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톱을 검색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꾸준하게 많은 것 같음. 어떤 궁금증들을 가지고 오시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전술은 펄스 나인이나 제로톱으로 표현하다보니까 마땅한 포워드가 없거나 공간을 만드려고 할 때 쓰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압박과 탈압박을 간격 유지를 바탕으로 최대한 해내서 어떤 부분들을 포기하면서 어떤 부분들을 얻는 면도 있는 전술전략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음.
토티의 제로톱은 토티가 볼을 아주 똥같이 줘도 토티가 그 똥을 두부로 만들어버리는 터치와 다음 동작, 판단력 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후방에 한 명 (보통 데 로시였겠죠.) 을 필두로. 전방에는 이 토티를 필두로 간격 유지를 하면서 썰어나가자라는 게 컸다고 보고. (이래서 맨유한테 그냥 공략당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뻔했음)
이런 아이디어를 일정 부분을 뜯어와 만들었던 (그리고 이미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던) 퍼거슨의 맨유의 제로톱은 델 보스케가 칭찬했던 것처럼 (크루이프나 델 보스케가 이 시기의 맨유를 엄청 칭찬했었음. 둘 중 한 명이 5년 안에 챔스 우승 2번을 해도 납득이 가능할 정도의 팀이라고 했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분명 둘 중 한 명인데 누군지 기억이 안 남) 특정 공간에서 포워드들끼리의 스위칭을 바탕으로 상대가 특정한 방식을 들고 와서 대응하기가 어렵게 만드려는 의도가 제일 컸다고 봅니다.
그럼 보통 사람들이 스탠다드로 생각하기 마련인 바르셀로나의 제로톱은 어떤 의도를 갖고 있었냐. 메시라는 선수의 장점들을 극대화하는 게 첫째였고. 둘째로 메시를 포함한 당시 바르셀로나의 전술적 중심 또는 그 다음 타자들이라고 볼 수 있는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거였다고 봅니다. 그러다보니까 전술이 정형화되면서 (메시가 전술적 중심으로 나와도. 이니에스타가 전술적 중심으로 나와도 나머지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건 똑같으니까) 펩이 한참 전부터 봐두었던 어린 선수들이 빠르게 전술에 적응을 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뒤따라온 거죠. 펩이 바르셀로나를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장점이 줄줄이 따라온 거고 다른 팀은 그렇지 않으니까 덜한 거뿐입니다.
당시 펩 바르셀로나는 가면 갈수록 중거리를 공간을 여는 하나의 방법으로 일정 시간대에는 활용을 했지만 90분 내내 중거리 공격을 선호하는 팀은 아니었고 안 풀릴 때는 오히려 중거리를 봉인하는 쪽에 가까웠는데 이게 무슨 의도였냐면 간격 유지를 하면서 이런 불확실한 공격 루트들을 아예 배제를 하겠다는 겁니다. 크로스도 엄청 높은 지점에서 갈기는 거 아니면 자제했음. 센터백이 반대편으로 보내는 롱패스도 09-10 시즌부터는 비중을 엄청 줄였구요. 코너킥도 굳이 박스 안으로 밀어넣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냥 바로 숏패스로 내줬다는 거죠. 펩은 바르셀로나 시절에 첫 시즌을 제외하고 아예 세트피스 훈련을 안 했음. 첫 시즌도 알레띠 전이었나 선수들 벽 세우기 전에 팍 차버리는 거. 아니면 한 명 달려오라고 시켜서 그 선수한테 쓱 내주면서 뻥차거나 이런 게 전부였죠.
간격 유지를 하면서 숏 패스 위주로 공격 시도 => 점유율은 증가. 점유율이 증가한다는 건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 상대가 볼을 잡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공수 양면에서 뻔해진다. 한 번, 한 번 공격할 때 확실한 루트를 타고 가야하고 긴 거리를 빠르게 공략해야하니까.
