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정말 유별난 편이긴 함. 일반인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성격이랄까...
즐라탄, 뚜레, 앙리, 에투, 만주키치 등도 그렇지만 흘렙도 스페인어 안 배우고 훈련에서 태도 불량 몇 번 찍히자마자 바로 플랜에서 배제해버릴 정도로 자기 기준이 확실한 사람. 티토가 먼저 흘렙 마음에 안 들어했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결정권자는 펩이었으니까요. 진짜 하다하다 너무 쓸 사람이 없는 게 아닌 이상 절대 안 썼음.
반대로 아비달처럼 카탈루냐어까지 배우는 성실함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이는 선수에겐 책도 선물해주고 밥도 사주고 할 정도였음. 즐라탄도 본인 경기력에 불만을 느끼고 추가 훈련하고 그랬었는데 이미 눈밖에 나버렸으니 그것들이 다 의미가 없었음.
흘카엔케의 엔리케처럼 훈련 열심히 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가 원하지도 않았던 선수였고 못하면 안 쓰던 게 바르셀로나 시절이었다면 이 부분이 엄청 유해진 거죠. 스털링, 제수스, 진첸코 같은 선수들도 바르셀로나 시절이었으면 더 빨리 팔렸을 겁니다. 아게로는 아예 바로 배제했을 거고. 이게 진짜 많이 변한 거라고 확신함.
마음에 안 들면 그걸 해결하고자 하기보단 그냥 소통을 끊고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고 변하기 전까진 해결책이 없는 거죠. 근데 에고가 강하고 빅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면 보통은 날 이렇게 대하는 게 맞아? 가 되니까 충돌이 일어나고 불협화음이 생기는 거죠.
펩이랑 불화있던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던 게 무슨 문제가 있어도 말을 안 한다는 건데. (뚜레도 나가고 1년 뒤에 말해줬으면 좋았을 거다라고 했었죠.) 보통 해결책은 이적이 되기 마련. 팬들은 대체자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 싶지만 펩은 그 부분보단 팀의 화합과 라커룸 기조를 늘 더 중요시하게 여겼던 거 같음.
이건 크루이프보단 반 할을 많이 닮았다고 늘 느꼈던 부분. 반 할도 말을 안 했음. 그래서 본인이 잘 알고 익숙한 선수들을 영입하는 걸 선호했던 거죠.
즐라탄 버릴 때도 다 비야-즐라탄-메시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가고 마타, 호빙요 얘기 나오다가 아무도 안 사고 보얀 9번 주고 팬들 불만이 장난이 아니었죠. 결국 시즌 후반기 들어서 쓰리톱이 쉬질 못하니까 3-4월 즈음에 진짜 위기가 왔었는데 간신히 넘어가서 더블한 게 10-11 임. 이니에스타가 건강했던 것도 엄청 컸구요. 이니에스타가 안 건강했으면 이 시즌은 백퍼센트 도중에 망했음.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월드컵 변수를 고려하면서 펩이 변화를 줬던 부분이 분명히 있었고 이런 것들이 선수들과 일시적인 트러블을 만든 게 맞지 않나 싶고. 펩은 이걸 굳이 납득시킬 필요가 없었겠죠. 안 따라올 거면 나가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던 거고.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펩은 궁시렁거린다고 안 쓰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본인 기준에서 겸손하지 못한 선수를 철저하게 배제해버림. 궁시렁거리는 선수가 없을 수가 없죠. 본인 선수 시절에도 그런 동료들이 숱하게 많았는데 이걸 원천 차단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구요.
리코 루이스도 기량만 놓고 보면 어린 선수임을 감안해도 현재 시티 기준에 만족하는 선수가 아님에도 쓰는 건 태도가 전부라고 봅니다. 대체자라서 무작정 밀어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여전히 펩은 매우 원칙적이고 기준이 확실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행보라고 봅니다. 트로피로 증명 못하면 결국 욕은 자기가 먹는 거고 증명하면 펩이 옳은 선택을 한 거죠. 전 여전히 16강 전후에 경기력 보면 판단이 서지 않을까 싶네요.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