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르셀로나뿐만 아니라 다른 빅 클럽들을 봐도 영입 명단이 겹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일단 높은 수비 밀도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소유하거나 퍼스트 터치로 방향 전환을 바로바로 해내는 포워드 (뭐 예를 들어 중앙에서 왼발로 바로 터치해서 바로 왼발로 원터치로 쓰윽 내준다던가 아니면 측면에서 오른발로 터치하자마자 바로 왼발로 넘겨서 빠르게 드리블을 할 수 있다던가 등등 그런 것들이겠죠.) 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빅 클럽들이 접근하는 포워드는 비슷할 수밖에 없죠.
수비 밀도를 못 견뎌서 사이드로 도망을 가든 아니면 원래 빠지는 걸 선호하든 상관 없이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든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든 이런 모습을 가진 포워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거고 여기서 얼마나 좋은 포지셔닝을 가져갈 수 있으며 동료들의 패스 방향과 흐름을 읽을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거죠. 결국 현재의 과도한 경기 일정 상 기술이 선천적으로 갖춰지지 않았다면 이런 오프 더 볼을 적극적으로 행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아서 어떻게든 그 이상을 끄집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 결국 선수를 판단하는 1요소는 얼마나 많은 경기를 소화해낼 수 있는 리듬을 가지고 있냐와 이런 것들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요즘 유튜브도 보면 일부러 화면을 작게 잘라서 (저작권 때문에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유독 심하게 짜르는 유튜버들이 있음) 선수 플레이를 강조시켜주는 장면들이 많은데 이런 게 실제 관계자들과 팬들의 관점이 정반대로 위치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전 지단이 아자르를 극단적으로 선호한 것도 기본기가 좋은 선수라는 게 제일 컸다고 봅니다. 보통 그런 선수가 영입 실패를 가정했을 때 변수가 제일 적은 편인데 아자르는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예외적 케이스라고 봐야죠. 아자르도 첼시 시절만 놓고 보면 벤제마처럼 박스 근처나 안에서도 위협적인 면모를 갖춘 선수는 아니지만 상당히 적은 실책성 플레이와 볼을 소유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기본기가 담보되어 있던 선수였음. 마드리드가 얘를 노린 것 자체는 상당히 합리적이고 좋은 접근이라고 봤었던 편이었음.
2. 뎀벨레가 어시왕을 했든 어쨌든 아직도 믿지 않는 건 그의 기본기는 높은 수비 밀도에선 여전히 불안정하고 뎀벨레가 위치하는 공간을 의도적으로 열어두는 건 그가 열린 공간에서 잘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동료들을 잘 못 본다는 것도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음. 뎀벨레는 동작이 매우 큰 것도 있고 정지된 상황을 만들거나 속도를 줄여야 정확도가 올라간다는 것도 있겠지만 달리는 과정에서 속도가 한 번 붙으면 동료들을 잘 못 봅니다. 그래서 패스가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음. 첼시가 뎀벨레를 노리다가 스털링으로 노선을 확 틀어버린 것도 스털링의 경기와 뎀벨레의 경기를 봤을 때 나타나는 이런 사소한 차이가 매우 컸을 거라고 봄.
3. 미드필드는 바르셀로나는 선수들을 멈춰놓고 대형을 만들고 상대의 체력은 빼면서 우리는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볼을 찰 수 있는 방법론이 적용되어 있는 팀이라 차이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되고. 너가 맞네 내가 맞네의 문제가 아니라 원리와 방식, 관념 등이 다른 거임. 부스케츠가 패스 앤 무브를 하면서 빌드업을 하는 선수가 아니란 점을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 경우가 있음. 챠비도 애초에 볼이 핵심적으로 나가는 지점이 낮았을 때는 하프 라인으로 많이 내려가서 과정에 기여하는 선수였구요. 데 용의 패스 앤 무브를 바르셀로나와 다른 팀들은 다르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4. 근데 미드필드도 요즘은 얼마나 포리바렌테 성향을 갖고 있냐가 주요 사항으로 꼽히는 것 같음. 아무래도 후방에서부터 들어왔다 나갔다가 능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어버렸고 그 선수들의 포지셔닝에 맞춰서 변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예전에는 측면으로 빠지는 성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을 쓰는 의도가 상대 선수들을 거기로 끄집어내기 위한 선택이 많았다면 지금은 꼭 그렇지는 않다는 느낌?
뭐 예를 들어 양 측면 풀백들이나 쓰리백의 양 쪽 두 명이 중앙으로 좁혀서 들어오면 두 명의 미드필드들은 측면으로 빠지면서 수적 우위를 점하면서 볼을 앞으로 내보내는 거죠. 반대로 포워드들의 움직임에 따라 미드필드들이 다른 포지셔닝을 가져갈 수도 있는 거고. 확실히 미드필드들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나 난이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포워드도 그렇겠지만 미드필드도 미리 선점하지 못하면 돈 많이 주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버리지 않았나 싶음. 건강이 최소 두 시즌 정도 증명되면 앞으로도 추아메니처럼 그냥 일단 가격대가 높게 형성되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좋은 팀들은 미드필드 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도 있기도 하구요.
제가 에이전시에서 일하고 있다면 어디서 스카우터 한 명 섭외해가지고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등을 기반으로 미드필드들만 고객으로 유치시킬 것 같음. 1순위 작업? 이런 느낌. 쿤데 에이전시가 보니까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 같음. 추아메니도 여기 소속이던데 얘네 고객이 다섯 명인데 골키퍼 한 명 빼면 센터백 아니면 미드필드밖에 없음. 고객들이 다 아프리카계 프랑스인이라 풀이 크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긴 한데 (유럽 축구 쪽에서 규모가 작아서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이런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거 치고도 일단 돈이 되는 블루 오션이 어딘지를 파악하고 최대한 적은 투자로 일을 하고 있지 않나 싶음.
5. 수비수들은 저저번 시즌에 쓰리백 유행할 때부터 계속 얘기해왔던 거라 따로 더 언급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큰 틀에서 어떤 선수들을 선호할까. 어떤 면을 보고 접근하는 걸까를 생각해보면 이런 큰 틀의 공통점이 있는 걸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정답이란 건 없음. 필요에 따라서 특출난 장점만 갖고 있는 선수가 유용하거나 매우 치명적인 경우도 있는 거니까요. 특히 요즘 같이 상대가 아예 틀어박혀서 안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을 때는 상대적 강팀이 효율을 떠나서 볼을 소유하는 시간 자체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걸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전술적 변형은 다양하겠지만 때론 비슷한 유형의 선수보단 무언가를 다른 것들을 압도적으로 갖추고 있는 선수가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거구요. 이런 요소가 다양한 게 축구의 재미 중 하나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