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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콘테 인터뷰 보니깐

by 다스다스 2023. 3. 19.






옛날 무링요랑 전체적으로 팀을 관리하는 방식이 비스무리한 듯 함. 더 옛날로 가면 그란데 인테르의 감독인 엘레니오 에레라 같은 류의 감독이죠. 선수들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게 하고 많은 짐을 짊어지게 만들어 그 부담감과 싸우게 만들고 그걸 이겨내서 강인한 멘탈리티를 소유한 선수가 아니라 사실상 싸움꾼으로 만드는 그런 방식.




그래서 거친 축구를 해서 이기든 처절하게 눕고 넘어지고 잡아채고 해서 이기든 이기는 게 우선이고 잘 나가면 티 하나 안 나지만 뭔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감정적으로 변하고 편차가 심해지고 선수들도 멈춰버린 듯한 축구. 팬들도 쉽게 지치죠. 이겨야 재밌는 건데 못 이기니까.




사실 전 공개적으로 선수들을 비판하는 걸 매우 싫어하는 편인데 올드스쿨한 마인드를 가진 감독들은 이걸 적극적으로 쓰죠. 이유는 간단함. 공개적인 비판이 선수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부분이기 때문에 '너따위가 날 남들 앞에서 까? 너가 틀렸다는 걸 보여주겠어' 라는 강한 동기 부여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 회사에서도 종종 꼰대들 보면 이런 꼰대들 있죠. 너 잘 되라고 공개적으로 꾸짖은 거라고. 선생님들도 유독 공개적으로 멕이는 선생님들이 있었음.




당연히 비슷한 마인드를 가진 선수단을 만나면 팀은 승승장구하겠죠. 까면 깔수록 열받아서 더 잘할려고 하니까. 그 최대치가 무링요의 포르투와 첼시 1기와 인테르였고 즐라탄이 무링요를 좋아한 이유 중 하나지만 안 좋게 풀린 게 마드리드랑 맨유, 토트넘임.




근데 이건 반대로 다수를 적으로 돌려야 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무링요가 그래서 맨날 음모론자처럼 말했죠. 우리가 이기지 못한 무언가가 있다고. 여차하면 심판까지 끌고 와서 비판하고 다른 팀 감독들, 선수들도 넣어서 그러곤 했음. 콘테도 경기는 안 봐도 인터뷰 보면 비슷한 느낌을 받곤 했음. 다른 데서 이유를 찾고 다른 데서 비판을 하고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또 다른 무언가의 잘못으로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죠. 기자들도 유독 이런 감독들에겐 PK 여부나 카드 여부나 경기 중 논란이 될만한 부분들을 제일 먼저 물어봄. 감정적으로 변하는 버튼이니까.




선수들에게 이런 관리 방식과 마인드를 심는 초기에는 비엘사처럼 90분 내내 터치 라인에서 난리를 피죠. 전술전략을 가다듬는 과정이 아니라 누군가를 중심으로 팀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거죠. 그 누군가가 중심이 되면 전술전략은 그 다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일단은 팀이 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계속 ONE TEAM 을 강조하게 되는 거죠. 그 누군가가 없으면 계속 영입을 요구하는 거임. 될 때까지. 과정을 만들어주고 그 누군가를 따를 더 만족스러운 선수들도 계속 요구하는 거구요.




힘이 없어보이고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건 선수들이 이런 방식에 지쳐간다는 뜻임. 축구 내적으로 발전을 하면서 나아지는 게 아니라 그냥 마인드, 멘탈리티, 방식을 고정시키고 그 안에서 펼치는 거니까 상대 팀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안 먹히죠. 선수들은 더더욱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고 흔들리기 마련임.




콘테는 어느 팀을 가든 늘 똑같은 축구를 하고 늘 똑같이 인터뷰 함. 그의 축구 내적인 목표는 늘 안정적으로 다 같이 수비를 하고 최단거리로, 최대한 빠르게 박스로 볼을 넣어 골을 넣고 다시 반복하는 게 전부임. 어떠한 세밀함, 디테일도 없고 이 과정은 선수들의 개인 기량으로 해결하려하죠. 빅 클럽 출신 감독이고 감독 생활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다고 알려져 있어서 트레이닝으로 선수들이 알아서 성장하게끔 하긴 하지만 본인이 계속 관여해서 잡아주진 않음. 팀으로서 기능하는 부분들만 잡아주는 거임.




그가 1위 가능성 있는 팀만 원하는 건 그 1위라는 목표를 가지고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을 쓰니까 그런 거임. 콘테가 지적한 선수들이 부담감을 느끼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 역시 선수들은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을 원한다는 뜻에 가깝다고 보구요.




무링요는 전술전략을 섞을 줄 아는 사람이었고 10년 전까지는 때로는 전술전략이 우선시 되는 경기들을 파악하고 그걸 실행에 옮길 디테일이 있었던 감독이었기에 토너먼트에서 능력을 증명하고 챔스를 들어올리고 그럴 수 있었지만 콘테는 그 정도의 능력은 없는 감독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제가 콘테의 축구를 싫어해서 안 보는 줄 아는데 전 저 사람의 저런 모든 걸 다 싫어하기 때문에 보지 않는 거임.




바르셀로나 감독 후보 얘기할 때도 루머 한 줄 없었지만 여기 오고가는 분들 사이에서 이름이 나오길래 얘기했었지만 유독 이 사람만 1부터 10까지 다 싫다그랬음. 그래도 디테일함이 있다면 과거 무링요처럼 종종 봤겠지만 (무링요도 이제 뒤쳐졌기 때문에 보지 않는 거라고 여러 차례 말씀드려왔음)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경기 도중에 내다던지는 그런 모습을 보이는 감독의 경기를 보는 건 제 취미 생활 관념과 아예 맞지 않기에 볼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던 거뿐입니다.




토트넘이 빅 클럽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아님. 그들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 무링요나 콘테를 선택했고 그게 옳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로 인해 선수들의 멘탈리티는 분명히 병들었다고 봅니다.




체질 개선을 하고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 축구 내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는 근거를 심어줄 수 있는 감독을 찾는 게 제일 정답에 가깝다고 봅니다. 포체티노 얘기 나오는 것도 실제로 그가 있었기 때문에 몇몇 선수들이 향상될 수 있었던 건 사실이니 타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원래 토트넘 얘기 안 하고 관심도 없는데 친구가 보내준 인터뷰 링크 읽고 나니 그냥 옛날 마드리드 시절 뇌절하던 무링요 보는 느낌나서 써본 글입니다. 콘테도 이제 인기 확 없어질 듯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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