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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스페인이

by 다스다스 2023. 5. 22.

 
 
 
 
원래 그렇게 의식이 뛰어나고 모범적인 나라도 아니고 축구장 분위기들도 그런 적이 없음.




적어도 스페인은 축구가 발전한 형태 자체가 분노를 푸는 일련의 방법인 지역들 (카탈루냐, 바스크 등) 도 있었고. 지역 감정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그것을 푸는 공간이 축구장인 나라였고 전통적으로 열기가 강했던 더비 매치들이나 어떤 일련의 사연들로 감정적으로 상해있는 팀들끼리의 경기들은 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응원 문화 자체가 상대적으로 엄청 거친 나라였죠.




인종 차별도 엄청 심하고 팀마다 파벌도 엄청 심한 게 리가였음.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만 유명하니까 그 두 팀만 파벌을 겪은 줄 알고 후유증이 있었던 걸로 알지. 전체적으로 리가는 늘 스페인-비스페인, 자국인-외국인의 차별을 많이 두는 리그였음.
 
 
 
 
비니시우스도 이번 시즌 시작 전인가 저번 시즌인가 인종 차별자들이란 표현만 쓰는 게 아니라 외국인 혐오라는 표현을 썼었죠. 스페인의 축구장 좌석을 채우는 사람들 중 대다수는 아직도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많음.




언론인들이야 뭐 요즘 그렇게 젊은 사람들이 기자를 많이 하는 추세도 아니고. 이걸 떠나서 스페인 지역 언론들은 고정관념이 매우 심한 언론들이 많아서 사실 잘잘못을 논리적으로 따지고 올바른 보도를 1순위로 삼는 언론들도 별로 없음.




그나마 신속, 정확, 비판을 엄청 강조하던 게 카데나 세르였는데 여기도 많이 변했고 보통은 매우 감정적이고 적대적이죠. 자기 지역 팀들뿐만 아니라 뭐든 수틀리면 공격하는 게 스페인 지역 언론들임. 페레즈가 조용한 것도 마르카-아스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스페인 다른 지역 언론들이랑 틀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때문이고. 바르셀로나도 누네스, 가스파르트, 라포르타, 로셀, 바르토메우 가리지 않고 다 감독이나 관계자들한테 늘 신사적일 것을 요구하는 게 이런 지역적 성향이 바탕이 되기 때문.
 
 
 
 
알베스도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상태로 그것을 유쾌하게 극복하긴 했지만 그 바나나 사건이 벌어지기 몇 년 전부터 꾸준하게 주장했죠. 이것을 왜 제재하지 않고 아무도 이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서 비판하지 않냐고.




그때나 지금이나 리가의 반응은 똑같음. 한두 번 벌어지는 일인 거고 그냥 그동안 늘 이뤄졌던 응원 문화일 뿐이다. 라고 생각하는 거죠. 발렌시아 구단 관계자들이나 지역 언론들 반응만 봐도 자기들이 한 건 문제라 생각 안 하는 게 보이죠. 문제를 숨기고 어떻게든 넘어가려는 게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임. 그게 스페인 축구의 오래된 문화 중 하나였으니깐.
 
 
 
 
루쵸가 선수 은퇴하고 얼마 안 돼서 언젠간 바르셀로나로 돌아올 거냐는 큰 주제를 바탕으로 과거-현재-미래 등을 얘기하는 인터뷰에서도 그랬었죠. 엘 클라시코만큼 바르셀로나 선수로서 흥분되고 기대되고 성취감이 큰 경기는 없었다고. 원정 온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향해 엿이나 먹으라 하고 가족 욕을 하고 오물을 던지고 물건을 던지는 그 상황 속에서 즐기고 이기는 것만큼 기쁜 게 없었다고 했죠. 그런 리그가 리가였음. 매우 상징적인 모습이었죠.
 
 
 
 
마옌코라고 기억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는데 나름 리가 내에서 내외적으로 명심판으로 꽤 좋은 평가를 받는 심판 (일반적으로 그랬다는 거지. 제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님) 이었는데 이 사람조차도 인종 차별은 심판 리포트에 아예 쓴 적이 없죠. 나머지도 당연한 거임. 써온 적이 없는데 갑자기 그걸 써서 수면 위로 끌어올리겠나요. 그렇게 일해온 사람들인데.
 
 
 
 
넷플릭스에 있는 피구 다큐 마지막 보시면 나오는데 온갖 욕을 다 하죠. 가족, 피구 본인, 딸내미, 에이전트.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소재를 다 동원해서 사람을 극한으로 몰아붙입니다.




돼지 머리는 02-03 시즌이지만 제가 00-01 이 제일 심했다고 한 게 사람들의 분노가 어마어마하게 쌓여있고 그것을 푸는 대상이 피구 한 명에게 다 쏠려있는 게 경기 영상만 봐도 보였기 때문. 지금도 그 당시 경기를 구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찾아서 봤을 때 해설이 잘 안 들리는 경기 중 하나였음. 응원 소리 때문이 아니라 피구 욕하는 9만 명 때문에. 근데 이게 그 당시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게 리가의 응원 문화 중 하나였어요. 그리고 그땐 이게 옳았고 피구라서 조금 더 과격하게 나타났던 거죠.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에스파뇰을 비롯한 몇몇 구장 가면 피케한테 그랬죠. 샤키라, 자식들 갖고 조롱하고 까내리고. 성적인 발언하고. 그것도 제재를 안 했음.
 
 
 
 
보이소스 노이스로 대변되는 바르셀로나의 울트라스 말고도 거의 모든 팀들의 울트라스는 소멸돼서 경기장엔 없지만 (에스파뇰만 해도 별에별 정신병자들이 관중석에 가득하고 그것을 방관하는 버러지 팀이었는데 이제 그런 애들은 없죠.) 그들의 응원 문화, 감정, 관념 등은 아직 많이 남아있는 게 리가의 모습이고 현실이라는 거죠. 10년 전에도 문제였고. 20년 전에도 문제였고 비니시우스 같이 1차 표적이 된 피해자는 있었는데 아직도 고치지 못한 거고 고칠 생각이 없는 거뿐임.
 
 
 
 
비니시우스가 떠난다고 해결이 될까요? 오히려 겁쟁이라고 놀릴 걸요. 전체적인 차원에서 의식을 개선하고 적극적으로 타개하지 않는 한 변하지 않음.




00년대 후반-10년대 초반 바르셀로나-마드리드 둘이서 다 해 먹을 땐 이것은 우리의 리가가 아니다. 라고 목소리를 내던 놈들이 이런 문제에선 나서지 않음. 과연 문제는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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