생각보다 더 좋은 흐름을 탈 가능성도 보인달까요.
성적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 보는 입장에서 적어도 지난 몇 년 동안보다는 볼 맛이 난다고 하고 싶네요. 발베르데는 너무 현실적이라 이해가 되면서도 짜증났다면 쿠만은 발베르데보단 더 바르셀로나의 방식이나 관념에 맞춰서 절충안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느낍니다. 세티엔은 언급할 가치도 없음. 바르셀로나 축구를 봐온 이래 역대 최악의 감독이라고 확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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