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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원래 포워드의

by 다스다스 2023. 10. 17.

 
 
 
기초 중 하나는 다양성임. 사키가 예전에 엘 파이스랑 인터뷰할 때 메시를 현대의 넘버 나인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뭐 사키가 말한 의도나 의미를 제가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당시 맥락을 봤을 때 그가 말하고자 한 건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장신 포워드나 사이즈부터 보이는 신체 능력이 압도적인 포워드들을 비롯한 전통적인 넘버 나인과 비교했을 때도 그것을 넘어서는 do it all, 토탈 패키지의 포워드의 모습을 한 선수가 메시라는 걸 얘기하고자 했다고 생각함.




실제로 펩은 메시의 그 가능성을 부임 첫 시즌에 보고 그것을 필드 위에서 실현해 냈고. 30골 전후를 보장해 주는 에투의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게 맞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건 말이야 쉽지. 아무나 못하는 거임. 지금도 골수로만 포워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게 팬들의 일반적인 시선이란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더해서 바르셀로나 마지막 시즌 쓰리백은 지금 봐도 복잡했는데 평상시 메시가 위치하는 자리에서 세스크, 메시, 산체스 셋이 스위칭하는 그것은 메시가 가진 고유의 능력들이 없었다면 시도도 못할 전술전략이었음.
 
 
 

아직도 메시의 장점을 얘기할 때 역대급 기본기, 기술, 온 더 볼 능력 등등을 얘기하지만 메시의 장점 중 하나는 상황 판단 능력과 포지셔닝임. 앞으로 더 부각되어야 할 장점들이라고 생각하구요.




볼이 자신에게 올 때 어느 발을 써야 하고 어떤 자세를 잡아야 하고 그것을 최대한 발에 붙여야 할지, 어느 정도 떼어야 할지. 상대 선수들은 어디서 어떻게 오고 있고 내 앞에는 누가. 몇 명이 있는지 등등...




그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과 볼을 소유하고 있는 와중에 주변 선수들뿐만 아니라 상대 선수들의 움직임까지 읽어내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볼을 내줘야 할 때와 자신이 드리블을 해야 할 때 또는 일부러 볼을 소유하는 과정을 가져가야 하는 일련의 상황들을 판단하는 능력이 굉장한 선수라는 거죠.
 
 
 

06-07 인가 레이카르트 시절에 메시가 오른발을 쓰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레이카르트도 메시의 가능성이 단순히 오른쪽에서만 끝나는 포워드로 끝날 리는 없다고 보고 있었다는 뜻이겠죠.




실제로 레이카르트는 안 풀릴 때 메시가 가진 것들을 믿고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기도 했으니깐. 진짜 그 어느 때보다 정적인 팀을 먹여 살린 게 장발 시절 메시임. 그 모습을 보고 또 다른 클루이베르트가 필요하다란 1차적 접근 이후 즐라탄의 실패 이전에도 메시의 중앙화를 생각해 낸 펩이 얼마나 천재인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음. (어쩌면 펩은 08-09 에 썼던 4-4-2 변형을 즐라탄-메시로 이뤄내고자 했던 것일 지도 모르겠음. 실제로 메시 빠지면 오프 더 볼 상황에서는 방향 전환이 자유로웠던 앙리나 페드로, 비야 등을 활용해 이니에스타로 이 전술전략을 자주 썼었음.)
 
 
 

보통 협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선수들이 본인이 어디서 멈춰야 할지, 어디서 꺾어야 할지 이런 것들을 부드럽게 해내지 못한다고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상황 판단과 포지셔닝이 떨어지는 포워드들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음.
 
 
 

아직도 저를 수아레즈 안티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예전 글들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전성기 수아레즈의 능력을 한 번도 폄하한 적이 없음. 오히려 남들보다 높게 보면 봤지... 게다가 루쵸가 밝혔던 그 짧은 자신의 철학에 가장 알맞은 선수라고 얘기한 적도 있고. 근데 이건 전성기 수아레즈에 한해서고 스탯 사기꾼으로 변해가던 수아레즈는 분명히 다른 선수라는 거고. 그 수아레즈의 가치는 과대 평가 되어있다는 게 늘상 주장해 오던 거였음. 근데 이게 안티? 웃기는 소리. 선수의 위상과 스탯에 가려져 제대로 못 보는 게 문제죠.
 
 
 

메시는 말할 것도 없고 벤제마나 레반도프스키를 높게 평가하는 건 나이를 먹고 나서도 그들에게서 토탈 패키지의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제일 크다는 거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예상한 그대로 (또는 그 이상으로) 플레이에 녹여내 동료들을 살려준다는 건 별 거 아닌 거 같아도 쉽지 않은 일임.




신체적 하락이 오기 시작하거나 누적치가 터지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몸이 머리를 못 따라가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고평가 받아야 할 요소임.




비교하고자 쓰는 글은 아니고 요즘 들어서 측면으로 도망가는 포워드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측면까지 동선을 잡아서 횡으로 (또는 사선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게 하나의 역할이자 덕목이기 때문임. 이게 상대 선수들을 끌어내는 기초적인 것 중에 하나기 때문. 문제는 어렸을 때는 이러면서 중앙에 다시 들어가고 다시 나오는 게 자연스러웠던 선수들도 높은 수비 밀도 + 상대적으로 더 민첩하고 다양한 수비 방식에 대응이 안 되니까 성인 레벨이 되면 도망가는 모습을 띄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 거죠.




