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otball/Writing

빠리빠뤼 3

by 다스다스 2023. 12. 19.







먼저 얘기할 건 여기저기서 루쵸에 대한 비판들이 있는 거 같은데 쉴드 치려는 건 아니고 개인적으로 루쵸란 감독에 대한 제 생각은 늘 똑같음. 날카로운 시선을 갖고 있고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코칭 능력, 스태프들 수준도 다 갖추고 있지만 그걸 반드시 어떤 확고한 철학, 관념으로 이어가는 감독은 아님.




공격적이고 또 공격적인 극단적인 방향성을 가진 감독도 아니고. 세밀함이 뛰어난 감독도 아니고. 근데 웬만한 감독들보다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은 잘 가져간다고 생각함. 인터뷰도 보면 통제, 점유 등을 종종 얘기하지만 뜻을 파헤쳐보면 90분의 일관성을 얘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임.




로마에서도 기존 로마 색깔을 빨리 지워내려고 선수 영입도 많이 지원받고 자기가 잘 아는 선수들도 꽤 데려오고 했는데 라인업 변동을 매우 적극적으로 가져가다가 토티를 빼고 시험한 경기들이 과정, 결과 다 엉망으로 나타나서 현지 팬들의 분노를 산 게 엄청 컸음. 훈련장까지 찾아와 레전드를 건드렸다고 난리 났었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정작 그 토티는 루쵸 나갈 때 선수들이 부족했다고 나서서 쉴드 쳐줬음.




바르셀로나에선 본인이 부임 조건으로 세스크 보내라 하고 수아레즈 + 미드필드 영입을 협상 불가로 내걸었는데 수아레즈의 이탈이 시즌 시작부터 깔려있었으니 오히려 더 이것저것 많이 하면서 대놓고 후반기를 노렸죠. 게다가 선수들이 티토-타타를 거치면서 어느 순간 실력제가 아니라 경쟁이 없어지면서 팀이 죽어간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그 부분을 많이 강조했죠.




선수들의 떨어진 체력, 박살 난 리듬, 수동적이고 정적으로 변해버린 움직임, 마인드 등을 바꾸려고도 초장부터 무리를 많이 한 편이기도 했음. 당연히 반감을 사고 전반기 시즌 첫 무승부임에도 루쵸도 망했다는 비판을 듣곤 했지만 후반기에 모든 면에서 선수들이 되살아나면서 트레블을 이룩했죠.




첼시 루머 때도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공격적인 방향성의 세밀하고 기계적인 축구를 바라면 루쵸는 그런 감독이 아니라 기대치를 못 채워줄 거임. 그런 축구를 하려면 상대가 뭘 하는지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늘 고려 사항이 아니어야 하는데 현재 파리에서 하고자 하는 축구도 그런 축구는 아니죠.




근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리가, 분데스, EPL, 세리에와는 다르게 우승 경쟁이 전반기에 얼마나 자빠지냐가 아무런 타격이 없는 리그라는 점에서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여건은 잘 마련된 리그라는 거고.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후반기와 어린 선수들의 장기적인 향상을 생각하면서 돌리고 있다고 봅니다.




만약에 다른 리그였다면 무승부 한번, 한번이 주는 데미지가 지금보다 훨씬 컸을 겁니다. 4무 1패면 5번을 자빠진 건데 다른 리그였음 1위가 간당간당한데 여긴 아무런 타격이 없죠. 일반적인 변수 계산을 바탕으로 전반기에 자빠지는 걸 계산한 2무 2패-3무 3패의 접근도 여기선 아무런 의미가 없음. 혹여나 어떤 팀이 앞서있었어도 아무런 부담이 안 느껴졌을 거임.




그런 점에서 스쿼드가 많이 변했고 어린 선수들이 제법 있다는 면을 바라보면 후반기 향상을 감독이 절반 이상 확신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면 오히려 지금 이 시기에 더더욱 이래야 한다고 판단했겠죠.




게다가 겨울 이적 시장이 이전하고는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빅 클럽들이나 중상위권 클럽들이 웃돈 준다고 무조건 자기들 주전력의 일부를 바로 팔거나 하지는 않죠. 게다가 겨울 이적 자체가 땡겨쓴다는 의미도 있고 적응 실패하는 순간 바로 시즌 말아먹고 다음 여름 조지는데 일조하는 거라 리스크도 여름 이적보다 몇 배는 큽니다.




이런 면을 봤을 때도 선수들의 향상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이것저것 시켜보는 게 현 시점에서 비판의 이유가 되기엔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편입니다.




