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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진짜 축구를

by 다스다스 2023. 10. 7.






잘 보고 싶으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게 제일 중요함. 어쭙잖은 용어 정의, 포메이션 등 같은 쓸데없는 것들에 빠지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본질을 파헤칠 수 있는 게 중요한 거임.




예전에 3열, 4열 배치에 관한 얘기를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무링요가 EPL 에 처음 올 때 무링요의 4-3-3 이 전 세계의 칼럼니스트, 기자들, 이론가들 등에게 찬사를 받았던 건 3열과 4열을 공수 전환 과정에서 능수능란하게 가져가는 기계적인 움직임이 가능했던 팀이었기 때문이지. 4-3-3 자체가 주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무링요의 전술전략을 파헤치는 이론가들은 이것을 4-3-3 이 아니라 4-1-4-1 이라 했죠.




크루이프도 그렇고 당시 라방과르디아에서 자신의 의견을 2-3주에 한 번씩 쓰던 B팀 감독을 하던 펩도 무링요의 드록바 활용을 보고 다이아몬드 대형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었음. 무링요의 포르투도 데코라는 천재적인 미드필드를 바탕으로 한 3-4열 배치와 마름모꼴 (다이아몬드) 활용이 기가 막힌 팀이었음.




시메오네가 두 줄 수비의 완성도를 높여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 주목해야 했던 건 컴팩트한 스쿼드를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관리, 주기법, 리듬 등과 통상적으로 4열 배치를 만들어 내기 위한 변형을 자주 가져가던 현대의 전술 흐름에서 3열 배치를 더더욱 견고하게 만들고 양 측면과 두 명의 포워드들을 활용해 효율성의 극대화를 이뤄냈기 때문임.




스팔레티가 토티 제로톱을 들고 나오고 퍼거슨이 포지셔닝 체인지로 대변되는 호날두, 테베즈, 루니 등의 포워드들의 다양성을 가미한 또 다른 제로톱을 들고 나오고 펩이 부임한 이후 앙리와 에투를 양 측면에 배치하거나 비야와 페드로를 양 측면에 배치해 중앙의 무언가를 이용해 측면에서 들어와 공략할 때부터 유행한 단어가 인사이드 포워드였죠.




이러면서 사람들이 그전 시대의 측면 선수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클래식 윙어라는 용어로 정의하면서 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죠. 그 피해자 중 한 명이 피구임.




피구는 90년대 바르셀로나에서 롭슨의 미친 의존증 축구의 전술적 중심이었던 호돈을 제외하고 가장 어려운 경기를 하며 측면에서 안으로 들어오면서 경기를 푸는 해결사이자 실질적인 에이스였는데 사람들은 피구의 이런 모습을 잘 모르죠. 이미 피구는 한참 전부터 조나단 윌슨이 정의했던 인사이드 포워드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구현한 선수였음.




저번 시즌 3-2-4-1 이란 변형 포메이션으로 트레블을 이룩한 펩도 궁극의 필살기였던 3-3-1-3 이 실패한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노련함, 유연함 등을 갖추면서 만들어 낸 전술전략이죠. 이런 걸 어떤 용어 하나로 설명할 수 없음. 따지고 보면 본질은 똑같음. 전원 미드필드화.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모토를 갖고 있는 토탈 풋볼의 근간.




이 안에서 로드리의 급성장이 어디서 왔을까요. 유도라는 개념을 플레이로 실행하지 못하던 선수가 센터백을 뛰면서 아래에서 위로 볼을 내보낼 때 단순히 좌우만 잘 보는 게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위치, 손, 발 등을 보고 상대 선수들이 어디로 향할지, 나한테는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오고 있는지 등을 보는 판단력과 시야가 넓어지면서 온 거임.




감독들이 교체 전술전략을 시도할 때 해설자들이 언급하는 것처럼 포메이션 변화로 시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숫자의 고정관념에 빠지면 그 이상이 안 보이는 거임. 당연히 그 짧은 시간에 필드에 들어서는 선수나 잠깐 불러다 얘기하는 주장이나 후방 선수들에겐 직관적이고 짧게 설명해야 하니 그렇게 지시하는 거고 당연히 그 안에는 약속된 많은 의미들이 숨겨져 있는 거죠.




저는 제 글들을 칼럼이라 표현하지 않는데 그 정도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어느 순간부터 내 의견을 끼워 맞추기보다 의도를 파악하고 그대로 보는 것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그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기 때문임. 반대로 이게 거부감을 사는 경우가 많았기에 글을 잘 쓰지 않았던 거죠. 꾸코에 제가 쓴 글들은 얼마 없음. 채팅방에선 분명히 누구보다도 신나게 떠들던 사람이지만 그걸 글로 남기진 않았었죠.




블로그도 타율이 좋으니 인정을 받는 거지. 예를 들어 발베르데 때 욱해서 썼던 글들이 만약에 다 반대로 가거나 클롭의 리버풀이나 저번 시즌 시티의 행보가 제가 얘기했던 것과 반대로 갔다면 전 그냥 그저 그런 궤변을 늘어놓는 나부랭이였을 거임.




개인적으로 축구를 어렸을 때부터 오래 봐왔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혼자만의 재미를 찾아냈고 일부가 되어보기도 했지만 분명히 정답은 없음. 즐길 수 있는 방법론, 관점 등은 분명히 다양하고 그것을 주고받는 커뮤니티의 선순환은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본인이 그 이상을 원한다면 전 커뮤니티 활동보다 스승이나 본인과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진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소통, 배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임.




스카우팅도 같은 선수를 비디오로도 보고 직관 가서도 보고 다른 스카우터가 가서 보기도 하고 이러는 것도 다 그 다양한 관점들을 통합시켜서 방향성을 잡기 위함이지. 누가 더 잘 보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음.




한 번도 자세하게 얘기한 적은 없지만 꾸코 아저씨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흡수하고 그 이후에는 세 명의 외국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음. 네덜란드 축구를 많이 보지 않음에도 그쪽 나라 감독들의 성향을 잘 아는 것 역시 이들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함.




가끔 가다 제 글들을 통해 축구를 배운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말 감사한 말씀이고 최고의 칭찬 중 하나라 생각하지만 전 그렇게 A to Z 로 정석으로 순서대로 나열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체계적으로 배워온 사람도 아니고 진짜 온갖 문제집을 다 풀어가면서 공부한 학생처럼 온갖 방법론들을 다 겪어온 사람이고. 현상을 보고 제 관점을 얘기하는 사람일 뿐임.




늘 말씀드리지만 또 다른 재미를 찾는 과정의 일부가 제 글들이나 댓글들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니 돈을 추구하지도 않고 계획적이지도 않고 성실하지도 않은 거임.




축잘알이니 축알못이니 그런 혐오스러운 발언들은 중요하지 않음. 얼마나 재밌게 잘 즐기냐가 중요한 거죠. 가끔은 라이트 한 팬들의 의견이 더 직관적이고 맞을 때도 있는 거구요. 외적인 얘기들을 종종 하는 것도 감독이란 직업에 대한 이해가 더 넓은 시선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임.




농구나 야구를 보면서 그 얘기를 헤비하게 하지 않는 건 이 종목들은 반대로 제가 고정관념을 깨지 못하고 보고 있는 것들이 많기 때문. 볼질로 사람 열받게 만드는 스넬의 피칭이 때로는 의도적인 피칭인 경우가 있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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