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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오랜만에 맡아보는 공기

by 다스다스 2024. 3. 13.

 



크리스텐센 미끼 전술전략은 이제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고 생각했고 단순히 제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리가, 챔스를 가리지 않고 여러 경기들로 그게 꽤 드러났다고 보는데 챠비가 이 부분이 읽힌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머리를 쓰고 나왔음.




더해서 페르민의 간결함이 빛을 발하려면 얘도 열린 공간을 최대한 쓸 시간을 줘야 하는데 그 부분도 어느 정도 고려했다 생각하구요.




첫 골 나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왼쪽 위주로 가면서 야말은 너무 내려오길래 이상했는데 쿠바르시가 계속 오른쪽 시야를 파악하려는 걸 1순위로 삼는 점에서 챠비의 의도가 명확하게 나왔다고 봅니다.




볼 잡기 전, 볼을 내보낸 이후 등의 상황에서 쿠바르시가 1순위로 체크한 건 주변이 아니라 페르민과 야말이 오른쪽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냐였음.




무엇보다 나폴리는 1차전 도중에 크리스텐센을 아예 막을 필요가 없다는 걸 읽고 그걸로 발판을 마련했었고 또 쓰니까 이번 경기는 아예 대놓고 경기 시작부터 크리스텐센은 견제를 하지도 않고 의식도 하지 않았죠.




크리스텐센이 어느 위치에서 볼을 받든 대응이 쉽고 순간적으로 거리를 빨리 좁힐 수만 있다면 얘는 백패스, 횡패스 머신이니까요. 농구에서 예전에 자주 나오던 신명호는 놔두라고랑 똑같은 거임.




결국 왼쪽 위주로 가는 척하면서 쿠바르시나 귄도간이 가능하면 야말 쪽으로 빨리 넘기고 좌우를 쓰는 계획이었는데 이게 잘 먹혔음. 첫 골도 이걸 잘 이용해서 나온 골이라고 보구요.

 
 
 

(스로인 던지기 전부터 오른쪽에 페르민과 야말 상황이 어떤지부터 보고 있었음)

 
 

(상황 파악을 했으니 빨리 달라고 함. 귄도간도 빨리 줘버리라고 손짓 중)

 
 

(이미 상황 파악은 다 했으니 뛰어들어 가는 게 보이니 타이밍 맞춰서 넘겨버림)

 
 

(쿠바르시한테 볼이 가니까 야말이 슬금슬금 터치 라인 쪽으로 빠짐. 후이가 야말이 빠지는 걸 봄)

 
 

(같이 빠지는 걸 봤으니 쿠바르시는 여기서 굳이 넘기지 않음. 패스 루트를 잘 보는 것도 잘 보는 거지만 무리한 선택지는 빠르게 걸러버림. 이게 더 강조해야 할 장점)

 
 

(크리스텐센은 볼을 받았을 때 한 번만 견제하면 되니 크리스텐센은 과감하게 버리고 귄도간을 집중적으로 잡으면서 측면 싸움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려는 게 나폴리의 의도였음. 근데 이것에 집중한 나머지 하피냐를 놓치면서 실점.)

 
 

(여기서도 쿠바르시는 귄도간한테 내주고 오른쪽 상황을 읽고 있음)

 
 

(받자마자 바로 넘겨버림. 경기 초반부터 왼쪽으로 가려는 의도를 대놓고 보여주고 숫자를 더 넣으니 나폴리 선수들 대형이 한쪽으로 쏠려있음)

 
 

(좌 - 쿠바르시 전반전 패스맵, 우 - 귄도간 전반전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골적으로 보인 다이렉트 패스의 의도를 나폴리 선수들이 초반에 읽지 못한 게 첫 번째 패착. 바르셀로나의 궁극적인 의도는 결국 야말한테 볼이 어떻게든 가게 한다와 그가 어떤 상황에서 볼을 받냐임. 나머진 곁다리일 뿐.)

