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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ball/Writing

빠리

by 다스다스 2024. 3. 6.

 



리그앙은 현재 파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리그라고 여러 차례 얘기해 왔고. 이건 관점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팩트임. 사실 그래서 결과에 일희일비 할 필요도 없다 생각합니다. 계속 말씀드려 왔던 부분.




팀이 무언가를 갖춰나가고 있다면 그게 중요한 거고 의미가 있는 거고 솔직히 이건 전반기부터 과연 이게 후반기를 관통할 수 있는가? 와 챔스에서 만날 빅 클럽들한테 먹힐 가능성이 보이냐? 가 의문이었던 거지. 선수들은 꾸준히 성장하고 나아지고 있음. 루쵸도 아니까 더 적극적으로 이런 성장을 이끌어 내려는 방식들을 가져갔다 생각하구요.




물론 아직도 이 부분들이 해소가 되지 않은 건 맞지만 리그는 우승권이 보장되는 선에선 현재 루쵸의 선택들이 그렇게 비판 받을 요소가 된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거임.




오히려 리그가 조기에 끝날 가능성이 보여 선수들이 제일 중요한 시기에 가까워질 때 동기 부여가 소폭 떨어져 대충 하는 느낌이 들 가능성도 음바페로 인해 생긴 잡음들을 잘 대처하면서 사전에 잘 차단하고 있다고 보기도 하구요.




리그가 2월에 끝나는 건 사실 좋은 게 아님. 다른 리그였음 루쵸가 이렇게 운영 안 했을 거라고 봅니다. 이건 리그앙이니까 이렇게 하는 거.




이제 경기 얘기로 들어가면...




1차전에 돈나룸마부터 잡지 않았음에도 압박에 고전했는데 더 공격적으로 나올 게 뻔한 2차전 양상을 고려해 평소보다 더더욱 좌우 공략에 힘쓴 느낌. 매우 극단적인 좌우 배치였음.




파비안 루이즈는 수 차례 얘기해 왔지만 챔스 8강 정도는 깔고 가야 하는 기대치가 자리 잡은 팀에 주전급 선수로선 너무 부족한 선수임.




좌우로 패스를 내보낼 수도 있고 시야가 어느 정도 돼서 왼발 잡이치고 오른쪽에서도 준수하지만 문제는 간격을 재빠르게 좁히는 것도 안 되고 움직이면서 패스도 안 되니 사실 이도저도 아닌 밋밋한 선수.



(파비안 루이즈 패스맵 (좌 - 전반, 우 - 후반).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좌측면이나 앞에다 유의미하게 준 패스 제 기억에 다섯 번도 안 된다 느꼈는데 패스맵에도 찍힌 게 별로 없음. 우가르테보단 잘하니까. 그냥 있으니까 쓰는 거임)





그래서 뎀벨레와 에메리를 양쪽에 배치해 이 둘이 어떤 식으로든 간격을 메우면서 누누와 하키미의 직선적인 파괴력도 살리면서 음바페, 바르콜라의 효율성을 조금 더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소시에다드의 노골적인 대응 방식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고자 했다고 봅니다.




경기 템포가 빨라지고 양상이 진흙탕일수록 선수들의 시야 문제가 더 눈에 들어올 게 뻔하니 애초에 배치부터 그 부분이 덜 드러나게 하려고 했다고 봐야겠죠.
 
 


(좌측에는 파비안 루이즈, 뎀벨레. 우측에는 비티냐, 에메리)

 
 

(1차전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양 측면 공간에서 승부를 보려한 소시에다드. 루쵸의 뎀벨레 기용은 여기서도 빛을 발함. 한 명을 늘려버리니 소시에다드가 수적 우위를 점하려면 그만큼 선수를 더 써야한다는 뜻. 쿠보는 여기서 베랄두와 파비안 루이즈 중 누구를 잡으러 가야할까.)

 
 

(1차전은 소시에다드가 어느 정도 타협을 하고 나왔다면 2차전은 따라 잡으려면 공격 말곤 답이 없는데 숫자도 더 넣었으니 열린 공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음. 루쵸는 여기서 1차전과 다르게 더 극단적인 좌우 공략을 하면서 음바페를 비롯한 선수들의 스피드와 기술을 더 살리는 선택을 가져감)

 
 

(중앙을 비워두고 좌우에 서는 음바페와 바르콜라가 최대한 최후방 라인과 가까이 붙어서 움직이고 이만큼 벌어진 간격은 어떤 식으로든 에메리, 뎀벨레, 하키미, 누노 멘데스가 메워주는 거임)

 
 

(뎀벨레는 도르트문트 시절에 이런 중앙 미드필드에 가까운 식으로 뛴 적이 있으나 그때처럼 뎀벨레의 재능을 공격적으로 살리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라기보단 오늘은 파리의 단점들을 가리기 위한 선택이 더 컸다고 보임. 실제로 양 방향 패싱을 뎀벨레가 제일 적극적으로 가져갔음.)

