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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오랜만에

by 다스다스 2023. 3. 17.





클루이베르트 보니까 또 생각났는데 얘는 항상 바르셀로나가 최고야 라고 떠들던 놈. 내외적으로 선수 생활하면서 제일 만족한 곳이라는 뜻이기도 한데 동시에 바르셀로나의 이질적인 면들을 잘 보여주는 선수 중 한 명. 아약스와 바르셀로나 빼면 어디서도 성공하지 못했거든요. 뭐 클루이베르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생각난 김에 적어보는 바르셀로나 글.




바르셀로나의 훈련이 다른 팀들과 다른 건 볼을 사용하는 훈련이 그 중에서도 발을 사용하는 훈련이 대부분을 이루는 것도 크지만 (무링요가 등장한 이후로 웬만하면 무식한 훈련은 거의 없어지긴 했습니다.) 체육관에서 해야할 훈련들도 필드 위에 적용시키면서 능률을 끌어올리는 훈련들이 크루이프 부임 후부터 갖춰진 팀이었기 때문. 그래서 바르셀로나는 크루이프 이후부터 관념이 잡힌 팀이었다고 하는 거고. 그 전까지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고 이론적으로 파고들만한 팀 역시 아니었음.




독일 사람들이 근래에는 제일 열심히 트레이닝론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또 내놓는 걸로 알고 있는데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얘네 얘기하는 것들마다 바르셀로나는 다 예전부터 하고 있었다고 하죠. 선수 경험을 하면서 늘 토탈 풋볼을 어떻게 이해시킬 지를 미헬스와 고민하고 더 나아가 스스로 고민하던 크루이프가 실전적으로 적용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파코 세이룰로라는 피지컬 트레이너와 함께 만들어 낸 게 현재 바르셀로나의 꼬맹이들이 배우는 트레이닝론. 아약스는 이미 그 전부터 완성시켜놨고 그 첫 열매가 90년대 아약스임.




운동 기구들을 활용한 필드 위에서 하는 고난이도 체력 훈련도 바르셀로나와 비엘사가 시초라고 알려져 있죠. 시메오네가 선수들을 전투적으로 만들고 체력 괴물로 만들어 매 경기 120km 이상을 뛰던 팀 (15-16 챔스 결승도 알레띠는 연장전 포함 145km 를 뛰었음) 으로 변모시킨 것도 이렇게 비엘사에게 배운 걸 본인의 방식으로 잘 개조해낸 트레이닝론 덕분. 물론 이런 이론을 실전적으로 적용해낼 수 있는 트레이너들의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을 테고. 비엘사의 또 다른 제자인 포체티노의 토트넘도 이상하게 잘 뛰었죠.




이런 바르셀로나의 트레이닝론은 더 나아가서 선수들에게 론도를 자주 시키는 이유가 계속 패스-패스-패스를 시켜서 기술적 향상을 이끌어내거나 원터치 패스를 잘하게끔 하는 게 아니라 창의성을 기르고 스스로 이해를 하게끔 이끌어내는 데 있음. 크루이프가 기술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수가 계속 드리블만 하려고 할 때 그걸 못하게 하지말고 오히려 계속 시키라고 했죠. 왜 막히는 지를 스스로 이해하고 뭘 해야할 지를 알게끔 해주기 위함입니다. 그럼 이 단계를 넘어서고 이해를 하기 시작하면 이제 어떻게 해야 먹히는 지도 알겠죠. 순환의 과정임.




오프 더 볼과 포지셔닝. 더 나아가서 토탈 풋볼은 이런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동료들도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가능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이걸 가르쳐서 키워서 쓰는 게 어떨까가 미헬스와 크루이프가 고민한 유스 시스템의 시발점임. 반 할과 쿠만이 선수 보는 눈이 독특한 이유도 어느 정도 이에 있음.




보통 개인 플레이로 월반하는 선수들은 이런 게 습관이 되기도 해서 흔히 벽에 부딪혀서 매크로성 플레이어로 변하기도 합니다만 (데울로페우, 테요가 근래 대표적 케이스. 아다마도 어느 정돈 예시가 될 수 있을 테고) 여기서 깨달음을 얻으면 성장폭이 어마어마해지는 거죠. 그래서 파티 처음에 올라올 때도 남들 다 B팀 돌아가라할 때 전 아래 카테고리로 내릴 필요가 없다고 했던 겁니다. 어차피 감각이 유지되고 자신감이 있는 상태라면 이해를 하는 게 우선이고 퍼스트 팀에서 조금이라도 증명을 했다면 아래 카테고리에서 뛰는 건 의미가 없음.




그래서 이런 이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빅 클럽 감독들의 트레이닝론은 변화무쌍하고 매 경기 준비 방식이 큰 틀에선 비슷할 지 몰라도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루쵸의 트레이닝론이 검증됐다고 하는 것도 라펠 폴은 저 파코 세이룰로 이후로 스페인에서 가장 핫한 피지컬 트레이너기 때문. MSN 이 있던 당시 바르셀로나 선수단이 매우 만족할 정도로 시즌 내내 훈련 난이도와 구성이 좋았다고 하죠. 반대로 타타는 난이도는 물론이고 구성이 가면 갈수록 비슷하고 별로였다고 합니다.




펩 역시 매번 훈련이 다른 감독 중 한 명. 부에나벤추라도 이렇게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질려하지 않고 향상될 수 있는 트레이닝을 매번 짜내는 유능한 피지컬 트레이너 중 한 명이구요. 클롭과 투헬은 저런 독일 학계의 연구들을 잘 받아들인 감독들 중 한 명. 나겔스만도 근래에는 유명한 것 같구요. 특히 클롭은 사키의 이론적인 이해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라 특이한 트레이닝의 필요성을 잘 느꼈겠죠.




챠비는 평생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내고 카타르 가서도 이런 걸 어떻게 가르칠까를 고민했을 테니 수준 높은 선수들에겐 도움이 될 순 있겠죠. 카타르 애들은 이해 못하던 걸 얘네들은 이해할테니까. 문제는 그게 필드 위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느냐는 거임. 모든 게 다 정상적으로 올바르게 가고 있다면 선수들의 향상은 지금보다 더 좋았어야 했다고 보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고.




리가 우승을 하든 승점을 몇 점을 쌓든 과정이 보이지 않으면 챠비는 미래가 없는 감독임.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일부 긍정적인 면은 포착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그가 계속 해야한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부풀림이라 생각합니다.




뭐 제 글을 어떻게 해석하든 그건 상관 없는데 전 챠비를 무전술가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이미 일정 수준에 올라온 감독이 아님에도 끊임없이 향상되는 게 거의 보이지 않거나 매우 더뎌서 비판하는 거임. 일반인들이 지적하는 걸 감독이 모를 리도 없고 유로파 1차전도 전 그의 의도가 오로지 로테이션에만 있었다고 보지 않습니다. 어떤 감독도 인터뷰로 본인 생각을 다 밝히지 않음...




이번 시즌 마무리는 그런 면에서 챠비가 얼마나 성장한 걸 보여줄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의미 없는 승리를 계속하고 승점 아무리 쌓아봤자 그건 다음 시즌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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