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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펩은

by 다스다스 2023. 11. 12.




선수 시절에 워낙 미친 이적들을 다 봐오고 별에별 선수들을 다 봐와서 선수들의 선택에는 어떠한 이유도 있을 수 있다라고 보는 게 제일 클 듯함.




크루이프가 사이클이 끝났다고 선언하기 전 (93-94 유러피언 컵 참패 당하기 전) 부터 라우드럽 재계약을 하지 말라고 보드진에게 말해놨는데 (펩이 아데바요르랑 즐라탄 원했던 것처럼 장신 포워드 원하고 있었음) 그러고 라우드럽은 재계약을 원하던 본인을 안 잡은 바르셀로나를 떠나 본인을 원하던 마드리드로 갔고. 그다음 시즌 진짜 드림팀의 사이클은 끝났죠.




그러고 호마리우 떠나고 야심차게 데려온 코드로는 바르셀로나에서 그야말로 대폭망하고 바르셀로나를 저주하고 인생 최악의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자책함.




라우드럽은 크루이프가 쫒아냈다라는 인식이 강했기에 바르셀로나 팬들이 거부감이 없는 거죠. 둘은 나중에 사이에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지만 크루이프는 레이카르트의 후임으로 무링요만큼은 아니더라도 라우드럽도 그렇게 좋게 인터뷰한 적은 없었던 거 같음. 실제로 저 둘 쓸 거면 레이카르트 1년 더 하는 게 낫다 했었고.





루쵸는 자신을 주전으로 쓰지 않고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고 쓰더라도 미드필드인 자신을 풀백 기용을 하는 발다노에게 불만이 매우 심했는데 세리에 팀들의 많은 제안을 거부하고 바르셀로나 행을 결심하고 (루쵸 본인이 밝히기로도 연봉도 세리에 팀들 > 바르셀로나였다고 함) 에이전트한테 나머지 제안들을 거절하라하고 그 소식을 언론들을 통해 들은 마드리드 내부자들에게도 바르셀로나 가는 게 맞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하죠.




그러고 루쵸는 피구만큼은 아니지만 베르나베우 원정만 가면 그 조용하고 신사적이라는 마드리드 팬들을 뻐큐 날리고 온갖 욕을 다 하게 만드는 악질 팬들로 만드는 선수가 됐음. 본인도 커리어에서 제일 흥분되고 즐거운 경기는 베르나베우 원정이라고 했을 정도.





피구는 90년대에 바르셀로나에서의 다섯 시즌이 지금에는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지. 분명히 호돈이 있던 한 시즌 빼면 크루이프 드림팀 마지막 시즌을 포함해 네 시즌 동안 에이스였고 어려운 경기들을 극복해 주는 건 히바우두가 아니라 피구였음. 절대 마드리드로 가지 않는다고 수 차례 얘기하던 그리고 깜노우를 찾아온 팬들에게 사죄하러 펩과 같이 기자회견장에 나오던 선수가 돌연 마드리드 행을 선택.




그러고 마드리드 셔츠를 들면서 '레알 마드리드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언젠간 이곳에 오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라고 했죠.





펩은 크루이프의 드림팀 일원으로 출발은 분명히 탄탄대로에 꽃밭만 걸은 선수는 맞았으나 (크루이프 아니었음 퍼스트 팀 데뷔가 언제였을지 알 수도 없었음. 펩 본인도 인정하는 사실) 선수 생활하면서 저 셋 말고도 별에별 선수들을 다 보고 본인도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선수임.




펩 본인도 이적 관련해서도 두 시즌 연속 파벌 논란에 피구 런, 의장 교체, 대형 이적들 폭망, 중위권 감독의 줏대 없는 행동 등 팀이 박살 난 시즌에 이 시즌을 마지막으로 떠나겠다고 했었죠. 챠비를 비롯한 어린 선수들의 기회를 뺏을 수 없고 본인도 다른 환경을 겪어보고 싶다 했지만 지역 언론들, 팬들은 펩의 이탈까지 견뎌낼 힘이 없었음에도 떠났음.




바르셀로나는 그러고 진짜 심연으로 빠졌죠. 펩이 남아있었다고 안 망했을 일은 없겠지만 더 심하게 망한 건 맞음.




유독 바르셀로나 올드 팬들이 루쵸나 챠비, 푸욜을 좋아하는 건 암흑기를 버텨준 욕받이들이자 상징성 있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임. 루쵸는 딱 암흑기 끝나자마자 은퇴했으니 더더욱 좋게 볼 수밖에 없던 거죠.





뭐 인터뷰 보다가 이런저런 얘기들을 너무 했는데 결론은 어떤 이유로든 이적은 이뤄질 수 있고 그걸 다른 방향으로 설득할 수 있는 요소들은 그만큼 적으니 어떤 선수든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하면 떠나게 해주는 게 맞다고 보는 거겠죠.




적어도 선수의 인생은 선수가 선택하는 게 맞든 틀리든 제일 정답에 가까울 테니까요. 본인도 그렇게 선수 생활 해왔고 봐왔고. 이번에야 표현을 클럽의 입장에서, 감독의 입장에서 했지만 반대여도 펩은 똑같이 얘기할 거라고 생각함.




치키도 피구를 말리러 유로 2000 현장에 파견된 바르셀로나의 해결사였지만 거기서 아무것도 못하고 왔는데 그 이유가 피구는 어떻게든 마드리드로 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아서였다고 했음.





팔머는 기회를 찾아 떠났지만 누군가는 다른 이유로 떠날 수 있는 거고. 누군가는 또 다른 이유로 인해 남을 수 있는 거고. 이적에는 그만큼 다양한 이유들이 있는 거죠. 개인적으로 돈에 미친놈들을 안 좋아하긴 하지만 그거 역시 그들 입장에선 매우 타당한 선택이기도 함.





뻘글이니 진지하게 안 받아들이셔도 됩니다. 그냥 주절주절 해본 거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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