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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반 할은

by 다스다스 2023. 10. 5.




네덜란드랑 아약스 출신 애들 엄청 데려와서 딱 1년 잘했음. 97-98 은 그 정도로 빡세게 많지는 않았고 98-99 가 반 할이 원하는 선수단에 가까웠는데 그것도 모자라서 겨울에 데 부어 형제들을 데려왔었죠. (라이지허가 포리바렌테 역할을 전혀 못했고 센터백도 피보테도 다 별로였음. 본인 포지션에서도 말할 것도 없었고. 거기다 누네스의 필살기였으니 당시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반 할의 요구를 들어주려고 거금을 땡겨다 씀.)




사실 이 시즌은 올드 팬들이나 역주행하던 팬들한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을 확률이 높은데 조별 예선에서 뮌헨 (다 짐)-맨유 (다 비김. 두 경기 다 명경기로 꼽힘) 를 못 이겨서 떨어져서 그렇지. 잘했죠.




이게 성공적이었냐 하면 반반무 정도로 보는 게 맞지 않나 싶구요. 긍정적이고 상징적이었던 건 클루이베르트로 인해 바르셀로나의 깔끔한 동선 정리 된 쓰리톱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좌우를 지원해 주는 장신 포워드가 이상향이라는 이론을 더더욱 확고하게 만들어줬다는 거고. (코드로가 그냥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망했어서... 당시엔 꽤 큰 의미였음. 짝발러였던 소니 안데르손이란 브라질리언이 하던 꼬라지 생각하면 클루이베르트는 분명히 구세주였기도 하고. 메시라는 이론을 씹어버리는 괴물이 등장하기 전까지 바르셀로나의 모든 관계자들은 클루이베르트를 이상적인 중앙 장신 포워드의 모습으로 봤었음.)




더해서 코쿠의 합류로 포리바렌테 성향이 강한 두 명의 미드필드 (코쿠, 루쵸) 를 바탕으로 펩의 좌우 패싱이 빛나는 경기들이 늘어났죠. 롭슨처럼 호돈 의존증의 맥락에 빠진 화끈한 공격과는 다른 느낌의 화끈한 공격이 잘 돌아갈 때의 반 할 1기였음. 안으로 들어오는 좌우 포워드, 이 둘을 지원하는 3 미드필드와 중앙의 장신 포워드. 이 이상적인 그림이 처음 보인 시즌이 98-99 였음.




거기다 왼쪽에는 젠덴, 오른쪽에는 로날드 데 부어, 쏠쏠한 교체 카드인 챠비, 푸욜에 포리바렌테 코쿠, 루쵸라는 전술적 변형 카드들을 두고 안 풀릴 때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것도 나름 매력적이었죠.




부정적인 건 반 할과 이 오렌지와 아약스 출신들로 인해 라커룸이 붕괴됐고 99-00 시즌은 크루이프나 롭슨 때보다 더한 수비 불안과 기복을 선보였죠. (프랭크 데 부어랑 푸욜, 라이지허, 반 할 1기 마지막 시즌에 왔던 리트마넨이 진짜 뒤지게 욕먹었음. 반 할은 떠날 때까지도 욕먹었고.)




말도 안 통하는 애들 섞어두고

성격이 극단적인 애들 섞어두고 (언론들이 가장 예시로 많이 쓰던 게 코쿠-챠비였음. 물론 둘은 친해졌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않았다고 알려짐)

문화나 생활 습관이 아예 다른 애들 섞어두고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애들 섞어두고 (늙은이랑 유망주 이런 식으로. 밥 먹을 때 딴짓 못하게 하거나 혼자 못 먹게 하는 거 이런 것도 반 할의 관리 방식 중 하나) 등등




이런 식으로 반 할이 융화시키려 했는데 이게 반대로 네덜란드-스페인-나머지로 라커룸 분열을 일으켰죠. 그 여파가 드러난 게 99-00 시즌임.




반 할은 98-99 시즌 후반기부터 선수 기용으로 언론들과 허구한 날 싸웠고 (언론들 - 그렇게 못하는데 왜 쓰냐? 반 할 - 내 맘) 몇몇 선수들은 언론들한테 찍혔었죠. 누네스는 반 할이란 필살기가 실패하자 도망갔고 (따지고 보면 2연타였음. 크루이프도 93-94 유러피언 컵 준우승 이후 95-96 시즌까지 좋지 못했고 롭슨으로 1년 존버하고 데려왔던 반 할은 지역 언론들과 원수가 됐으니..) 가스파르트가 의장이 된 후에도 바르셀로나는 오렌지 후유증을 계속 겪었죠.