 
 

(뎀벨레 패스맵. 초록색 - 패스 성공, 빨간색 - 패스 미스, 노란색 - 어시스트 및 키패스.)

 
 

(볼을 얻어냈는데 에메리가 볼을 잡으면서 오른쪽을 보니깐 하키미가 지체하지 않고 달림)

 
 

(아까와 마찬가지로 좌우에선 최대한 최후방이 자신들을 의식하게 해야하는데 음바페가 너무 내려와있던 바람에 소시에다드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대응하는데 어렵지가 않았음.)

 
 

(음바페가 달라고 손짓을 해봤지만 이미 늦었고 볼이 뒤로 돌아버림)

 
 

(파비안 루이즈가 비티냐보다 좌우를 빨리 파악하니 파비안 루이즈는 필요할 땐 중앙이나 좌우 어디로든 빠지고 비티냐는 우측면 위주로 나머지를 보조하고 에메리는 우, 뎀벨레 좌)

 
 

(결국 소시에다드가 승부를 보려는 지점, 순간은 대부분 이때임. 측면 공간으로 빠졌을 때, 몰렸을 때. 근데 한 번 당한 것도 당한 거고 리드까지 점하고 있으니 루쵸가 현명한 대응책을 잘 들고 왔음)

 
 

(1차전과 다르게 톱을 아예 없애버리고 미드필드를 하나 늘린 선택의 이점은 공수에서 다 나타났는데 소시에다드가 맨투맨으로 대응을 하면 한 명이 더 많으니 빠져나오면 뒷공간 공략이 유리해지고 지역 방어로 협력 수비를 행하면 선수 하나가 측면 공간에 더 들어가 4대3 구도를 만들면서 마찬가지로 빠져나왔을 때 공격이 수월할 수밖에 없었음)

 
 

(뎀벨레는 반대편의 에메리처럼 뛰면 100% 허벅지가 터져나갈 게 분명하기 때문에 최대한 패스 중심으로 음바페를 보조.)

 
 

(톱을 치워버렸으니 음바페와 바르콜라의 움직임에 맞춰서 좌우 풀백들과 에메리, 비티냐가 넓은 범위를 커버하면서 사방에 관여하는 것 역시 중요했음. 이게 루쵸의 압박 방식의 기초 중 하나임. 선수 개인이 얼마나 넓은 범위를 커버할 수 있냐. 그래서 이들의 성장이 중요하다 했고 만족스러운 수준까진 아니지만 나아지고 있다는 건 볼 수 있었음.)

 



여기서 뎀벨레는 패스 선택지와 정확도가 좋은 편이 아니고 긴 거리를 빠르게 달리면서 뛰면 100% 터지기 때문에 (그림 설명에서도 덧붙인 것처럼 에메리처럼 뛰면 100% 경기 후 부상 소식 뜸) 가능하면 왼쪽에서 음바페한테 빨리 내주거나 다른 선수들이 달릴 때까지 최대한 볼을 잡아두는 쪽으로 플레이를 가져갔죠.




바르콜라가 평상시랑 다르게 오른쪽에서 움직이는 와중에 에메리, 하키미와 상호 작용이 좋지 못해 전반전은 철저하게 오른쪽 위주로 돌아갔음에도 소득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음.




음바페한테 갈 때마다 유의미한 장면이 대부분 나와서 그렇지. 사실 핵심은 쿠보-오야르사발에서 볼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공략하는 거였다고 보는데 이런 부분에선 아쉬웠다고 보고. 그래서 그냥 바로 빼버렸겠죠.




에메리가 태클로 끊어낸 루즈볼을 주워 먹어서 크로스한 거 하나 빼면 있으나 마나한 존재였음. 전반전 중간에 쿠보가 답답한지 오른쪽에만 있다가 중앙까지 들어오고 왼쪽까지 넘어오던 것만 봐도 바르콜라가 쏠쏠한 활약을 해줬다면 경기는 진작에 끝났을 거임.

