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워드 영입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늘 말씀드리지만 앞선에 위치하는 선수들이 어떤 유형이고 무엇을 가지고 있냐에 따라서 주변 선수들부터 후방까지 역할이 바뀌고 구조가 바뀌기 때문.
예를 들어 전방에서 볼 소유를 오래할 수 있고 본연의 힘으로 다수의 수비수들을 상대할 수 있으면 주변 선수들은 이 선수가 볼을 잡은 이후부터나 그 전의 오프 더 볼이 조금 더 강조되겠죠. 여기서 동선에 따라 측면으로 더 빠지거나 사선으로 움직이거나 횡으로 움직이거나 할테고.
반대로 빠르고 오프 더 볼이 좋은 선수들이 많으면 볼을 소유하고 끌고 올라가주는 건 그보다 아래에 위치하는 선수들이나 측면 자원들의 몫이 되겠죠. 대신 조금 더 기계적이고 간격이 촘촘한 모습도 더 많이 보일테구요.
페란 토레스의 성장 방향에 대해 개인적으로 확언을 안 하는 것도 펩은 이 선수가 발렌시아에서 보여준 모습보단 좌우 측면에서 다른 선수들이 강제로 공간을 열어줄 때 갑자기 들어와서 어느 방향으로든 차서 골을 넣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을 확률이 높고 실제로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아주려한 것 같은데 챠비의 의도가 펩의 의도와 유사할 지는 알 수 없음.
뭐 물론 루쵸까지 양 측면에서 사선으로 움직이게 했던 걸 생각해보면 (실제로 여기서도 볼 만지는 건 그렇게 많지 않음) 접근하면서 생각한 장단점은 비슷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렇듯 누가 오냐에 따라서 당장 페란 토레스도 동선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
미드필드 얘기는 왜 계속 안 했냐면 횡으로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우면서 필요하면 측면으로 빠져서 움직이는 것까지 가능한 선수가 세 명이나 있음. 거기다 이 세 명 (데 용, 페드리, 가비) 은 동료들에게 공간을 내주기 위해 상대 선수들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포지셔닝과 오프 더 볼, 온 더 볼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하며 경합에 아주 능함.
가비에게 제일 놀란 건 자신있게 경합하는데 생각보다 처음 자리 잡는 게 굉장히 자연스러웠던 거. 특정 부분들에선 저번 시즌 페드리보다 훨씬 더 놀라운 모습들이 종종 보입니다.
데 용에게 필요하면 박스 근처까지 (우리 포워드랑 미드필드들 사이. 흔히 메디아푼타라고 하는 자리) 전진하라고 지시하는 것과 페드리를 이제 우측면에도 쓰기 시작하는 기용 방식. 이런 하나하나가 잘 보면 이들이 본인이 익숙한 방향만 보게 하는 게 아니라 더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는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이들을 이렇게 기용하고 유도하면서 장기적으로 무엇을 보고 있을까를 생각해봐야 하는데 이들이 횡으로 넓게 움직이면서 좋은 포지셔닝을 먼저 잡으면서 빠르게 볼을 굴릴 수 있다고 할 때 볼이 나가는 속도가 빨라질 수도 있고 계속 볼을 소유하면서 상대 수비수들을 끌고 나올 수 있을 때 아주 적은 터치로만 골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란 판단이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국 이 셋의 성장은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이 높아지는 효과와 공수 양면을 강화시키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
푸츠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건 도망가는 포지셔닝을 하는 선수라서 동료들의 공간을 만들어준다기보단 위험에 빠뜨리는 선수기 때문. 실제로 챠비도 잘 안 쓰는 건 이게 제일 크다고 봅니다.
부스케츠도 공략 당하기 시작할 때 팬들이 제일 답답해하는 건 먼저 자리를 못 잡거나 경합에서 지다보니까 끌려다니면서 모든 양상이 상대의 대응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란 걸 생각해본다면 더더욱...
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별 다른 뜻은 없고 챠비가 항상 선수 시절에 인터뷰하면 자주 얘기하고 강조하던 게 있는데 좌우 측면에서 공간을 내면서 볼이 없는 반대편 쪽으로의 빠른 전환과 오프 더 볼이었음. 실제로 챠비 오고나서 이런 시도는 꽤 많아진 걸 느끼실 수 있음. 가비와 페드리를 양 사이드로 배치하는 모습도 몇 번 보셨을 거구요.
결국 챠비는 기존 선수들의 성장을 이끌어내면서 현재 팀의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있고 그래서 겨울에 최대한 현재 팀에 없는 부분을 채우면서 (여름에 다른 선수로 대체하거나 아니면 필요 없으면 바로 쳐낼 수 있는 보험까지 들어두면서)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고 봅니다.
홀란드를 원하는 게 라포르타의 정치적인 행보보다 챠비의 의도가 더 크다면 저 세 명에게 거는 기대가 어마어마하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고 그게 아니라면 챠비의 의도가 무엇인 지는 여름에 나가는 선수들과 들어오는 선수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뎀벨레를 어떻게든 쓰려하는 것과 페란 토레스를 원한 걸 보면 홀란드는 제가 볼 땐 라포르타의 의도가 더 크다고 보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보강을 한다고 하면 포워드, 양 측면 풀백, 왼쪽에 서는 게 자연스러운 센터백 (굳이 왼발잡이 아니어도 됌) 을 원하지만 뭐 이건 제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 그냥 바람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해서 스포티파이를 메인 스폰서로 고른 건 보수적인 관점이 많은 카탈루냐 지역 내 여론을 고려한 것도 있을 것 같음. 사실 크립토 쪽이 스포츠 산업으로 들어오려는 시도가 굉장히 많고 실제로 NBA, MLB, NFL 등과 같은 유럽 축구와 비스무리한 대형 스포츠 산업에는 이미 들어오고 있는 판국 (경기장 이름도 사버리는 등) 이라 메인 스폰서로 오는 게 이제는 막 엄청난 거부감을 일으킬만한 사안은 아닙니다. 물론 미국과 유럽의 인식 차이도 있긴 하겠습니다만...
오히려 젊은 층의 유입을 이끌어내는 측면에선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각종 스포츠 산업에서 계속해서 젊은 층의 유입은 줄고 있다고 본 것 같습니다.) 아마 내부에서 회의 끝에 적정선을 유지하면서 기회를 봐서 더 좋은 딜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라포르타가 여름 이후로 눈치는 보면서 행동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실제 일하는 사람들이 판단하는 것 같단 느낌이 훨씬 많이 듬.
Football/Writ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