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떡밥. 이번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 해보고자 함. 내가 ??? 팬이라면?
1. 내가 수아레즈 팬이라면.
제가 수아레즈 팬이면 메시, 호날두가 있던 리가에서 피치치를 해냈다는 걸 들이밀 게 아니라 메시 중앙화를 일시적으로 대체한 유일한 선수라는 걸 들이밀겠음.
펩 이후 에투도 실패하고 앙리도 실패하고 즐라탄도 실패하고 비야는 시도도 못해보고 산체스도 실패한 중앙화를 가져간 유일한 선수이며 그걸 챔스 트로피로 증명한 선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걸 강조하겠습니다.
메시 중앙화가 준 게 그만큼 어마어마했다는 소리고 그걸 대신할만한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는 선수라는 걸 강조해야지. 스탯을 들이미는 거만큼 한심한 게 없음. 냉정하게 16년 3월 A매치 이후 수아레즈는 그 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력을 보이던 선수라는 점에서 오히려 막바지에 쌓은 스탯을 얘기하면 그건 스스로 깎아먹는 거임. 그거 말고 들이밀 게 없어서 그 얘기만 하는 거나 다름 없으니까요.
이것에 의미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건 무엇이냐. 타타 때 네이마르-메시. 더 나아가서 이니에스타까지 세 명이 양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주는 그 방식이 전혀 먹히지 않았고 타타와 타타 코치들의 맨투맨, 체력 트레이닝론이 부작용까지 일으키면서 메시의 부상 빈도 수와 신체 리듬에 영향이 매우 컸음에도 루쵸는 메시 중앙화로 다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수아레즈 영입을 요청하면서 메시 중앙화가 아닌 수아레즈 중앙화를 메인 전술로 들고와 후반기 질주와 트레블을 이룩했다는 점 역시 주요 사항.
수아레즈의 우루과이, 리버풀 시절을 포함한 전성기 시절 최대 장점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끊임없는 시도를 바탕으로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고 끝에 가서는 본인이 이기는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승리 패턴. 화면에 보이지 않아도 상대 선수들은 자연스레 그를 쳐다보고 있으며 계속 걸리는 오프 사이드는 깔 게 아니라 상대를 위협하고 승리 패턴을 완성시켜주는 과정.
메시 제외하면 비야 이후로 제일 상대 선수들의 트랩을 곤란하게 만든 선수가 바로 수아레즈며 루쵸가 얘기한 90분 내내 상대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서야한다는 의미를 가장 잘 보여준 포워드였다고 봅니다.
허나 이런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신체 능력을 기반으로 하고 상대보다 한 수 앞을 보고 예측하고 움직여야 하기에 확연하게 느려진 반응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고. 본능에 가깝다고 표현해도 될 만큼 좋은 센스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었지만 냉정하게 수아레즈는 메시가 더 이상 측면에서 뛰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명됐던 15-16 시즌이 끝나고나선 대체자가 논의됐어야 정상이었습니다. 아니면 알베스 대체자를 세르지가 아니라 훨씬 더 에너제틱하면서 영리하고 직선적인 선수로 구했어야 함.
이하는 생략. 수아레즈 얘기 몇 년 동안 수 없이 했음. 제가 얘 까기만 해서 안티로 아시는데 못할 때 글을 써댔으니 계속 못한다고 한 거뿐임.
2. 내가 벤제마 팬이라면.
벤제마는 리옹 시절 바르셀로나, 맨유, 마드리드 등과 루머날 때 처음 그의 정착 포지션은 왼쪽 포워드라 생각할 정도로 측면에서의 원온원이 좋고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플레이가 우수한데 양 발을 잘 쓰는 꼬마였다는 점. 이건 어렸을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와 볼을 다루는 기술로 주목을 받은 선수였다는 뜻이기도 함.
