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검색에 안 걸리려고 하는 거지. 다른 의도는 없으니 오해 금지. 매 리뷰, 매 글마다 창의적인 제목을 짓기엔 역부족이어서 그런 거뿐입니다. 제가 재밌는 사람은 아니라서요.
원래 처음 계획은 리버풀이긴 했는데 찍먹 컨텐츠나 댓글들에서도 레버쿠젠 얘기가 꽤 나와서 볼까 고민하다가 선발 라인업이 어느 정도 힘을 빼고 나온다는 얘기를 들어서 리버풀로 돌아왔음.
시티랑 하는 것도 자연스레 보게 될 테니 뭐 유로파는 리버풀이 떨어지는 게 아닌 이상 계속 리버풀로 갈 듯함. 반응이 별로면 당연히 바뀔 수 있습니다.
리버풀은 올 시즌 처음. 시티랑 했던 전반기도 다시 보기 하던 과정에서 영상을 못 구해서 이미지를 못 따니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걸렀던 편이라 못 봤음.
그럼에도 클롭이 늘 추구하던 색깔은 언제나 비슷하다고 보는데 볼이라는 게 아무리 소유를 하고 반대로 아무리 내줘도 결국 계속 굴러다니고 날라오는 건 맞으니 클롭이 중점적으로 보는 건 넓은 범위를 움직이면서 얼마나 자신 있게 경합을 하고 그것을 90분 동안 유지할 수 있냐죠. 이건 지금도 크게 바뀐 철학은 아니라고 생각함.
여기에 다른 것들이 더해지면 그게 그 선수의 스타일이 되는 거고 클롭은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트렌드에 맞게, 구성에 맞게 퍼즐을 맞춰주는 거구요.
영리하게 흐름을 잘 읽고 다른 선수들의 순간적인 미스를 빨리 파악하면 수비의 중심 중 한 명이 되고 신체 사이즈가 좋거나 엄청 넓게 돌아다니거나 기술이 좋으면 보조자 중에서도 비중이 높아지고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 다른 플레이를 가져가거나 특출나게 뛰어나면 전술적 중심이 되거나 그에 가까워지고 그런 식이죠.
지금 선수들도 한 경기만 봐도 알 수 있는 게 위치 변화가 일어나도 경합은 자신 있게 들어가죠. 자리를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거기서 경합을 시도해야 하냐 안 해야 하냐 이걸 보는 거임. 그래서 실책성 플레이가 나오면 다른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메워줄 거란 걸 믿고 과감하게 바로 만회하러 가기도 하구요.
물론 경합은 이기는 게 중요한데 그거 이전에 어느 지역에서든 볼을 탈환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같다는 뜻임. 그리고 보통 통계에서 경합은 볼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경합만 체크하지만 볼이 없는 곳들에서 최대한 경합이나 오프 더 볼을 적극적이고 많이 시도해 그것들을 유의미하게 만들어 우위를 점하는 게 클롭의 축구 중 일부라는 거죠.
그럼 이렇게 모두에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수비를 가르쳐 놓으면 공수를 다 해낼 수 있다는 기본 바탕이 깔리는 건데 이제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이런 완전한 보조자의 개념에 가까운 선수들과 다른 특이한 것들을 가지거나 기술적으로 좋은 선수들이 밑에서부터 도와주면서 포워드들이 틀을 만들어주는 거임.
측면에서 직선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들을 제외하고 중앙에 위치하는 선수들의 핵심 사항은 이 경기로만 봤을 땐 상대 선수들 사이 공간으로 들어가되 열린 공간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라에 가깝다고 봅니다.
맥 알리스터나 엘리엇, 엔도, 소보슬라이 등을 잘 보면 본인이 움직여야 할 때, 포지셔닝을 잡아야 할 때 찾는 공간은 자신이 온전히 프리맨이 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주변 동료들의 공간을 열어줄 수 있는 상대 선수들 사이 공간을 찾는 게 더 많음.
자신이 견제를 피하는 게 아니라 순간적으로 받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공간은 열린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거죠.
펩을 비롯한 몇몇 감독들이 기술적으로 뛰어나 실책이 거의 없고 담력이 강해 위험한 플레이를 과감하게 할 수 있는 선수들로 유도를 시도하는 것과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뛸 순 없으니 클롭은 선수들에게 체력과 움직임을 바탕으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걸 지시하는 거죠.
보면서 전체적으로 느꼈던 건 반 다이크가 들어가기 전까지 다른 선수들의 미스를 위험 지점으로 들어오기 전에 막아주면서 전개의 이점을 살려주는 선수가 너무 부족하단 느낌이 들었음.
이건 그만큼 경합에서 밀리고 중앙의 선수들이 풀어나가는 게 아니라 잡아먹혔을 땐 경기를 매우 쉽게 내줄 수도 있다는 예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구요. 그런 경기가 이전에 있었나 모르겠지만 뭐 후반기는 분석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대응책이 나오는 시기라는 점에서 잠재적 위험 요소라는 건 이 한 경기로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지 않나 싶음.
그리고 프라하 상대로도 맥 알리스터 빠지자마자 바로 이런 전개의 속도와 방식이 꽤 크게 뒤틀리던데 소보슬라이나 엘리엇이 더 성장하면 좋을 듯함.
엘리엇은 저번 시즌엔 왜 쓰냐는 질문 받았을 때 뭔가 보이니 쓰지 않을까라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좋아진 거보면 뭔가 보이긴 했던 것 같음. 조 고메즈도 숨이 턱 막히는 애였는데 오늘 경긴 오히려 상대적으로 영리해보였구요.
마지막으로 이전엔 미드필드들이 철저한 보조자가 되어 최대한 넓게 움직이면서 좌우 측면을 지원해 주는 팀이었다면 지금은 이들이 전개 과정에 많이 끼고 플레이 메이킹도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팀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네요. 뭐 살라가 선발로 나오는 경기를 더 봐야겠지만요. 그냥 이 경기로 느낀 점이지. 그렇다는 게 아니니 오해는 안 하셨으면 함.
아쉬웠던 건 각포는 진짜 너무 못했고 (얘가 제일 못한 듯) 후방에서 보조하고 기여하는 선수들이 넓은 범위를 제대로, 잘 커버한다는 맥 알리스터 빼면 다 애매한 것 같음. 얘야 뭐 검증됐으니... 저한테는 이번 경기보단 시티 전이 뭔가를 파악하기엔 더 괜찮은 경기일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