이번 시즌이야 이미 저번 시즌에 파리 경기 본 숫자를 진작에 초월했지만 그래도 메시 있던 팀이니 꽤 봤는데 현재 느껴지는 차이점은 선수들이 필드 위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수동적인 모습들이 줄어들면서 능동적인 모습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거겠죠. 파리 보면 엄청 정적이었는데 지금도 그런 모습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변해가고 있음.




오늘 경기도 제가 루쵸라는 가정 하에 어떤 부분들을 확인하고 싶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크게 4가지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첫째는 뎀벨레. 뎀벨레는 퍼스트 터치는 여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보장되어야 하는 선수인데 챠비 부임 이후부턴 동선을 조정해 줘서 긴 거리를 커버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죠. 데샹도 그렇게 썼고. 루쵸 아래에서도 계속 그렇게 뛰었죠.




근데 오늘 경기 같은 경우엔 퍼스트 터치 이후 과정에서도 동료들이 거의 안 붙어주고 오른쪽 공간을 뎀벨레에게 다 줘버렸죠. 이를 통해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을까. 일단 뎀벨레의 메디컬 이슈겠죠.




바르셀로나에선 이렇게 뛰면 바로 경기 후 불편함 기사가 뜨거나 얼마 안 가서 부상을 당하곤 했습니다. 파리에서도 이게 잠재적인 문제가 될지 안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에서 기존보다 더 긴 동선을 뛰고 반복적으로 그것을 했을 때 뎀벨레가 어떨지는 감독으로서 확인해 두는 게 맞을 거라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이렇게 한쪽 공간을 다 주니까 바로 문제점이 나왔죠. 양 발 잡이의 메리트가 아예 안 나온다는 겁니다. 뎀벨레 자체가 방향 전환을 자유자재로 해내는 드리블러도 아니고 양 발로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방향 전환을 패스로 해내는 드리블러도 아닌 지라 이렇게 각이 막히거나 과정에서 동료들이 적극적으로 안 해주면 정발 윙어처럼 뛰죠.




좌우 비대칭스러운 모습이 나온 것도 한쪽이 터치 라인 위주로만 하는데 수비 벽은 깨질 생각도 안 하고 끌려 나오지도 않으니 반대편은 많은 인원이 들어가면서 높은 수비 밀도에 대응한 거라고 봐야겠죠. 게다가 적극성이 떨어지고 수비 스킬이 매우 안 좋은 선수라 에메리가 필요할 때 아니면 대부분 후방 위주로 뛸 수밖에 없었습니다.





둘째로 이강인과 비티냐를 일부러 넓게 움직이게 만들었다 보는데 아무리 봐도 에메리의 짝으로 원하는 미드필드는 본인만의 어떤 장점을 갖고 있으면서 넓게 움직이는 게 자연스러운 선수일 거라고 보는데요.




비티냐는 음바페와 같이 중앙에 들어가 있거나 오른쪽 전개 과정에서 내려와서 뎀벨레의 연결 고리가 되어주거나 했다면 이강인은 중앙에 서서 양쪽을 지원해 주거나 루카의 패싱을 지원해 주면서 루카가 하지 못하는 움직이면서 패싱을 하는 건 좌측면에서 많이 해결해 줬다 생각하구요.




쓰리백을 쓰면서 우가르테-에메리가 앞에 서는 대형을 보여주긴 했지만 중앙을 쓸 생각이 아예 없었다고 보였는데 아무리 봐도 후반기에 이 둘에게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봅니다.


(애초에 상대가 음바페 직선 패스 루트는 막으면서 중앙에서의 협력 수비로 대응하니 열려있는 거 아니면 중앙으로 갈 생각이 없었음. 그래서 루카를 기점으로 나가는 패스가 많았죠. 전형적인 숫자 싸움 하는 척 낚시였음.)




라인업이 고정적이지 않고 선수들 평균적인 위치나 세부적인 역할이 조금씩 변하니 언론들이나 팬들은 결과에 따라 그것을 지적하고 질문하고 비판하지만 정작 필드 위에서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게 그 정도로 과도하게 변하는 건 별로 느껴지지 않음. 만약에 그랬다면 벌써 문제가 됐을 겁니다.




오히려 현재 1위를 유지하면서도 선수들의 가변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건 왜 아무도 언급을 안 하는지 모르겠음. 우가르테도 센터백이 나가는 거 보면서 주변 보는 게 조금씩 느는 것 같고.




