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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예전에

by 다스다스 2023. 12. 13.

 
 
 
 
뚜레가 시티로 떠나고 나서 스포르트 기자와 만나서 인터뷰했을 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음.
 
 
 
 
펩이 자신이 뛰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고 대화를 하려고 했다면 떠나게 되더라도 이유를 알고 떠나는 거니 좋았을 건데 펩은 자기가 몇 번이나 대화를 하려고 해도 응하지 않았고 못 뛴다는 사실조차 얘기해주지 않았다고 했죠.




그러고 펩은 자기 선수한테 뛰지 못한다는 사실을 얘기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음. 근데 막상 기자회견장이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뚜레는 왜 조금 뛰었음? 왜 선발이 아님? 등등을 기자들이 물어보면 좋은 얘기들만 해주니 바르셀로나를 떠난다는 것도 아쉬웠지만 이렇게 아무런 얘기도 못하고 이유조차 모르고 떠났다는 게 너무 싫었다고 했죠.
 
 
 
 
그러고 기자가 떠보려고 부스케츠 얘기하자마자 부스케츠 때문에 떠난 게 아니니 그에게 폐가 되는 얘기를 하지 말라고 끊었죠. 뚜레는 분명히 성격 자체가 나쁜 선수거나 스쿼드를 해치는 선수는 아니었음. 그런 선수가 팀 고꾸라질 때 책임지고 등, 허리 부상 달고 그거 참아가면서 뛰진 않음. 07-08 때 다 야유 먹을 때도 메시, 보얀이랑 같이 야유 안 먹은 선수 중 한 명이었고. 나이 먹고 대우받으면서 변한 거뿐이고 펩의 성향과 맞지 않는 선수였을 뿐. 
 
 
 
 
뚜레는 이것을 현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이적했지만 (셀룩이랑 가족들이 자신을 에이스나 그에 근접한 선수로 대우해 주고 뛸 수 있는 곳으로 가라 했던 걸로 기억함) 대부분의 선수들은 즐라탄이나 만주키치처럼 반응하겠죠. 사람을 무시해? 왜 날 안 써? 안 쓸 거면 나한테 안 쓴다고 얘기하면 되지. 이딴 얘기도 못하는 겁쟁이야? 등등...
 
 
 
 
보얀도 이미 한참 전부터 정신적인 문제를 겪던 자신을 케어해주던 펩에게 고마움을 느꼈지만 유일하게 아쉬웠던 게 자신이 챔스 결승에서도 교체 출장도 못할 거라는 걸 말해주지 않았다는 거였음. 1분이라도 뛸 줄 알았는데 그 90분 지나서 교체로 들어간 건 자신이 아닌 아펠라이였죠. 그러고 보얀도 바로 떠남. 펩이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는 게 아쉬웠다는 얘기를 하면서... 알고 보니 아펠라이도 미드필드로 산 게 아니라 보얀 대신 써먹을 포워드 자원이었고.
 
 
 
 
반 할도 이랬음. 히바우두가 자신은 중앙에서 뛰고 싶다고 요구하면 그냥 선발 제외. 이유 설명 X. 반대로 자신이 제외했는데 그것을 설명하려고 선수에게 갔더니 납득을 안 하면 그 선수 기용 X. 또 자신이 뛰라고 한 위치에서 제대로 안 뛰면 감독의 명령을 거부한다 생각하고 선발 제외. 루쵸, 스토이치코프가 이걸 당했었고. 말 안 듣고 돌발 행동하거나 자신의 원칙을 벗어나면 이유 불문 스쿼드 명단 제외.




루쵸는 나중에 자신이 이런 얘기들을 회상하면서 자기가 잘못했다라고 얘기했지만 보통의 선수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겠죠. 히바우두랑 스토이치코프, 디 마리아 등이 반 할 얘기하는 것처럼.
 
 
 
 
팬들이 들고 일어날 것 같으니 살아남으려던 가스파르트가 자신을 다시 데리고 오려할 때 반 할이 내민 조건도 자신에게 자꾸 중앙화, 기용 방식 변화 등의 요구를 하던 히바우두 방출.




바르셀로나가 대표적인 거지. 아약스, 뮌헨, 맨유, 네덜란드 국대 어딜 가서도 이런 사람. 이게 바르셀로나랑 뮌헨에서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고 사이클을 궤도에 올려놨는 데도 이 정도 평가도 감사한 감독이 된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함. 반 할은 분명히 대명장 중 한 명인데.
 
 
 
 
히딩크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지역적 특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함. 보통 우리나라에선 감독에게 대드는 게 지금도 안 먹히고. 그전에는 더더욱 안 먹혔으니. 첼시에서도 기가 막히게 살렸던 건 무링요의 전사들로 포장되던 올드스쿨 마인드의 선수들이 많았을 때였죠. 쿠만도 발렌시아에서 이 짓거리하다 팀 다 말아먹고 그냥 원수가 됐는데 알게 모르게 다 공통점이 있음. 얘도 바르셀로나에 더치맨들 잔뜩 깔아놓고 도망갔으면 아마 세 번째 파벌 논란을 맛보지 않았을까. 데 용은 그런 선수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나머지는 모르는 일.
 
 
 
 
크루이프도 펩이 로마 갔을 때 이탈리아는 어떤가요? 카펠로는 엄하지 않나요? 라는 질문에 크루이프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을 만큼 때론 무지 엄하고 선수들과 거리를 두는 감독이었죠. 사키는 워낙 경력이 미천한 이론가였으니 선수들이 초장부터 대들고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매우 독단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굽힐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고 알려져 있음.
 
 
 
 
반대로 어설프게 대응하던 감독들은 싹 다 망했음. 히바우두 중앙화를 꼭두각시처럼 들어주던 페레르 (이거 때문에 히바우두 너무 고평가 됐다 생각함. 물론 다 죽어가던 바르셀로나를 히바우두가 살려준 건 맞음), 어설픈 이론으로 선수들 가르치려 했던 세티엔처럼. 물론 안티치, 발베르데, 타타처럼 선수단의 분위기를 인정하고 그것을 유지시켜주고 살려주려던 감독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대부분 성과를 반만 얻거나 못 얻었던 거 같음. 반대로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이런 감독들이 올 때마다 성공했던 거 같고.
 
 
 
 
어떤 방식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그것을 이끌어 가냐 역시 매우 중요하다 생각함. 펩이 끊임없이 성공하는 건 이들과 다르게 고이지 않고 조금씩 유연해져서라고 생각함.




아직도 예전처럼 선수들이랑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사생활 터치하고 밤에 자는지 안 자는지 확인 전화하고 (걸리면 벌금 + 선발 제외) 가족들이랑 밥 먹는 것도 통제하고 그랬으면 펩도 전술전략적인 능력을 떠나서 무링요나 콘테처럼 슬금슬금 시대에 뒤처졌을 거라 생각함.




바르셀로나 땐 마드리드 경기도 못 보게 하던 게 펩이었음. 마찬가지로 비엘사도 어딜 가나 선수들도 잘 키워내고 매력 넘치는 감독이지만 빅 클럽에선 때려죽여도 안 먹힐 감독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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