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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보얀은

by 다스다스 2023. 3. 21.









바르셀로나에 남는 것보다 아스날 갔으면 커리어 잘 풀렸을 것 같음. 바르셀로나처럼 과한 기대감을 받지도 않았을 거고. 레이카르트의 축구와는 세부적으로 정반대의 축구였던 펩 축구에 적응 못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임.




실제로 루머로 그치는 게 아니라 벵거가 원하던 선수 중 한 명이었고. 하프 라인만 넘어가면 세스크 중심으로 적극적인 오프 더 볼과 속도를 강조하던 당시 아스날의 축구가 더 잘 어울렸을 선수. 07-08 시즌 끝나고 펩 오면서 프리시즌 프레젠테이션에서 데코, 딩요, 에투 계획에 없다 던지고 아데바요르 원할 때 아스날이 보얀 + 돈 (얼마였는지 까먹음) 달라했었는데 치키가 그 얘기 듣자마자 전화 끊어버렸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크루이프도 계속 보얀 칭찬했었는데 (100m 유로의 가치가 있는 선수라 했는데 크루이프가 당시 뭘 보고 그런 소리했는 지는 아무도 모름) 어떻게 생각해보면 보얀 입장에선 이 시기가 매우 중요한 시기가 아니었나 싶음.




물론 퍼스트 팀 첫 시즌이었던 07-08 부터 이미 부담감과 압박을 받고 있었고 레이카르트, 펩, 푸욜, 앙리 등의 지속적인 멘탈 케어가 없었으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런 상황에서 이적을 한다는 거 역시 합리적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펩 밑에선 첫 시즌부터 답은 없었음. 당시 펩의 원칙, 성격상 보얀은 정말 예외적 케이스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이 봐주고 기회도 많이 준 편임. 자리 찾아주려고 안 써본 자리가 없었을 정도.




유일한 가능성이 보였던 시기가 즐라탄을 밀어낸 (또는 펩이 더 이상 쓸 생각이 없어서) 09-10 챔스 4강 탈락 이후인데 신기하게도 이 시즌까지 바르셀로나 만나면 몇몇 팀들은 공격적이었던 리가였는데 다음 시즌부터 노골적으로 v 바르셀로나 전용 대응책을 들고 나오면서 보얀이 아예 아무 것도 못하는 수준까지 내려가버림. 10-11 시즌 전반기는 에르쿨레스 전. 후반기는 코파 델 레이 8강 베티스 전. 다른 선수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로 쓰레기 같은 경기를 한 게 보얀이었음.




저 코파 델 레이 8강전 극악의 경기력과 겨울에 아펠라이 오면서 펩도 완전히 포기해버렸고. 루쵸가 있던 로마 간 것도 제일 합리적인 선택지였다고 보지만 루쵸가 1년 만에 나가리나면서 오히려 엄청 애매해졌죠. 그리고 루쵸가 전반기부터 현지 팬들에게 시달렸기 때문에 보얀도 그렇게 뛰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at least 메시라는 얘기는 어떤 도라이가 한 지는 모르겠지만 보얀의 유소년 기록은 대부분 후베닐 이전에 쌓인 기록임. 퍼스트 팀 담금질 여부를 보기 시작하는 후베닐 시기부터의 보얀은 그 이전의 보얀하고 다름. 물론 B팀 기록도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언론들이 비공식 기록을 가지고 오고 오로지 스탯만 강조하면서 보얀의 가치를 올려버리면서 팬들이 이상한데 꽂히게 만든 거 역시 큰 문제였다고 봅니다.




보얀이 본격적으로 바르셀로나의 진주 중 하나로 평가받은 건 U-17 토너먼트에서의 활약인데 2006년에는 득점왕을 했고 2007년에는 최우수 선수상을 받았죠. 이아고 팔케, 프란 메리다, 아퀴노 등등 얘네들보다 기대치 증명이 빠르고 확실한 선수가 보얀이었음. 거기다 이 대회 최우수 선수상을 받은 선수들 중 다수가 당시에는 매우 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조기에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기에 기대치가 어마어마했죠. 루니, 세스크, 크로스가 받은 상 중 하나기도 했습니다.




클럽에서 보얀의 기대치가 절정으로 올라간 건 48경기 나와서 12골을 넣었다라는 표면적인 것보다 메시 부재 시에 경기를 캐리하는 선수가 보얀이었다는 게 제일 컸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한테 후반기에 4대2로 졌던 경기가 있는데 스코어상으론 그래도 완전히 발린 경기는 아니네 싶지만 시망-아게로-포를란-막시한테 그냥 시종일관 찢긴 경기였음. 아기레의 공격 축구에 그냥 작살이 난 경기였죠.




크루이프가 긴 터널로 들어가는 경기였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최악의 경기 중 하나였는데 이 경기 이후 셀틱과의 챔스 16강에서 메시가 다시 부상으로 나가리 나죠. 이후 대활약을 한 게 보얀임. 메시 없는 경기에서 앙리, 에투랑 같이 뛰는데 양 발로 골을 넣고 어시스트를 하면서 얘도 미래구나라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준 시기였죠.




보얀이 재능의 크기가 큰 선수였냐 묻는다면 전 그건 아니라고 하고 싶은데 열린 공간에서 양 발에서 나오는 슈팅 스킬은 매우 우수한 선수였다고 봅니다. 페드로 정도로 민첩하고 피지컬이 우수한 선수였다면 아마 바르셀로나에서 성공했을 수도 있겠죠. 보얀은 날렵해보이는 몸에 비해서 반응력도 좋지 않았음. 오히려 둔한 편이었죠. 그래서 공간이 필요한 선수였고. 페드로가 보얀을 본격적으로 제낀 것도 저 민첩함과 반응력에서 오는 피지컬적인 차이와 체력이 제일 컸음.




어떻게 보면 암울한 시기에 담금질을 하게 되는 운과 불운이 겹쳐진 케이스기도 하고. 레이카르트가 1년만 더 했음 보얀 자체는 더 성장했겠지만 그럼 팀은 더 망해갔을 거고. 복합적인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선수 중 한 명임.




뭐할 지 모르겠지만 아버지한테 배워서 스카우터 하면 잘할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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