 

(이강인과 에메리가 소시에다드 선수들에게 갇혀있고 하키미가 돌아나오고 있음. 비티냐가 줄 수 있는 곳은 터치 라인으로 빠져있는 이강인밖에 없죠.)

 
 

(이강인이 여기서 받고 뒤로 역주행을 하는데 당연한 선택이지만 볼을 뒤로 돌리면서 가져간 움직임이 매우 영리했음)

 
 

(에메리는 자기랑 동일 선상에 있었고 하키미가 돌아나오면서 위로 올라가려는 움직임을 가져갔으니 이강인은 자기가 아래로 빠져주면서 포지셔닝과 대형을 깨지 않은 거임. 물론 바르콜라는 더 공격적인 임무를 부여 받았겠으나 필요한 순간에 상호 작용이 매우 떨어져 전반전 오른쪽 위주로 돌아간 파리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했음)

 
 

(우측면에 하키미와 에메리가 저렇게 서있으니 비티냐가 빠져주면서 이강인이 파비안 루이즈와 일시적으로 짝을 이루는 거임.)

 
 

(바로 뛰어갈 거 아니까 가슴으로 받고 왼발 원 터치로 넘겨버리죠. 바르콜라였음 이 장면 때려죽여도 안 나왔음. 이강인이어서 나온 골이라고 생각함.)

 
 
여기저기서 뛰는 게 선수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게 플레이로도 드러났음. 포리바렌테 또는 멀티 플레이어라고 표현하는 건 자신의 위치에서 동료들을 보고 상황을 이해하고 그때그때 맞게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주는 걸 보고 따져서 얘기하는 거지. 단순히 풀백 뛰고 미드필드 뛰고 윙어 뛰는 그런 걸 따지는 게 아님.




선수 개인이 가지는 가변성은 가면 갈수록 중요한 가치가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챔스 토너먼트 첫 공격 포인트 기록보단 플레이가 좋아졌다는데 초점을 맞추는 게 좋겠죠. 스탯은 잘하면 따라오는 거임. 10어시를 하든 10골을 넣든 그게 성장과 매치가 안 되면 그건 장기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음.




에메리는 현재 파리의 구성상 그리고 루쵸가 미드필드들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얼마나 갖췄냐를 봤을 때 가장 앞선에 있는 선수라고 보는데 자신감이 붙은 것도 있을 테고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뭔가 좀 욕심이 생긴 듯한 플레이의 빈도 수가 늘어나고 있는 느낌임.




자꾸 다음을 얘기하고 있는 루쵸의 의도가 선수들에게도 들어갔다면 이번 시즌뿐만 아니라 음바페가 없는 다음 시즌 이후도 선수들에게 철저하게 준비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긴 하지만 다음 라운드부턴 조금 더 효율적이고 빠른 판단이 필요할 듯함.




비티냐도 전체적으로 좋아졌다고 보는데 쓸데없는 잔발 치면서 패스 타이밍 못 잡는 건 좀처럼 개선이 안 되는 듯.





레알 소시에다드는 조별 예선에서 만났으면 파리한테는 매우 위험한 상대였을 거라고 보는데 1차전도 그렇고 오늘 경기인 2차전도 5~60분쯤 되니까 선수들이 거북이가 되는 거 보면 후반기부터 체력 리듬이 좋지는 않았던 것 같음.




사실 전반기에 챔스가 군데군데 끼면서 뛰어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도 아니고. 알과실도 그런 경험이 많은 감독도 아니고.




무엇보다 원래 많이 뛰기도 하구요. 파리랑 그냥 단순하고 단편적으로 보는 뛴 거리로도 압도도 못하는데 동시에 90분 일관성도 떨어지니 이기는 건 무리가 있었다 생각함.




게다가 선수 구성상 롱볼이 효율적이지 못하니 좌우나 반대편으로 넘길 때 그리고 박스 안으로 들어가면서 크로스를 하는 게 아니면 죄다 땅으로 가니 너무 뻔해서 베랄두를 비롯해서 얼탈만한 선수들도 오히려 잘해버림. 무키엘레나 돈나룸마 패스하는 꼬라지보고 쓰러질 뻔함.




근데도 끝까지 교체하면서 공격적으로 나가면서 팬들한테 창피한 모습은 안 보여준 건 멋있었던 것 같음. 팬들도 경기 결과는 받아들이고 끝까지 응원하던데 개인적으로 좀 눈에 들어온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파리는 8강에서 누굴 만날지 모르겠지만 뭐 지금보다 좋아질 여지는 충분히 보여줬다 생각합니다. 아마 좋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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