 
 

(좌 - 쿠바르시 후반전 패스맵, 우 - 귄도간 후반전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의도를 읽히기 시작하면서 롱패스 빈도 수는 줄이고 또 흐름은 내주니 세르지와 로메우를 넣고 귄도간의 위치를 조정하고 숏 패스 비중을 늘리면서 전반전보다 소유를 강조함. 나폴리의 템포가 느렸기에 대응이 좀 늦었어도 먹혔음)

 



데 용도 없고 페드리도 없으니 귄도간이 횡으로 길게 움직이면서 좌우에서 한쪽으로 쏠려서 패스가 나가는 걸 방지해 주고 페르민은 야말과 후방 라인 또는 쿤데와의 연결 고리로서 움직이는 걸 기본으로 삼되 필요하면 왼쪽까지 가주는 식으로 동선을 짠 것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하피냐도 개인적으로 한쪽 라인을 혼자서 맡는 건 얘가 가진 능력 이상의 영역이라고 봐서 그건 안 시키는 게 맞다고 보는데 이 부분도 칸셀로와 레반도프스키 사이에 위치시켜 불필요하게 터치나 동작을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것도 방지했죠. 오히려 칸셀로가 가지는 약점들을 가리는 용도에 가깝지 않았나 싶음.




못 넣긴 했고 주저앉는 게 꼴보기 싫긴 했는데 오른발 슈팅 하는 거 보면 오른발 연습 하는 거 같음. 이전보다 머뭇거림이나 발 나가는 게 버퍼링이 덜한 느낌.




8강 진출했고 제목처럼 오랜만에 맡아보는 공기라서 초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그렇다고 막 만족스러운 경기는 아니었음.




상황이 여의치 않았고 이 선수단으로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보였고 그게 유의미하게 먹혔다는 점에서 비판을 할만한 경기는 아니었다고 보는 거뿐. 완전히 읽혀서 1월부터 계속 얻어맞으니 선수단 장단을 파악하는 거나 쓰는 거나 이런 것들은 확실히 그전에 비하면 좀 현실적인 쪽에 가까워졌구나 싶네요.




그럼에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불치병의 일부가 되고 있는 맥 짚기. 흐름 파악.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45분 정도 쓸 전술전략은 그래도 늘 어느 정도 준비를 해오는 편이었는데 이걸 어느 시점에 끊어야 하는지. 하프 타임에 바로 변화를 줘야 하는지를 판단을 아예 못해서 늘 괜찮은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흐름을 내주고 재수 없으면 말아먹는 경기들이 나온 경우의 수가 결코 적지 않았다는 건데 오늘도 이 부분은 아쉬웠음.




점유율 자체는 별 차이 안 났지만 후반 시작하고 세르지랑 로메우 들어가기 전까지 거의 하프 라인 전후 지점과 바르셀로나 진영에서만 볼이 돌아갔는데 이때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게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챠비의 실책. 만약에 떨어졌다면 챠비에게 갈 1순위 비판은 왜 후반전 시작하고 넋 놓고 있었냐가 됐겠죠.


 

(나폴리 선수들은 1차전 중반 이후부터 크리스텐센은 볼을 받거나 볼을 잡았을 때가 아니면 노골적으로 버렸음. 견제할 가치가 없는 선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

 
 

(이렇게 크리스텐센이 받아주는 것처럼 온갖 제스쳐를 다 하면서 주변 동료들이 진짜 줄 것처럼 해야 그때서야 견제를 들어가는데 귄도간은 이걸 역으로 이용해서 페르민에게 열린 공간을 만들어 줌)

 
 

(아예 크리스텐센한테 주라는 식으로 대응을 하기도 했음. 주는 순간 바로 덮쳐서 뺏을 생각이었겠죠.)

 
 

(결국 쿠바르시한테 내주고 쿠바르시도 크리스텐센이 나폴리 선수들과의 거리가 가까우면 아예 주려고도 하지 않았음. 여기서도 크리스텐센은 거르고 그냥 뒤로 돌려버림)

 
 

(1차전에서 일시적으로 먹혔던 크리스텐센한테 주는 척 하면서 더 깊게 찔러넣기도 안 먹혔음. 이제 안 줄 거라는 걸 나폴리 선수들이 다 알고 있었죠.)

 
 

(실점 상황에서도 상황을 읽으면서 자리를 빨리빨리 잡는 게 아니라 미리 자리를 잡아서 대응하는 선수다 보니 센터백의 역할이 아닌 미드필드로서는 사실 빵점에 가까운 포지셔닝을 보여줌. 패스를 제외한 모든 영역에서 로메우보다 나을 뿐. 크리스텐센은 잘하지 않음)

 
 

(한 명이 이렇게 받으러 갈 때 잘 붙기만 해도 크리스텐센은 백패스, 횡패스만 함. 원 터치 플레이도 웬만해선 안 되니 굳이 얘 잡으려고 낭비할 필요가 없음)

 
 

(억까가 아니라 이게 현실. 전반전부터 보였는데 또 대응이 늦었음. 만약에 이때 내준 흐름에서 실점까지 했으면 경기는 어떻게 됐을 지 모르는 거임)

 
 

(결국 세르지와 로메우를 동시에 넣고 귄도간을 아예 전방으로 빼버리는 변화를 가져감.)