제일 성인 레벨에서 안 먹히는 선수들이 압도적인 신체 능력으로 찍어 누르다가 비슷한 애들 만나면서 엉성한 게 다 드러나는 애들임. 다양한 수비 방식을 겪으면서 교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경합으로 찍어 누르다 보니 플레이 스타일이 습관이 됐는데 괴물 같은 수비수들 만나면 쪽도 못 쓰는 거죠. 이런 애들은 빠르기만 하거나 덩치만 크거나 하죠.
 
 
 
 
요즘 선수들은 비엘사와 그의 제자들이 일으킨 10년대 초반 트레이닝 혁명으로 인해 지역 방어와 맨투맨의 혼합을 어느 정도 배워서 나오기 때문에 보조자로서의 특성은 수준 차이는 당연히 있고 성장 가능성도 개개인이 다르긴 하지만 일단 성인 레벨에 올라와서 빠르게 갖추긴 하는 편임.




정해진 공간과 라인, 라인을 유동적으로 가져갈 때 본인의 위치, 자신 주변에 몇 명의 동료들이 있는지 등등... 이런 것들을 보면서 이행하는 기계적인 모습은 트레이닝을 통해 갖춰져서 나오죠. 문제는 그만큼 정형화되기 때문에 그 이상을 해낼 수 있는 본능을 가진 선수는 흔하지 않음. 트레이닝 방식이 선수 개개인의 특성과 창의성 등을 살리기 이전에 규율과 이론을 일단 먼저 박아놓는 방식으로 변했기 때문에 창의적인 선수들이 덜 나온다 역시 타당한 추측이 될 수 있으나 그만큼 높은 수비 밀도로 대응해 한 방 먹이는 상대적 약팀의 방식이 더 확고해졌기 때문이 제일 크죠. 그래서 상대적 약팀들의 스카우팅도 이에 맞게 변했죠.
 
 
 
 
이런 와중에 좋은 포워드가 될 자질을 가르는 건 얼마나 다양성을 갖추고 있느냐임.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온 더 볼로만 평가하지만 이 다양성은 선수가 가진 것들이 무엇이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거죠. 많으면 많을수록 어떤 감독을 만나고 어떤 동료들을 만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을 어떻게 알아보고 이끌어 줄 베테랑을 만나느냐 역시 중요하겠죠.




신체적인 능력, 선천적인 재능, 가지고 있는 기본기 등이 어떤가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녹여내냐 역시 매우 중요하다는 거임. 자신의 장점들이 뭔지 잘 아는 선수들은 플레이부터가 다름. 벽에 부딪히는 선수들은 재능의 한계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게 본인의 장점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거고.




감독들이 포리바렌테 성향의 선수들을 끔찍하게 좋아하는 것도 축구를 이해하고 있기에 가끔씩 감독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뜬금포로 터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도 있음. 단순히 여기저기 뛸 수 있다와 자신이 위치하는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을 실행한다는 하늘과 땅 차이임. 세르지와 베르나르도 실바의 차이기도 하겠죠.




시간이 제한적인 유럽 대항전 토너먼트, 국가 대항전 등에 유독 공격적인 수비수, 미드필드 등과 포워드들이 스타가 되어 주목받는 것도 그 짧은 시간 안에 보여주는 번뜩임이 더 많은 다양성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이나 가능성이 있기 때문.




뎀벨레가 바르셀로나 온다 했을 때부터 택도 없을 거라는 예상을 단호하게 내렸던 건 제 눈에는 이 선수가 가진 것들에 비해서 아무런 다양성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음. 바르셀로나 와서도 당시 수석 코치였던 아스피아주의 미드필드 기용 주장, 발베르데의 한 경기 실패 후 엎어버리기, 후반 교체 전술전략 1순위 정도로 그쳤던 것도 가진 것들을 전혀 활용할 줄 모르는 선수구나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과 선택들이었다고 생각함.




이건 챠비를 거치고도 변함 없고. 데샹 밑에서도 똑같음. 전 오히려 데샹만큼 뎀벨레의 그릇의 크기를 완벽하게 파악한 감독도 없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 언제나 스탯 (드리블 성공 이런 것도 마찬가지임) 은 선수 평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각함. 10골을 넣든 20골을 넣든 포워드의 가치는 그 선수가 주는 다양성에 있다 생각하고 그것을 증명하거나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골을 넣냐 마냐를 떠나 꾸준하게 쓸 수밖에 없는 거임.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메시를 능가하는 선수는 언젠간 나오겠지만 그 선수는 메시가 가진 것들을 최소 절반 이상하면서 신체적으로는 훨씬 더 이상적인 모습을 갖춘 선수일 거라 생각함. 적어도 아직까진 그 가능성을 가진 선수조차도 보지 못했음.





+ 추신. 바르셀로나 관련 글은 다음 주중에 올라옵니다. 예고는 아니고 기다리실까봐 대략적으로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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