그럼 볼 소유 시간이 길어진다면 간격을 유지하면서 볼이 굴러다니는 지점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거고 이걸 맞추기 위해서 메시가 내려오고 챠비, 이니에스타, 알베스, 막스웰 등이 올라오면서 최대한 삼각형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 결국 측면 포워드들은 양 발을 잘 쓰거나 (패스를 어디로든 할 수 있어야 하니까) 슈팅 스킬이 좋거나 이런 장점들을 갖춘 채 1순위로 요구받는 게 체력일 수밖에 없음. 이러면 자연스레 상대 팀들은 선택지가 제한되기 시작함. 메시를 막을 지. 아니면 메시가 아닌 다른 선수들을 막을 지. 처음에 대부분의 팀들이 얼을 탔던 게 메시가 내려오는 공간에는 상대 선수들이 없었던 겁니다. 있어도 그 선수들은 챠비, 이니에스타, 메시 중에 누구한테 붙어야 되는 지가 명확하지 않았음. 센터백들도 쟤가 갑자기 볼을 잡고 밀고 들어올 수도 있고 측면 선수들이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뛰쳐나가면 페드로나 비야가 그 공간을 공략했던 거죠. 무링요 마드리드 첫 시즌 5대0 경기가 이걸 제일 잘 보여주는 경기입니다. 카르발료랑 라모스가 뭘 해야할 지를 모르니까 메시가 틈만나면 프리맨 상태로 있었죠. 그리고 측면에서 비야와 페드로의 오프 더 볼로 인해서 마드리드 선수들 간격이 다 박살나있고 횡으로 계속 흔들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당한 무링요가 들고 온 게 인테르에서 했던 것처럼 박스 근처에서 막되 아예 그냥 중앙에 선수들을 다 깔아서 (측면 안 막음. 어차피 메시, 이니에스타 아니면 다수의 수비들을 제낄 여력이 없으니까. 그래서 안 풀리면 일단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려고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가있는 좌측면에 있는 이니에스타한테 볼을 많이 줬던 거죠.) 챠비-이니에스타로 시작되는 바르셀로나의 볼 흐름을 원천 차단해버리겠다는 거고 그 과정에서 메시한테 맨투맨으로 한 명을 붙여서 박스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는 거였음. 이게 메시가 워낙 대단했고 페페 정도 되는 선수니까 90분 내내 그렇게 따라다닐 수 있었던 거지. 다른 팀들은 안 되니까 계속 당했던 거뿐이죠. 그러다가 다음 시즌에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압박 지점을 바꿔가면서 저 전술전략과 섞어쓰면서 vs 바르셀로나 전 성적을 끌어올렸던 거구요. 뭐 이런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니까 이건 이쯤까지 하고...
기본적으로 어떤 제로톱이든 체력과 속도를 살려서 상대를 조금 더 앞선에서 괴롭히거나 특정 지점에서 수적 우위를 점해서 털어먹겠다는 의도야 비슷할 수 있겠지만 구성에 따라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얻을 거냐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시티에서 펩이 썼던 제로톱도 기본적으로 그 자리에서 다양성을 부여해줄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해서 나온 전술전략은 맞겠지만 의도는 그런 선수가 없는 만큼 다른 걸 취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시면 될 듯 함. 물론 펩은 언제나 양 측면에서 이기는 것과 볼 소유를 강조하는 감독이니 바르셀로나에서 추구했던 것과 일정 부분 겹치는 건 있겠죠.
제로톱이란 게 메시나 토티, 루니, 호날두 같은 선수들로 인해서 뭔가 대단한 전술처럼 비춰지는 거지. 하나의 전술전략인데 현대 축구로 오면서 간격과 대형, 공간 등등이 더 중요해지니까 상대적으로 더 조명되는 것뿐입니다. 옛날 경기들도 잘 찾아보면 의외로 포워드들이 내려오면서 순간적으로 공간을 좁게 쓰거나 그런 모습들은 꽤 있습니다. 몇몇 선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을 필드 위에서 발휘한다고 가정할 때 상대적 약팀도 충분히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전술전략 중 하나기도 합니다.
오히려 쉽게 정의하자면 그냥 토탈 풋볼이란 개념이 현대화가 매우 잘 된 전술전략 중 하나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