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할 같은 감독은 호불호가 엄청 갈릴 수밖에 없음. 자기 이론과 관점이 뚜렷하다 못해 그냥 정답이라고 확정을 지어놓는 사람이고 그걸 안 따르면 아예 선을 확실하게 긋는 사람이거든요. 반 할 영향받은 감독들은 다 이런 면이 조금씩 있어요. 뭐 팬들이 많이들 아시는 펩, 무링요, 루쵸, 쿠만 등등 다 이런 면이 조금씩 보이셨을 거임. 그게 다 반 할이 선수들과 겪어온 걸 봐왔기 때문이 제일 크죠. 특히 이 중 루쵸는 선수 시절에 반 할과 기용 방식으로 크게 싸웠던 적이 있던 걸로 유명합니다. 뭐 나중에 루쵸가 사과했다고 하지만...
왜 이 얘기하냐면 디 마리아 인터뷰 하는 거 보고 그냥 뜬금없이 생각났어요. 디 마리아만 그런 게 아니라 당시 피구랑 좌우를 나눠먹던 히바우두한테도 엄청 뭐라 했다고 알려져 있죠. 히바우두는 경기장에서만큼은 욕심이 엄청 강했던 선수라 감독한테 역으로 전술적인 요구 이런 것도 있었던 편 (본인이 중앙에서 뛴다던가 그런 거. 00-01 시즌에 이걸로 좀 의심 샀다고 알려져 있음. 메시가 이상한 팬들? 팬이라고 하기도 그런가? 아무튼 그런 사람들한테 메선실세 아니냐고 까였던 것처럼) 인데 반 할은 그런 거 본인이 판단했을 때 그렇게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절대 안 들어줬죠. 오히려 팀적으로 따라주지 않는 걸 고칠 때까지 계속 지적했음. 그런 걸 좋아하는 선수들이나 그런 반 할의 기계적인 틀 안에서 자유롭게 뛰던 어린 선수들은 반 할을 되게 좋아하는 거고. (대표적으로 챠비나 이니에스타 같은 선수들. 반 할한테 수 차례 감사하다고 했죠.) 스타 선수들이나 이런 기계적인 틀에서 지나친 요구를 받는다고 느꼈던 선수들은 반 할을 무지하게 싫어하는 거죠. 결국 반 할 2기 때 반 할이 히바우두 보내달라고 요청한 게 부임 조건이었음. 근데 팬들이 무슨 미친 소리를 하냐고 난리 나니까 (02-03 시즌 앞두고니까 02 월드컵 주역 중 하나였으니 난리 날만 했습니다. 심지어 암흑기 지켜준 소중한 에이스였으니) 그걸 바르셀로나가 반 할 요청이라고 까버리면서 히바우두랑 아주 진흙탕으로 싸우면서 헤어졌죠.
근데 이런 반 할도 앞서 말씀드렸듯이 어린 선수들한테는 과하게 요구를 안 했음. 맨유 때도 어린 선수들은 자유롭게 뛸 수 있게 해줬죠. 어딜 가든 다 그랬음. 어린 선수들 적응하기 쉬우라고 베테랑이나 국적 다른 선수들 파트너로 짜주고 의외로 이런 건 또 신경을 잘 썼습니다. 뭐 일상에서 애들만 보면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그런 사람들이랑 비슷한 타입인 것 같기도 하고.
쿠만이 감독 커리어 초기에 반 할이랑 이런 게 거의 똑같았음. 발렌시아 가서 절정을 찍고 좀 깨달은 케이스. 펩은 이런 것들이 본인의 성격과 합쳐져서 안 맞는 선수는 그냥 없는 사람 취급했던 거고. 지금은 많이 변했죠. 무링요는 이런 걸 공개적으로 꼽을 주면서 깨닫게 하는 그런 방식을 종종 사용했었는데 반 할처럼 세세한 거 하나하나까지 다 파고들면서 지적하진 않으니까 디 마리아 같은 경우에도 반 할은 최악이라 해도 무링요는 아니라고 하는 거죠. 이런 사소한 차이가 의외로 선수단을 이끄는 측면에서 영향이 되게 큼. 그래서 때로는 스타 선수들이 많은 클럽을 이끌 때 레이카르트나 안첼로티 같이 큰 틀에서 본인들이 요구하는 사항을 제외하고는 그들의 능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는 것만 집중하는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낼 때도 있습니다. 아마 마드리드가 안첼로티를 다시 찾은 것도 그의 전술 능력 (솔직히 별로 높게 평가 안 함) 보단 그의 매니지먼트 능력을 높이 사서일 확률이 더 높다고 보구요.
루쵸는 뭐 아시다시피 피케한테 장난 아니었고. 워낙 프로 의식이 투철한 양반이라 어떤 일이든 장난 식으로 접근하거나 대충대충 하는 걸 싫어하는 사람. 바르셀로나에 돌아온다 했을 때도 철인 3종 경기를 비롯해서 본인하고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돌아올 정도로 진지한 사람. 로마에서도 토티랑 문제가 있었던 시기가 있어서 욕 무지하게 먹었던 적이 있고. 바르셀로나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챠비 같은 경우도 바르셀로나가 아니더라도 빅 클럽에 입성하게 되면 반 할, 레이카르트, 펩, 티토, 타타, 루쵸 등등을 마주한 경험들이 감독으로서 드러날 텐데 워낙 본인의 철학이 확고한 사람이라 적정선을 못 찾으면 선수들과 의외로 트러블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음.
저번 글 댓글에 비엘사 얘기가 있었는데 비엘사는 이런 잡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양반이라 이런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팀은 아예 가질 않습니다. 진짜 까다롭고 고집 무지 센 할배임. 대신 그만큼 확실한 리턴이 보장된 감독이랄까. 바르셀로나에도 조건만 맞춰주면 자기 제자인 타타와는 다르게 궤도에는 올려놓고 갈 감독 중 한 명. 바르셀로나야 메시 덕분에 라커룸에서 스타로서 으스대는 선수들은 없으니까요. 앞으로 그런 선수가 생길 가능성도 적게 보는 게 데 용이 굉장히 겸손한 성격의 소유자고 어린 선수들에게 영향을 많이 줬던 그리즈만도 스타병 걸린 유형의 선수는 아니었음. 물론 비엘사가 올 일은 없습니다. 왔으면 타타 올 때 타타가 아니라 비엘사가 왔을 거예요.
전 비엘사의 제자들이란 타이틀을 달고 트리오로 튀어나왔던 타타, 포체티노, 시메오네 다 이런 쪽으로 엄청 강한 성향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셋 다 너무 현실과 타협을 많이 해서 그 부분은 많이 아쉬움. 물론 포체티노는 사람 자체를 엄청 싫어해서 솔직히 알 빠 아니긴 합니다만... (지가 돌려까라고 지시하던 선수가 지 선수가 됐는데 어떤 기분일지 그건 궁금하네요.) 시메오네는 레이카르트처럼 선수 시절이나 생긴 거랑은 아예 반대인 감독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것 같아서 살짝 아쉽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