쁘띠가 와서 이딴 곳은 처음 본다고 절레절레하면서 공개적으로 까발린 게 그다음 시즌이었음. 물론 00-01 은 피구 이탈이 제일 크긴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스쿼드는 여전히 기형적이었죠. 세라 페레르라는 허수아비가 히바우두의 요구를 다 들어준 것도 엄청 컸구요. 펩 마지막 시즌이 이 개망 시즌임. 아이러니한 건 바르셀로나의 암흑기를 지탱해 준 것도 히바우두와 루쵸, 아벨라르도 등이랑 오렌지들, 마시아 출신들이긴 했음. 프랭크 데 부어, 코쿠, 라이지허, 클루이베르트 등등..




갑자기 반 할 얘기를 왜 하냐면 텐 하흐의 위험성은 바로 이런 거임. 본인이 이미 알거나 알지 못하더라도 성향이 파악되거나 비슷한 환경을 겪어본 선수들을 깔아 두면서 분위기를 바꾸려 했지만 그게 잘 안 되니 그것을 억지로 바꿔 가속화하는 게 다음 시즌 플랜이었다는 거죠. 반 할이랑 완전 똑같은 실수를 하는 게 놀라울 정도임.




이런 건 내적인 면들을 지적하기 전에 감독의 실책이 외적인 면에서 크게 드러난 걸 지적해야 한다는 거죠.




과거 네덜란드 감독들은 대부분 그럼에도 결국 본인들이 아는 익숙한 선수들을 더 데려오는 것을 해결책으로 제시했고 그게 먹힌 적도 꽤 있지만 맨유는 텐 하흐를 지켜주고 텐 하흐의 방패가 되어줄 인물이 없죠. 퍼거슨이 있지만 크루이프처럼 전면에 나서서 언론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그러는 사람은 아니니깐.




바르셀로나 팬들이 한창 다음 감독으로 어떠냐고 물어볼 때도 무지성으로 지켜줄 사람이 없으면 힘들 것이다란 막연한 예상을 한 건 아약스에서 성공한 모습이 반 할의 아약스를 많이 닮아있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음. 쿠만도 바르셀로나에서 데파이, 바이날둠 등을 원했죠. 지금은 원수지만 쿠만도 아약스의 근간과 반 할의 감독 철학을 거의 다 배운 사람임.




텐 하흐도 현재까지만 보면 리산드로 빼곤 다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기에 실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만 다른 감독들과 다르게 철저하게 시험받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본인 입지를 다지려면 시간이 얼마 없다란 생각이 너무 강해서 더더욱 이런 식으로 갈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너무 자주 얘기해서 사실 더 얘기하는 게 좀 그렇지만 맨유는 뮌헨을 따라갔어야 했음. 반 할로 바탕을 깔고 다음 감독을 내부 인사든 아니면 반 할과 비슷하거나 그것을 개량할 수 있는 감독으로 뽑았으면 100% 확신하는데 시티랑 경쟁하고 있는 팀 중 하나였을 거임.




무링요가 퍼거슨 이후에 성적은 제일 잘 냈을지 언정 팀의 방향성을 완전히 망가뜨린 시발점이자 라커룸을 더더욱 이기적으로 변하게 만든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니깐요.




그래서 변방 감독을 볼 때 비엘사의 제자다, 아약스나 네덜란드 출신이다, 남미의 떠오르는 전술가다, 알아주는 이론가다 등등 이런 꼬리표가 달린 감독들은 꽤 면밀하게 살펴봐야 함.




이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전 정말 이거다 싶은 자원이 있다면 한번 정도는 더 밀어줘도 된다고도 보기도 하고 (레이카르트도 망해가던 다비즈를 주워와서 살아난 거라서) 이미 위험 수위를 넘어갔고 박을 일만 남았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기에 (맨유 위상이 있으니 어쩌면 이게 더 타당할 수도) 맨유 보드진들의 판단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반 할 얘기할 겸 쓴 뻘글임.. 반 할도 저렇게 데려와서 쭉 잘하지는 않았다는 거고. 네덜란드나 아약스 출신 감독들은 전통적으로 저래왔다는 거고. 이래저래 재밌는 썰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리 봐도 뮌헨-반 할이 딱 적정선이었던 거 같음. 일부는 해주되 완전히는 안 해주고 부작용이 올 때쯤 내보내는.




자꾸 딴 주제의 글들만 써서 바르셀로나 글들을 기다리시는 분들은 좀 의아해 하실 수도 있는데 밀린 경기들이 많기도 하고 진짜 조만간 찾아뵐 예정이니 그냥 느긋하게 기다려 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루쵸 경기들도 추가로 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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