 
 

(로메우가 이 원 터치나 오른쪽 패스 길 보는 건 크리스텐센보다 몇 배는 나음. 나머지가 다 쓰레기라 크리스텐센이 우선 순위인 거뿐)

 



치고박는 혼전 양상인데도 불구하고 템포가 그렇게 빠르지 않으니 세르지가 못 따라가는 흐름은 아니었던 터라 하프 타임에 교체해서 넣었어도 45분 정도는 충분히 밥값 했을 건데 이런 부분들이 안일한 건 고쳐지지가 않는 듯함.

 

(나폴리가 1,2차전 공통적으로 보이는 게 꼭 당해봐야 암. 몸으로 겪어봐야 아는 팀인 듯함. 여기서도 귄도간에 시선이 다 쏠려서 세르지가 패스 앤 무브를 시도하는 걸 다 놓쳐버림)

 
 

(세르지가 들어가려는데 아무도 세르지를 안 보고 있었음)

 



쿠바르시는 뭐 퍼스트 팀 첫 경기 보자마자 저런 부분들이 바로 눈에 들어와서 그 경기 후기에서도 다뤘었는데 반대편 각을 우선적으로 보는 게 그때도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얘기했었는데 챠비 눈에도 경기 뛰면서 계속 그 부분이 꽤 인상적으로 들어온 게 아닌가 싶음.




의도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였는데 왼쪽이 너무 약해서 기계적인 면모가 잘 갖춰진 팀들 상대로는 안 먹힐 확률이 높다고 봅니다. 나폴리가 여러 차례 당해봐야 눈치 까고 대응하는 팀이란 게 바르셀로나 입장에선 꽤 유리하게 작용했음.




야말은 교체로 나와 어려운 경기를 억지로 뒤집어라란 어려운 미션에서 벗어나 선발로 뛰기 시작하면서부터 전체적으로 향상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침착하게 상대 선수들을 떼어놓으면서 좋은 자리를 잡으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빈도 수를 늘려가고 있다는 거.




뭐 적극적이고 루즈볼 싸움도 때론 잘 먹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본인 위주로 돌아가고 팀의 궁극적인 의도가 본인에게 어떻게든 볼을 보내기 위함인데도 팀의 흐름을 억지로 자신에게 맞추기보단 챠비의 지시 아래에서 잘 맞춰가고 있단 느낌.




여기서 더 지멋대로 하고 액션이 더 풍부해지거나 눈에 띄어도 괜찮게 하겠지만 지금처럼 크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보네요. 다른 선수들은 몰라도 야말은 챠비가 잘 이끌고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전성기 근처나 완성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은 선수라 성장의 가속화를 더 이끌어 내려고 무리하게 기용하지만 않았으면 함.

 

(야말은 경기를 뛰면 뛸수록 영리해지고 있음. 슈테겐을 보면서 자신이 프리맨 상태로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걸 보기를 기다리고 있음)

 
 

(슈테겐이 놓치지 않고 봤음. 아직도 야말은 프리맨)

 
 

(야말도 던지려는 걸 확인. 이 짧은 순간에 나폴리 선수들이 본인에게 안 따라붙게끔 과한 리액션은 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이끌어 냄. 웬만한 선수들은 빨리 달라고 액션을 과하게 했을 거임)

 

오랜만에 8강 가니까 경기력이나 과정을 떠나 기분이 좋긴 한데 이미 바르셀로나의 한계는 1-2월에 다 봤고 데 용, 페드리 다 와도 별 차이가 없을 거기 때문에 시티나 파리와 다르게 여기는 도르트문트 v PSV 승자를 만나고 싶음. 이 두 팀 중 한 팀 아니면 현재 챠비가 갖고 있는 45분 유통기한은 꽤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거라고 봅니다.




이번 시즌은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꿀조, 서로 만만하게 보는 팀 만나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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