요즘 높은 수비 밀도를 견뎌내지 못하고 측면으로 도망다니는 포워드들 (대표적으로 누네즈) 이 많다 보니 측면으로 빠지는 빈도 수가 압도적으로 높은 벤제마 역시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그의 가치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비슷한 부류의 선수로 판단을 하는 착오를 범하기 마련인데 아주 많이 다르죠.
벤제마의 최대 가치는 왼쪽 측면에서 스타트해서 동료들을 이용하고 활용하고 본인이 또는 미끼가 돼서 박스 안으로 들어가거나 횡으로 경기를 풀어 (가능하면 오른쪽까지. 근래 리버풀 전이나 엘클 리뷰에서 대략 설명해놨으니 참고하심 좋을 것 같음) 상대 대형을 부수는 그 일련의 작업을 본인 중심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 단순히 안으로 들어가는 개념이 아니라 벤제마는 동료들의 패스 속도에 비례해 빨리 들어가야할 땐 빠르게 들어가고 느리게 돌면 멈춰서서 동료들과 상대 선수들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하고 때로는 본인이 이런 속도를 조절하기도 하죠.
도망다니는 애들 대다수는 빠르게 플레이하려고 도망가는 거임. 공간이 생기면 달릴 수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 벤제마를 고평가하는 건 바로 이 부분임. 사람들이 지공을 느린 공격으로 오해하는데 지공은 그런 게 아님. 볼을 소유하고 시간을 보내면서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게 지공의 개념이지. (왜 농구에서도 굳이 24초를 다 쓸까요? 그리고 그거 아무나 못함. 레이커스만 봐도 르브론은 하는데 러셀은 그거 못하죠.) 느리게 공격하는 건 그냥 느린 거. 벤제마는 이런 볼 소유를 바탕으로 한 또는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순간적인 속공에 매우 능한 선수라는 점에서 적은 인원으로 공격을 하는 경우가 많은 마드리드의 뻔한 패턴에 힘을 실어주는 선수 중 한 명.
단점이 있다면 상대가 높은 수비 밀도로 대항할 때 루즈볼을 따내지 못하거나 애초에 박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훨씬 더 답답한 경기를 펼치다가 좌우 방향성을 잃어버린 경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이번 시즌에 종종 보여주고 있죠. 카르바할이 도움이 안 되니 좌측면 위주로 경기가 흘러가니까 (90분 기준 절반 넘게 좌측면으로 볼이 굴러가는 경기들이 나옴) 벤제마, 비니시우스가 어거지로 해결을 못해주면 답이 나오질 않음.
이런 부분에서 벤제마는 상대적으로 볼을 오래 소유함으로서 본인의 능력을 뽐내는 온 더 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하고 부족하다는 점은 단점이 될 수 있겠죠. 지단이 아자르를 원한 이유도 볼을 오래 소유하는 아자르의 플레이 스타일이 벤제마와 상호 작용하기 좋다고 느꼈을 거임.
3. 내가 레반도프스키 팬이라면.
메시 제외하면 가장 현대의 넘버 나인에 가까운 선수라고 생각함. 높은 수비 밀도를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가지도 않고 양 발 사용에 매우 능해서 중앙에서. 필요하면 측면에서 좌우 선수들을 지원해주는데 있어서도 뛰어나고 더 나아가 온 몸을 활용할 줄 알며 미드필드들의 패싱 과정에도 기여해 (폴란드에서도 이 부분은 충분히 증명했다 생각함)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고 빼내고 빈 공간을 활용하는 부분은 아주 탁월한 선수.
챠비가 그를 오히려 점점 박스 바깥으로 빼내서 활용하는 것 역시 이런 부분들이 뛰어나기 때문에 요구하는 거라 보지만 그는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노장이라는 걸 챠비가 인지하지 못함에서 오는 거지. 레반도프스키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넓은 범위를 움직이고 다 할 줄 알지만 부족한 슈팅 스킬을 보이던 어린 시절을 지나서 펩 아래에서 뛰면서 조금 더 효율적인 플레이를 익히고 득점력이 크게 향상된 쪽에 가까운데 (대다수가 아는 레반도프스키의 어마어마한 득점력은 15-16 시즌부터 시작임) 얘만큼 원투 터치 안에 볼을 적절하게 위치시키면서 정확한 슈팅이나 패스를 구사하는 선수가 그렇게 많지 않음.