이런 것들이 유의미한가를 판단하려면 적어도 토너먼트 단계는 가봐야 알 수 있는 거임. 어차피 그즈음 가면 하지 말라고 해도 라인업은 고정될 거고 기용 방식도 경직될 겁니다. 그 안에 하루빨리 찾을 거 찾고 향상 시킬 거 시키고 해야죠. 비판적인 건 좋지만 포커스가 완전히 엇나갔다 생각함.




연장선으로 현재 왼발 잡이가 가지는 장점으로 인한 전개를 루카와 이강인만이 해결해주고 있는 시점에서 루카는 패스 앤 무브가 안 되는 선수라는 점에서 이강인의 잠재적인 가치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루카한테 공격적인 주문을 자주 안 하는 건 이게 최소 50%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누누가 돌아와도 이강인의 입지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쓰임새가 제한적이란 생각은 들지 않음.




이건 팬분들이 많이 오시니 좋은 소리 할라고 하는 소리가 아님. 오래 보신 분들은 아실 거임. 전 남들 듣기 좋은 소리는 안 하는 사람임. 그래서 테러도 수십 번은 당해온 사람이고. 진심으로 에메리 빼면 누구와도 경쟁할만함.





셋째로는 음바페가 애초부터 중앙에 가있는 건 리그에서도 안 먹힌다는 거임. 이건 바르콜라가 오른발 잡이 좌측면 포워드에서 오는 문제점도 있다고 보는데 좌우에서 수비를 땡겨주면서 음바페가 중앙을 쓰는 게 아니라 음바페도 그 높은 수비 밀도를 못 견뎌서 좌우로 빠지거나 박스 안을 버려두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앙을 쓴다는 점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음.




결국 따지고 보면 그 좁은 공간에서 8명의 협력 수비를 몇 초만에 극복하고 넣으라는 건데 이건 난이도가 너무 높습니다. 음바페한테든 아니면 바르콜라나 뎀벨레든 뭔가 보고 싶어 하는 게 있는 거 같은데 개인적으론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루카 쪽으로 볼이 땅으로 가고 있죠. 좌측면 공간을 칠해놨지만 좌우가 다 비어있죠. 이 공간들을 잘 써야 음바페 중앙이 의미가 있는 겁니다.)


(바로 지체하지 않고 왼발로 깔아주죠. 반대편에 있던 이강인이 상황을 보면서 오고 있죠.)


(루카가 볼을 받는 상대에게 그리고 이강인이 상황을 보면서 가까이 있는 선수에게 붙죠. 나머지는 다 상황 파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끊어냈으면 진짜 좋은 장면이 나왔을텐데 이렇게 위험 지점에 상대가 들어오기 전에 빠르게 전환해내는 게 중요합니다.)


(제대로 끊어내지 못해 볼을 다시 내줬지만 측면으로 몰아서 잘 대응해냈죠.)





음바페 중앙을 뭔가 써먹으려 하긴 했는데 결국 좋은 장면들로 이어진 건 딱히 없었고 경기 초반부터 8명이서 아예 다 버려놓고 박스를 틀어막고 있던데 차라리 더 적극적인 좌우 활용을 고민하는 게 맞다고 보고.




그럼에도 계속 쓸 거라면 누누가 돌아왔을 때나 아니면 겨울에 직선적인 왼발 잡이를 데려오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미 실패로 판명난 뎀벨레 왼쪽을 쓰던가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이건 현 시점에서 후반 교체 전술적 변형의 일부여야 함.




넷째는 선수들이 개개인의 범위가 넓어지면 90분을 관통하는 일관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거임. 경기를 결국 비긴 것도 체력이 빠지면서 선수들은 수비하는데 더 급해져서 뻥 차버리거나 일단 걷어내고 빼내는데 집중하다 보니 상황 판단을 최소한으로 하고 다음을 아예 생각을 안 하는데서 나왔다고 보는데 텐션이 높은 챔스 원정 경기 이후 또 다른 원정 경기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챔스 토너먼트가 끼는 후반기는 그런 거 감안할 시기가 아니니 미리 확인한 건 다행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 선수들 전원의 체력 이슈는 현재보다 후반기엔 좋아지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모로 긍정적으로 볼만한 요소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하나둘씩 눈에 보이고 개선되어 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니 그냥 차분하게 보는 게 맞다고 봅니다.

'Football > Wri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연한 추측  (18) 2023.12.20
wkqeka  (28) 2023.12.19
챠비를 위한 노래로  (24) 2023.12.17
잡담인가. 아닌가.  (31) 2023.12.15
빠리빠뤼 2  (31) 202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