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쓸라했는데 하루종일 아파서 누워있어서 폰 볼 시간도 없었네요.
보니까 포체티노는 적정선을 못 찾아서 팀을 애매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음. 시즌 초반엔 본인의 방식을 일부라도 심으려고 했는데 본인이 그 동안 거쳐온 팀과는 아예 다른 구조의 팀이라 거기서 크게 부딪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측면과 최전방에서 강렬한 볼 탈환
- 그를 기반으로 한 빠르고 간결함을 갖춘 효율적인 움직임
- 맨투맨 (때론 최전방에서, 때론 미드필드 라인에서) 과 지역 방어의 혼합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이 포체티노가 그 동안 커리어에서 보여온 특징이라고 볼 수 있는데 파리의 지금 구조는 저것들을 실행하는 순간 메시, 네이마르, 음바페를 위시로 한 선수들의 효율이 엄청 죽는다는 걸 우려한 거겠죠.
메시가 횡으로 굉장히 넓은 범위를 커버하거나 측면에 가서 최소 2명이 자기를 보게 만들어서 앞선에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경우가 많던데 아무래도 직선으로 달리는 게 능한 디 마리아나 종으로 나가는 패스를 받거나 활용하는 면에 있어선 현역 최고라 볼 수 있는 음바페에게 미리 공간을 확보해줘서 이들의 장점을 살리려는 의도가 현재의 축구라고 보면 된다고 봅니다. 결국 이러다보니 메시의 효율성은 죽을 수밖에 없죠.
문제는 디 마리아가 오른쪽에 위치할 땐 엔드 라인으로 빠지면서 크로스 시도를 적극적으로 못하니까 원 패턴이 되면서 얘가 주구장창 드리블을 해서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게 된다는 건데 이러다보니까 뭔가 경기를 주도하는 것 같아도 사실은 상대가 다 읽고 있다는 거라 잘 안 풀린다는 거죠.
근데 또 문제는 본인이 선호하는 위치 (왼쪽) 로 가면 또 박스로 들어가거나 중앙에 위치하는 선수들과 적극적인 연계나 원투 패스에 능한 선수가 아니라 음바페나 메시에겐 도움이 되는 경우보단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겁니다.
여기에 볼을 잃었을 시에 적극적으로 양 측면으로 몰아내는 압박까지 부재하니까 복합적으로 판단해 메시를 조금 미드필드스럽게 쓰면서 메시보다 앞에 위치하는 선수들이나 측면 선수들에게 공간을 열어주게끔 하는 거라고 봅니다.
메시를 이렇게 쓰는 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마음에 안 들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수명을 갉아먹는 거라고 봅니다만 베라티를 제외하고 측면, 중앙 연계가 자연스러운 미드필드가 없다는 것도 그렇고 네이마르를 제외하면 포워드들 역시 볼을 잡은 상태에서 다수의 수비수들을 상대하는데 능하지는 않아서 포체티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네이마르가 제 컨디션으로 돌아오면 음바페랑 메시를 최대한 중앙에 머무르게 하면서 (음바페가 좌중, 메시가 중우를 머무르는 활동 범위를 가정하고) 공존시키는 방법을 찾아봐야할 것 같다고 느낍니다. 베라티가 안 쓰러지는 것도 중요할 테고. 오른쪽은 총체적인 문제인데 지금 구성상 바이날둠이 네덜란드 국대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게 최선인데 될까 모르겠네요.
한 가지 더 우려스러운 건 리그앙에서 강하게 앞선에서 압박을 걸면서 맞불을 놓는 팀은 없을 건데 (잘 못보다보니 과거 기억으로 추정) 이게 상위 토너먼트로 가면 갈수록 파리 입장에선 꽤나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포체티노가 아니라 이런 동선 정리에 능하고 보조자들을 갈아넣고 의외의 장점을 잘 찾아내는데 능한 감독이 왔으면 파리가 더 잘 나갔을 것 같단 생각은 듭니다. 괜히 지단지단 노래부른 게 아닌 것 같음. 포체티노는 선수가 가진 기술을 향상시키는 걸 못하는 감독은 아니긴 한데 의외의 것은 아예 못 찾아내는 느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