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은 그냥 제일 변한 게 스쿼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제일 변했음. 예전에는 21명이 아니라 그냥 사실상 18명을 맞춰두고 나머지는 유스로 떼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컴팩트한 스쿼드를 선호했고 1년차 때부터 본인이 판단하는 실력으로 서열을 쫙 세우는 걸 선호했다면 지금은 정말 많이 유해졌다고 느낍니다. 아무래도 EPL 그 빡빡한 일정을 겪으면서 관리법에 대한 관점도 그렇고 선수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바꾼 게 아닌가 싶음. 짱개 폐렴 같이 아예 그냥 대응 조차 할 수 없는 변수를 겪어본 것도 영향이 있을 테구요.
아무래도 컴팩트한 스쿼드를 선호하는 감독들의 공통점은 변수를 최대한 차단할 수 있다고 가정했을 때 부상을 최소화하면서 모든 선수들의 감각과 리듬을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거라고 볼 수 있는데 당장 비엘사는 리즈에서 보기 좋게 또 실패했죠. 클롭은 아슬아슬했다고 봄. 저번 시즌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변수들을 마주한 거긴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었어도 이번 시즌도 마찬가지로 되게 위험한 시즌이지 않았나 싶고. 클롭도 보면 리버풀 오고나서는 선수를 뽑는 기준이 조금은 변했다고 느껴지긴 합니다. 도르트문트 때는 자기만의 확고한 기준들로 선수를 뽑는 느낌이 조금 더 강했다면 지금은 스탠다드나 현대 축구 흐름에 가까워졌다고 표현해야하나. 정확히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그렇게 느껴집니다. (좋아졌다는 뜻임)
펩의 그 동안 관리에서 가장 큰 특징은 휴식기에 피지컬 트레이닝을 엄청 빡세게 돌려버리고 선수들 리듬이 서서히 돌아오는 시점까지 최대한 로테이션을 돌려 (보통 16강 1차전 전후까지) 컴팩트한 스쿼드의 선수들 전원이 경기 감각을 유지한다라는 큰 틀하에서 이뤄졌다고 보는데 EPL 은 이게 안 되는 게 관리법의 변화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구요. 변방 리그에서 놀다온 감독들이 EPL 한 번 경험하면 맛탱이가 크게 가는 게 이것도 큼. 본인이 해오던 관리법이 안 먹히니까 전체적인 관리 틀을 바꿔야하는데 그러다보면 선수들이 거북이가 되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니까요. (타타는 EPL 이 아니라 리가에서 이걸 겪음. EPL 은 쭉 빡세다면 리가는 후반기에 갑자기 확 빡세지니. 타타가 후반기에 박았던 이유) 시즌 전체를 이끌어가는 측면은 EPL 에서도 전반기 최대한 달려놓고 몇 경기 자빠져도 경쟁 상대들이 쫒아오더라도 위험한 상황은 안 만들려고 하는 건 똑같은데 그 과정이 많이 변했달까요.
선수들이 펩 아래에서 뛰고 싶어하는 것도 이렇게 철저하게 짜여져있는 원칙적인 모습들이 되게 클 것 같음. 바르셀로나 때부터 훈련 시에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행동들을 엄청 많이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하비 마르티네즈 혼낼 때도 너는 축구를 잘해를 꼭 앞에다 붙였다고 하죠.) 그런 것들도 선수 입장에선 되게 클 거고 메시 때문에 유명해지긴 했다만 펩은 개개인의 선수들의 신체 리듬과 밸런스에 맞는 식단이 있다는 가정을 하고 피지컬 트레이너들과 그런 부분을 늘 상의해오는 감독이고. 이런 통제가 어색하지 않은 선수들은 자연스레 시티 행을 원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함.
지금 시티에 남아있는 스태프들 중에 펩이 바르셀로나 퍼스트 팀에 부임한 이후 쭉 같이 하고 있는 스태프들이 세 명인데 에스티아르테랑 부에나벤추라랑 플란차르트. 이 세 명임. 에스티아르테는 사실 스태프라고 하기엔 그렇고 펩의 동반자라고 봐야겠죠. 펩의 신중함에는 이 사람의 영향력도 굉장히 크다고 보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이 사람이 현역에서 물러나면 펩도 감독직을 그만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펩에겐 큰 존재. 부에나벤추라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피지컬 트레이너 중 한 명인데 펩의 시즌 관리에 아주 큰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 훈련 스케줄도 이 사람이 만들고 펩이 거기서 뽑아서 쓰는 거고. 플란차르트는 이 과정 속에서 상대 팀들을 분석해서 이 과정을 조금 더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보시면 될 듯. 티토랑 토렌트 등등도 했던 거.
시티는 펩이 거쳐온 팀들 중 본인이 원하는 환경들이 제일 잘 갖춰져있는 팀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펩이 머무는 동안 아래 카테고리들에도 이런 원칙적인 면들이나 선수 개개인에 가는 영향력 같은 것들은 꽤 크게 퍼졌을 거라 봐서 펩이 언제까지 시티 감독을 할 지 모르겠지만 펩이 챔스 우승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다음 감독을 잘 뽑는다면 앞으로도 되게 잘 될 것 같음. 유스들도 지금이야 펩이 잘 안 쓰고 너무 아낀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자연스레 퍼스트 팀의 좁은 구멍을 뚫고 들어오는 인재들이 나오는 빈도 수는 앞으로 늘어나지 않을까. 뜬금없지만 알레띠가 시메오네 바꾸는 걸 주저하는 것도 그가 늘 큰 실패를 중간중간 겪어오던 알레띠를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강팀으로 만들어준 것도 크겠지만 전체 카테고리에 비슷한 방식을 집어넣는다는 것도 클 거임. 물론 전 가끔씩은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보긴 하고 알레띠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그건 각자 느끼기에 따라 다른 문제라고 생각함.
펩같은 경우에는 바르셀로나에선 B팀을 거치면서 그 아래 카테고리 선수들도 다 체크했으니까 본인의 눈에 들어와있는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게 컸다고 봅니다. 그 당시에는 상대 팀 스태프들까지 분석해서 성향을 파악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이자 원칙주의자였던 게 펩. 저 위에 말한 부에나벤추라도 비엘사의 밑에 있던 인물인데 펩이 쭉 보고 있다가 카디스에 있는 걸 보고 꼬셔서 데려온 사람일 정도로 펩은 철저한 사람이었음. 처음 부임할 때야 이런 걸 몰랐으니 불안했지만 한 시즌 지나고 이것저것 다 찾아보면서 이 사람은 걱정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던 것 같아요.
그냥 종종 생각날 때마다 펩이나 시티 얘기를 쓰곤 하는데 (한 번 써두면 그대로 가는 경우가 많아서 잘 안 쓰게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음) 확실히 정말 많이 유해지고 발전했다고 느낍니다. 한 번쯤은 시티에서 팬들이 원하는 정점을 찍지 않을까 싶음. 그게 언제일 지는 모르겠지만요... 감독직을 오래 안 한다고 예전에 밝혔던 적이 있어서 아마 금방 그만둘 것 같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바르셀로나에 돌아오는 것보단 그냥 비엘사처럼 1부터 10까지 본인이 다 만지는 팀 한 번 가보면 재밌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