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뭔가 짚을만한 포인트가 있던 경기는 아니긴 했음. 너무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지고 연달아 터져 버리니 사실 집중도 잘 안 됐던 편이고.
그래서 평소 방문자 분들이 궁금해하시던 선수들이나 얘기를 별로 안 한 선수들을 중점적으로 봤는데 그럼에도 뭔가 느낌이 팍 온 건 없었음.
오늘은 라인업만 봐도 알바레즈가 적극성을 갖고 해줘야 하는 경기기도 했고 오른쪽은 여차하면 로드리가 풀어줄 수 있지만 왼쪽은 아무도 없으니 그 부분을 알바레즈에게 맡겼다고 생각하고.
단순히 오늘 경기뿐만 아니라 차후에도 알바레즈 왼쪽을 기회가 된다면 시험해 볼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잘 보여줬다고 봅니다. 전반전은 왼쪽에서 로드리 의존도를 줄이고 공격의 시발점이 되어줬다면 후반전은 본인이 좌우에 다 관여하는 중심 중 한 명이 되어줬고 잘했음.
물론 코펜하겐이 너무 일찍 무너지고 공간이 상대적으로 더 열리는 양상으로 가면서 돋보인 부분도 있긴 하겠죠. 사실 알바레즈가 잘해 보인 것도 그런 양상에서 더 잘하는 선수인 것도 있구요. 이건 감안하고 보긴 해야 함. 좀 팽팽한 흐름으로 갔으면 펩도 얻어갈 게 더 있지 않았을까 싶네요.

오늘 제목처럼 리코 루이스랑 누네스가 섰던 오른쪽이 좀 재앙이었는데 얘네 둘 다 다른 이유들로 열린 공간을 꽤 많이 필요로 한다는 게 재밌으면서도 아쉬운 부분임.
누네스는 스피드도 제법 있고 사이즈는 물론. 신체 능력이 좋은 편인데 터치는 또 기복이 심함.
게다가 플레이는 연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때 파괴력이 나오다 보니 최대한 공간이 열려있는 상태에서 볼을 받아야 가치가 나오는 쪽에 가까움. 펩이 점점 측면으로 빼내는 것도 장점들이 그럴 때 더 잘 나오니 그런 게 제일 크겠죠.





리코 루이스는 반대로 신체 능력이 너무 후진데 그중에 반응력이 너무 느리고 쎄게 친 것도 아니고 툭 치면 밸런스가 무너져서 상대한테 당해버리니 상대가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들어오면 대부분의 경우 볼을 잃거나 실책성 플레이를 해버림.
특히 이번 시즌 전반기에 유도도 해보고 상대랑 원온원도 과감하게 가져가보다 계속 발리니까 변한 게 있는데 그 실속 없는 두리번거림이 이제 본인 위치를 잡으려고 동료들의 위치를 보는 게 아니라 상대 선수들을 의식하는 게 더 느껴질 정도로 상대 선수들만 쳐다봄.
이번 시즌 잘 안 쓰는 이유는 이 포지셔닝이 엉망이 된 게 결코 적지 않은 이유라고 봅니다. 자꾸 상대 선수들과의 거리를 의식해 볼을 주고 뛰어들어갈 땐 앞서나가려고 너무 앞으로 가고. 상대 선수들 사이 공간은 아예 들어가질 않고 들어가더라도 바로 뻥 차버리거나 돌려주니까 의미가 없음.
이러니 패스 성공률은 매번 8-90% 이상이 찍히는데 막상 보면 죄다 백패스, 횡패스, 무책임한 떠넘기기 패스들밖에 없음. 저번에 에릭 가르시아 미드필드 버전이라고 얘기했었는데요.
더 쉽게 설명하면 싱크 안 맞는 동영상 보는 기분임. 머리는 뭘 해야 할지 아는데 자기가 안 되는 걸 아니 몸은 다르게 행동하니 안 맞음.

밥은 셋 중 제일 괜찮고 제목에도 포함된 선수는 아님.
오늘은 평상시 뛸 때와 비교하면 터치가 적은 편도 아니었고 안과 밖을 다 오고 가니 눈에 띄게 들어온 부분이 있었는데 양 발을 다 쓰는 거 같아도 동작이 연속적이거나 볼을 잡은 상태로 플레이를 길게 가져갈 때 왼발만 씀.
드리블도 보면 오른발을 섞지를 않고 웬만하면 왼발로만 하려고 하는데 또 신기하게 순간적으로는 양 발을 잘 쓰고 오른쪽에선 오른발로 크로스도 올리고 될 거는 어느 정도 되는 편. 결국 주발 의존도가 본인 비중이 올라갈 때 보이는 게 단점인 듯.
혼전 양상이나 골이 필요할 때는 펩이 과감하게 쓰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도 이러한 맥락이 크지 않았나 싶음. 상대 수비수들 사이 공간에 들어가는 걸 주저하지 않고 침착해서 순간적으로 양 발 사용이 필요할 때는 괜찮게 하니까.
포든이 있다 보니 현재 제일 필요로 하는 유형의 선수는 아닌 것 같아서 기용 빈도 수가 팬들이 원하는 만큼 안 나오는 것도 타당하다 생각하고. 뭐 한편으론 아쉬워할 수도 있다 생각함. 어쨌든 리코 루이스 쓸 바엔 얘 쓴다는 건 펩이 이미 충분히 보여주고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서열은 알 수 있지 않나 싶네요.
그리고 이번 시즌은 이용하는 보조자 성격의 선수가 아니라 판을 깔아줄 그 이상의 선수가 필요하기에 펩의 선택이 그렇게 크게 엇나간다고 보지도 않구요.
쉬어가는 경기의 느낌이었는데 겨울 휴식기로 감각이 떨어진 팀을 16강에서 만난 건 행운이라 생각함. 아직까지 감이 안 와서 8강까진 좀 수월한 상대를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보긴 하네요. 요번 시즌은 저번 시즌만큼 자신 있게 보고 있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