이 바탕이 되는 경합 능력, 포지셔닝, 양 발 사용 능력, 판단력 등등 모두 포워드의 표본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효율적이죠.
화려하지 않아서 저평가 되는 거고. 벤제마와 마찬가지로 볼을 오래 소유하지 않고 드리블을 하지 않으니까 기술적으로 저평가 되는데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저런 것들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 슈팅 스킬도 어느 정도는 향상될 수 있어도 본인이 가진 게 없으면 절대 큰 폭으로 늘지 않고 감독이 향상 시킬 수도 없음.
원래 에투처럼 터치의 연속을 일부러 유도해내면 거지같은 슈팅으로 보답하던 선수였다는 점에서 높은 수비 밀도를 당시 바르셀로나와 비슷하게 마주하던 뮌헨을 가고 펩을 만난 게 신의 한 수였다 생각하는 편.
개인적으로 구더기 같은 측면 포워드들이 즐비한 현 바르셀로나에서 레반도프스키보다 잘할 수 있는 선수는 몇 명 안 된다고 확신함.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흐름일 때 경기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이건 현재 바르셀로나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보기 때문에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지적하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합니다.
4. 내가 즐라탄 팬이라면.
굳이 여기에 끼지 않겠음. 바르셀로나 이후 즐라탄을 저들과 동일 선상에 놓기엔 챔피언스 리그에선 철저한 언더독으로 임하던 입장이었고 비교하는 거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바르셀로나 시절이나 그 이전 즐라탄은 저들과 비교하는 거 자체가 실례임. 바르셀로나 때는 전반기에 캐리한 건 사실이지만 이후 실패한 이유들이 너무 명확하고 그 이전 즐라탄은 사키가 바르셀로나에서의 실패를 지적한 것처럼 매우 이기적이었던 선수.
5. 예전에 비로그인 시절에 수 차례 받던 질문이라 하지말라해도 계속해서 결국 대답해주고 악성 맨유 팬 친구한테도 낚여서 어쩌다 하게 된 비교 중 하난데 제 개인적인 취향상 수아레즈는 이제 제일 뒷전임. 완성도 측면에서 레반도프스키나 벤제마가 이제 앞질렀다고 생각하기 때문.
리버풀이나 10년대 중반까지의 우루과이, 바르셀로나에서의 1.5~1.7년 동안의 수아레즈 역시 저평가 할만한 선수는 아닌 건 맞음. 메시 중앙화를 일시적으로 접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클래스는 보여줬다 생각하고 그걸 굳이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성기 기준으로 잡아도. 제가 감독이라도 전 수아레즈보단 저 둘을 쓰겠음.
6. 이제 딴데가서 싸우시면 됩니다. 여기서 싸우시면 차단임. 생각해보니 마드리드 팬분들도 많이 오시는 편이라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는데 여기서 그러면 누구든지 진짜 차단함. 떡밥 드렸으니 이제 저것들까지 활용해서 결판 지으시면 될 듯 함.. 사실 전 대중들의 생각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관심 없어서 저들의 서열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비교도 관심 없는데 하도 시달려서 했던 거뿐이고 취향상 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는 선수들도 정해져 있어서요.
방문자 분들은 어떻게 느끼실 지 모르겠지만 로그인제로 바꿔서 이런 질문들 못하게 하고 있는 지금이 훨씬 편하고 좋아요. 얘네 비교를 끝으로 비교 질문은 앞으로도 받을 생각 없다는 걸 확고히 하고 싶었음.
Football/Wri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